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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혁면(小人革面)
소인은 얼굴만 고친다는 뜻으로, 소인은 변화가 그다지 없으므로 단지 그 얼굴빛만을 고칠 뿐이라는 말이다.
小 : 작을 소(小/0)
人 : 사람 인(人/0)
革 : 고칠 혁(革/0)
面 : 얼굴 면(面/0)
출전 : 역경(易經) 혁괘(革卦)
소인혁면(小人革面)은 대인호변(大人虎變), 군자표변(君子豹變), 소인혁면(小人革面)으로 이뤄진 3가지 층위의 변화 가운데 마지막이다.
사실 '소인혁면'의 깊은 의미는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직역을 하자만 단지 얼굴 가죽만을 바꾼다는 의미이겠는데, 그래서 그 정도라도 긍정적인 것이라는 의미인지, 그렇기에 언제든 불의(不義)한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인지 확언하기 쉽지 않다.
또 이 3가지 층위의 변화는 원천적으로 사람에 따라 변화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결정론적인 함의(含意)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周易 第四十九 革卦
上六; 君子豹變, 小人革面. 征凶, 居貞吉.
상육은 군자는 표범의 무늬와 같이 변하고, 소인은 얼굴만 고친다. 계속해서 얼굴만 고친 채로 있으면 흉하고, 바르게 고치면 길할 것이다.
지난 설에 선생님을 찾아뵈었다. 선생님께서 "올해의 운을 동인지혁(동인괘 상구효가 동해서 혁괘가 됨)으로 보았어. 그 내용을 중앙일보 기자가 신문에 냈더니, 서로 자기가 미는 대통령후보가 군자라고 하며 좋아하더라"고 하시며 웃으셨다.
아마도 혁괘 상효의 "군자는 표범처럼 변하고, 소인은 얼굴만 변한다"는 말을 보고 각기 자기편을 군자라고 생각했나 보다.
동인괘는 하늘 아래에서 불이 빛나는 형상의 괘이다. 하늘 아래에 있는 불은 형광등이나 촛불 같이 작은 불이다. 그 불빛을 중심으로 모여서 친목을 도모하고, 학문을 토론하고, 사업을 하며, 취미생활을 함께 한다. 규모는 작지만 모인 사람끼리는 아주 친하다. 말 그대로 동인, 즉 한마음 한뜻의 동아리가 되는 것이다.
주역에서 말하는 동인은 좋은 뜻인데, 지금 사람들은 동인을 편파적으로 한다. 좌파라고 해서 좌파동인을 하고, 우파라고 해서 우파동인을 하며, 이재명을 지지한다고 해서 이재명파동인을 하고, 윤석열을 지지한다고 해서 윤석열파동인이 되는 것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옳고 그름은 없고, 우리편은 무조건 옳고 상대편은 그르다고 하며 서로 끼리끼리 동인을 한다.
그런데 다행히도 상효가 동했다. 상효는 동인괘의 제일 마지막효로 동인이 끝나간다는 뜻이다. 치열하게 싸우면서 우리편만 최고라고 욕심 잔뜩 들어간 동인을 하다가, 이제 그런 편파적인 동인을 그만하고 일상생활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는 뜻이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치졸하기까지 한 편싸움을 그만 둘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
동인괘의 상효가 변해서 간 혁괘는, 쇠 밑에 불을 지펴서 쇠의 재질과 형상을 바꾸고 고치는 괘이다. 고쳐서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것이다. 무엇이든지 고쳐서 혁신하고 나면 쓸모 있는 물건이 된다.
물건뿐만 아니라 제도도 고치고, 사람의 몸과 마음도 고친다. 그래서 나날이 새롭게 고치는 수신을 한다. 고치고 또 고치며, 갈고 또 닦아서 아름답게 변하는 것이다.
혁괘의 상효는 고치는 것의 끝에 해당한다. 더 이상 고칠 것이 없게 되는 경지이다. 이때 군자라면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자신을 갈고 닦아서 새롭게 된 것이 온 몸에 드러나는 것이고, 소인은 혁신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 눈치를 보며 바뀐 척을 한다.
