언 호숫가 겨울나무가 서 있다.
흰 눈의 면사포를 쓰고 있다.
눈이 온다.
일생 겨울 숲속에서 밑둥은 얼어 있을 것이다.
바람 속에서
견디고 있는 마음과
벌서고 있는 마음
진정 두 마음은 한마음임을 약속하겠는가.
-『불교신문/문태준의 詩 이야기』2025.01.17. -
호수는 얼음판이 되었고, 호수 바깥쪽에 서 있는 나무에는 눈이 내려 쌓였다. 멀리서 보면 이 겨울나무는 결혼식 때 신부가 머리에 써서 등뒤로 늘어뜨리는 면사포 같다. 차가운 바람은 쉼 없이 불어오고 나무의 뿌리에 가까운 쪽은 뻣뻣하게 얼어 있다. 나무는 이 고통을, 이 괴로움을 참고 견디며 겨울을 날 것이다.
삶의 시간에는 설한풍(雪寒風)이 수시로 불어오기에 그때에는 잘 참고 원통해하는 마음조차도 일으키지 말 일이다. 시인은 “초겨울 햇빛 요즘 톡톡히 옷노릇하네”라고도 썼으니 마음을 바꿔먹으면 삭풍의 때도 견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