그래서 군자는 표범같이 속털부터 겉의 털까지 다 바꾼다고 한 것이고, 소인은 얼굴 표정만 바꾼다고 한 것이다.
올해는 임인년(壬寅年)이다. 임인(壬寅)에서 '인(寅)'은 범을 뜻하고, '임(壬)'은 오행으로 수(水)에 해당하므로 그 색깔은 흑색이다. 그래서 흑호라고 하는데, 흑호는 작은 범을 뜻하고, 작은 범은 표범이다. 혁괘의 "군자는 표범같이 변한다"는 말과 합치된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는데도 겨울을 대비하지 않으면 망한다. 새로운 시대 요구에 적응하고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작은 범이라서 자신의 몸과 마음은 혁신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까지 다 혁신시키기에는 힘이 모자란 것에 있다. 여태까지 편싸움을 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군자가 될 리도 없다.
그러므로 힘이 부족한 작은 범, 작은 지도자는 소인들과 소통을 하는 방법을 쓰는 것이다. 우선 자신부터 솔선수범해서 혁신을 하고, 차츰 다른 사람을 잘 설득하고 교화시켜서 마음속으로부터 우러나는 혁신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역(易)에서는 "마음을 바르게 고쳐서 새 생활을 하는 세상에서, 우선은 급한대로 소인이 따라오게 한 뒤에, 그 소인을 잘 가르쳐서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가르친 것이다.
변화해야 하는가?
세상이 온통 변해야 한다고 한다. 개혁해야 한다고 한다. 창조적이어야 한다고 한다. 한 두 번들을 때는 그런가보다 했는데 변하지 않으면 도무지 살아남지 못할 것처럼 윽박지르는 듯하다.
그런데 내가 왜 변화해야 하지?, 살기 위해서?, 출세하기 위해서? 성공하기 위해서? 나 자신을 변화시키지 않고도 살 수 있는데 굳이 자신을 변화시킬 필요는 없다.
내 소신대로, 내 장점대로, 내가 좋아하는 대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고 또 그렇게 살 때 행복할 수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사에 나를 맞추어야 한다면 내가 없는 것이다. 또 그렇게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피곤한 일이다.
변해야 할 때도 있다. 변화하지 않고는 살수 없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는 내 스스로가 변화한다. 저절로 변화한다. 그러나 그 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라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상황이다.
사람에게는 변해야 할 것이 있고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변할 수 있는 것이 있고 변할 수 없는 것이 있다. 개인뿐만 아니다. 국가와 민족도 그렇다.
현대사회는 급격하게 변한다고 한다. 그러나 급격하게 변하는 것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물질문명이다. 보편적 진리는 거의 변화가 없다. 보편적 진리는 2,000년 2,500여 년 전에 이미 다 완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짜라투스트라, 석가, 공자, 탈레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이 있었다. 2,000여 년 전에 예수가 있었다. 이분들의 가르침 이후 새로운 것이 별로 없다. 이후의 인류문명이라는 것은 이분들의 가르침에 대한 재해석이라 할 수 있다.
변화해야 한다고 하는데 도대체 무엇을 변화해야 한다는 것인가? 변화에는 전제가 있다. 이제까지의 것에 잘못이 있을 때다. 내가 살아온 인생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확실하다면 즉각 바꾸어야 한다.
공자는 논어 학이 8장에서 말하기를, "허물이 있으면 즉각 고친다(過則勿憚改)"했다. 술이 3장에서는 말하기를, "좋지 못함을 즉각 바꾸지 못하는 것, 이것이 나의 걱정이다"고 했다.
'君子豹變 小人革面'이라는 말이 있다. 주역(周易) 혁괘(革卦)에 나오는 말이다. 표범이 털갈이 하여 그 무늬가 선명해 지는 것처럼 군자는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바꾼다는 것이다. 그것이 '군자표변'이다. 그러나 소인들은 안면을 바꾸는 것에 그친다.
변화해야 하는 것
젊은이들은 현실 적응 능력이 뛰어나다. 아는 것이 적고 경험도 적어서 자기정체성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새로우니 열심히 배우고 공부해서 자기 것을 만들어야 할 때다.
늙은이는 어느 정도 자기 정체성이 형성된 사람이다. 세상사에 특별히 새롭게 배울 것이 없다. 늙은이들에게 변화해야 한다고 윽박지른다면 가혹한 일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잘못된 것이 있다면 죽을 날을 받아 놓은 늙은이라도 바꾸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용기다. 그것이 거룩함이다. 그것이 회개다. 이러한 경우는 거의 없다. 정말이지 늙은이가 이제까지의 자기 철학, 자기 논리를 바꾼다는 것은 자기 기득권을 포기한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불가능에 가깝다. 가죽을 바꾸는 정도가 아니라 뇌를 바꾸는 것이니 불가능하다.
잘못된 것임을 알려고도 하지 않고 인정도 하지 않으며 알면서도 그것을 고수한다면 그는 아무리 나이가 들고 학식이 많고 지위가 높아도 소인일 뿐이다. 주변과 사회에 걸림돌이 된다. 적폐(積弊) 세력이다.
변화를 요구하지 말라
나는 변화를 요구하는 이들의 속셈을 본다. "지금 네가 처한 어려움은 네가 변화하지 않기 때문이다"는 이야기다. 모든 책임을 당사자에게 지우는 얄팍한 의도가 들어있다.
정치지도자가 국민에게, 기업주가 노동자에게, 부모가 자식에게, 선생이 제자에게, 목사가 성도에게 책임을 돌리는 이야기다. 게다가 "네가 변화하여 나에게 맞추어라. 그러면 내가 너를 등용 하겠다"는 말이다.
일전에 부산에서 노숙자와 함께 하는 자칭 거지대장 김홍술 목사님이 방문하여 함께 밤을 새며 나눈 이야기 가운데 그가 말했다. "사람들은 노숙자들을 자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할 뿐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정말이지 노숙자의 입장에서 한 말이기에 가슴 깊이 다가왔다. 노숙자들에게 변화할 것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그냥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디 노숙자뿐이겠는가? 모든 이들을 그렇게 대해야 한다. 누구도 타인에 대해서 변화하라고 강요할 자격은 없다.
변화하는 세상, 변화하는 개인
양적 변화가 축적되면 어느 순간 질적 변화가 된다. 눈이 내린다. 눈이 쌓인다. 거듭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나무의 가지가 부러지고 지붕이 무너진다.
많은 액체에 한 방울 한 방울 화학 물질이 들어간다. 그러다가 어느 한 방울이 떨어지는 순간 많은 액체가 순식간에 질적 변화를 하면서 색이 변한다. 그것을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라고 한다.
사회적 모순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혁명이 일어나고 사회가 변한다. 개인도 그렇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형편과 처지에 닥치게 되면 개인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
역시 지식과 경험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질적 변화를 한다. 변화라는 것이 그런 것이다.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순식간에 어쩔 수 없이 변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세상의 법칙과 자연의 법칙, 인간의 법칙이 다르지 않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였다. 각종 개혁을 추진하는 모습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 개혁이 티핑 포인트를 넘어야 한다. 그러면 당연히 그러한 것이 된다. 역사가 되고 전통이 된다.
군자를 뽑나, 소인을 뽑나?
대산(大山) 김석진 옹은 '주역(周易)의 대가'로 통한다. 당대 주역(周易)의 일인자로 '이주역'이라 불리었던 야산(也山) 이달(李達) 선생의 수제자다.
김석진 옹은 30년 넘게 주역(周易)을 가르쳐 왔다. 전국을 돌면서 가르친 제자만 무려 1만 명이 넘는다. 그는 "주역(周易)은 점치는 책이 아니다. 지혜를 얻고, 삶의 방법을 얻는 책이다"고 말한다.
주역(周易)은 '결정론적 운명론'을 말하지 않는다. 주역(周易)의 '역'은 '바꿀 역(易)'자다. 매순간 끊임없이 변해서 돌아가는 세상과 우주를 담는다. 주역(周易)은 그 속에서 건강한 균형을 찾기 위한 삶의 값진 조언이다.
아무리 나쁜 운도 운용하기에 따라 변한다. 그뿐만 아니다. 주역(周易)에는 노력할 때 하늘이 도와주는 '자천우지(自天祐之)'가 있다.
공자는 대나무 조각에 글을 써서 가죽끈으로 엮어 놓은 주역(周易)을 무척 사랑했다. 오죽하면 죽간(竹簡)의 가죽끈이 세 번이나 끊어지도록 읽었다고 한다. 김 옹은 "공자께서 그만큼 주역(周易)을 아끼고 많이 연구했다는 뜻이라"고 했다.
서울 송파구 풍납동에 있는 자택에서 대산 선생을 만났다. 올해 우리나라는 대통령 선거와 코로나 사태 등 큰 변화의 도가니에 있다. 새해 벽두에 마주한 그에게 2022년 임인년(壬寅年)의 주역(周易)적 전망을 물었다.
問 : 올 한 해는 어떻게 보나?
答 : 올해는 '천화동인(天火同人)'에서 '택화혁(澤火革)'으로 변하는 괘가 나왔다. 이건 점을 쳐서 나온 게 아니다. 임인년은 60년마다 돌아온다. 60간지에 의해 60년 전에 이미 정해져 있던 괘를 지금 말하는 거다. 다만 그걸 풀어내는 사람의 안목에 따라 읽어내는 깊이가 달라진다. 임인년은 천화동인 괘다. 내가 고른 게 아니라 주역(周易)에 이미 나와 있는 괘다.
주역(周易)의 괘에는 체(體)와 용(用)이 있다. 체가 몸뚱이라면 용은 팔다리다.
체가 찰흙이라면 용은 찰흙으로 만든 형상이다. 체가 바탕이라면 용은 변화에 해당한다. 김 옹은 올해의 체는 천하동인(天下同人)이고, 용은 택화혁이라고 했다.
問 : 뜻밖이다. 대장동 사건에서 '천하동인(天下同人) 화천대유(火天大有)'라는 말이 많이 회자됐다. 그런데 올해가 천화동인의 괘다. 천화동인, 무슨 뜻인가?
答 : 하늘 천(天), 불 화(火)다. 하늘 괘와 불 괘가 만난다. 여기서 핵심은 '동인(同人)'이다. 동인이 뭔가. '사람이 같이한다'는 걸 뜻한다. 그럼 무엇을 같이 하겠나."
問 : 무엇을 같이 하는 건가?
答 : 올해는 대통령 선거가 있다. 선거에서 이합집산으로 동인(同人) 하고, 모두 유유상종으로 동인(同人) 한다. 또 코로나 정국에서도 동인(同人) 한다. 코로나에 막혀서 같이 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동인(同人) 하게 된다.
유세장에서도 서로 만나게 된다.
김 옹은 작년 1월에 코로나 사태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지극 정성으로 임하라고 했다. 옛날식으로 말하면 신하와 백성이 한마음 한뜻으로 임했어야 했다. 그런데 그러질 못했다. 그래서 하반기에는 일터로 돌아가지만 광주리가 비어 있었다. 올해는 다르다. 코로나로 못 만났던 사람들이 만나게 된다. 동인(同人)을 한다."
問 : 사람들끼리 만나고 모이는 게 동인(同人) 인가?
答 : 단순한 만남을 말하는 게 아니다. 주역(周易)의 동인(同人) 은 뜻이 더 깊다. 제대로 된 동인(同人) 을 하려면 뒤에서 몰래 쑥덕쑥덕해선 안 된다. 바깥의 들로 나가서, 탁 트인 공간에서, 공개된 자리에서 함께해야 한다. 그게 진정한 동인(同人)이다. 그런 동인(同人)을 하려면 강을 건너야 한다.
問 : 어떤 강을 건너야 하나?
答 : 동인(同人)은 통합(統合)이란 뜻이 숨어 있다. 앞이 강으로 막혀 있다. 그럼 건널 수가 없다. 만날 수가 없다. 그렇다고 강 건너 사람을 보고만 있으면 안 된다. 내가 건너가고, 저쪽에서 건너와야 한다. 그게 탁 트인 들에서 만난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소소하고 자잘하게 만나는 게 아니라 큰 틀에서 만나야 한다. 그게 동인(同人) 의 진정한 의미다.
김석진 옹은 "강이 막혀 있으면 건너가야 한다. 강 건너 사람을 보고만 있으면 안 된다. 이쪽에서 건너가고, 저쪽에서 건너와서 만나야 한다. 그걸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 자기들끼리 뒤에서 야합하면 큰 재앙이 따른다"고 말했다.
김 옹은 "진정한 동인(同人)에는 이섭대천(利涉大川)이 있다. 큰 내를 건너가야 이롭다는 뜻이다. 여기서 '섭(涉)'자에 주목해야 한다. 단순한 도강(渡江), 도해(渡海)를 말하는 게 아니다.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건널 섭'자에는 '섭외하다, 교섭한다'는 뜻이 있다. 그냥 건너는 게 아니라 교섭해서 마음을 터놓고 만나야 한다. 그래야 동인(同人) 이 된다"고 강조했다.
임인년 괘의 몸통인 '천하동인(天下同人)'을 설명한 김 옹은 이어서 팔다리에 해당하는 '택화혁(澤火革)' 괘를 풀어냈다.
동인(同人)에서 혁괘가 나온 것은 임의로 고른 게 아니라 주역(周易)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핵심은 '혁(革)' 자다. '바꾸다, 개혁하다, 혁명하다'는 뜻이다. 올해는 선거로 대통령이 바뀐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나. 택화혁 괘에는 그런 선택의 갈림길이 있다."
問 : 어떤 갈림길인가?
答 : 택화혁 괘에는 '군자(君子)는 표변(豹變)이요, 소인(小人)은 혁면(革面)이다'는 대목이 나온다. 군자는 표범처럼 바꾸는데, 소인은 겉모습만 바꾼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군자(君子)를 뽑을건가 소인(小人)을 뽑을 건가의 문제다.
問 : 표범처럼 바꾼다는 게 무슨 뜻인가?
答 : 표범이 털갈이를 할 때 하나도 남기지 않고 싹 갈아버린다. 겨울이 오면 춥다. 그래서 표범은 털갈이를 한다.
자신의 묵은 털을 다 뽑아내는 거다. 그 과정은 고통스럽다. 그런데 그걸 통해 스스로 진정한 변화를 이룬다. 그래서 진정한 군자(君子)는 표변(豹變)을 한다. 진실로 속마음까지 다 바꾸는 거다. 그게 군자(君子)다.
問 : 그럼 소인은 어떤 사람인가?
答 : 속은 바꾸지 않고 화장만 바꾼다. 낯빛만 고친다. 그래 놓고서 다 바꾸었다고 말한다. 딴 마음을 먹기 쉽다. 그게 혁면(革面)이다. 대통령이 되려고 겉 모습만 잘하는 척, 남한테 잘 보이려고만 한다. 혁(革)괘의 진정한 바꿈은 그런 바꿈이 아니다. 때마침 올해 대선이 있으니 우리가 그런 국운을 맞고 있다. 그러니 국민이 선택을 잘해야 한다.
김석진 옹은 "표변과 혁면 중에 주역(周易)이 요구하는 건 표변이 아니겠나. 하늘이 요구하는 건 표변이 아니겠나.
혁괘는 진정한 바꿈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김 옹은 "이게 간단한 말이지만 여기에 이치가 다 들어 있다"고 했다. "대통령 선거를 하는데 누구를 뽑을 건가. 조금이라도 군자에 가까운 사람을 뽑아야 한다. 거짓말하는 사람, 얼굴만 바꾸는 사람, 속이는 사람, 좋게만 보이려 하는 사람, 바꾼다고 해놓고 안 바꾸는 사람. 그런 혁면(革面)만 하는 대통령이 나오느냐, 아니면 표변(豹變)을 할 수 있는 대통령이 나오느냐. 우리가 그런 기로에 서 있다."
問 : 혁면과 표변, 누가 어느 쪽인지 어떻게 구분하나?
答 : 공개적인 사람, 진정성 있는 사람, 본인이 모범을 보이는 사람, 이 정도 덕목은 있어야 국민이 선택할 때, 저 사람이 군자다, 소인이다,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지 않겠나. 좋은 사람 뽑아야지, 그렇지 않은 사람 뽑으면 되겠나.
이어서 김 옹은 표변의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을 강조했다. "주역(周易)은 휘겸(撝謙)과 노겸(勞謙)을 강조한다. 휘겸은 엄지손가락 휘자에 겸손할 겸자다. 엄지손가락은 최고다. 나머지 네 손가락을 어루만지고 다스릴 수 있다. 그런데 네 손가락으로 엄지를 감싸보라. 그럼 엄지가 네 손가락 밑으로 들어간다. 표변의 지도자는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게 아니라 국민을 하늘로 삼아야 한다. 그게 휘겸의 지도자다."
問 : 노겸의 지도자는 뭔가?
答 : 수고로워도 겸손한 거다. 자기가 공을 세웠어도 국민에게 돌리는 겸손함이다. 휘겸의 정치와 노겸의 정치. 이 두 가지를 갖추면 된다.
김석진 옹은 "지도자는 표범이 털을 바꾸듯이 자신을 바꾸어야 한다.
진정성 있게 바꾸어야 한다. 그것을 하지 못하면 지도자의 덕목이 없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옹은 차기 대통령이 해야 할 최우선 과제를 꼽았다. "유가의 정치철학을 담은 홍범(洪範)에는 여덟 가지 정치가 등장한다. 그 중에서 맨 첫 번째가 일왈식(一曰食)이다. 식(食)이 뭔가. 민생이고 경제다. 무엇보다 사람이 먹고살도록 해야 정치를 잘하는 거다. 다시 말해 경제를 성장시켜야 한다.
여기에서 주역(周易)이 경고하는 바도 있다. 재물을 분명히 다스리고, 말을 거짓 없이 바르게 하고, 백성(국민)이 재물에 대한 비행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야만 정의롭게 된다고 했다. 차기 지도자는 시대가 어떻게 변하는지 알고, 미래를 준비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게 혁괘의 시대 정신이다. 대통령이 됐는데 때가 바뀌는 걸 모르고 시대 정신이 없으면 곤란하지 않나."
진정 국민을 위한다면…
어느날 제자 공손추가 맹자에게 여쭸다. "선생님의 장점은 무엇입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내 장점은 말을 알고 내 호연지기를 잘 기르는 것이다."
공손추가 다시 물었다. "말을 안다는 게 어떤 것입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한쪽으로 치우친 말(詖辭)을 들으면 가려진 것을 알고, 방탕한 말(淫辭)에 빠져 있음을 알며, 사특한 말(邪辭)을 듣고는 도리를 벗어났음을 알고, 회피하는 말(遁辭)에서 궁함을 알아보는 것이지. 이런 마음(피사‧ 음사‧ 사사‧ 둔사)이 생겨나면 정치를 해치고, 정치에 펴서 일을 망치는 법이다. 성인께서 다시 나오셔도 반드시 내 말에 동의하실 게다."
맹자의 피음사둔(詖淫邪遁) 가르침이다. 곧 "번지르르한 말 속에서 본질을 간파해야 한다"는 훈계다. 맹자 공손추 장구에 나온다.
'지언(知言)'은 '피음사둔의 말을 알아채라(知詖淫邪遁之言)'는 경구의 줄임말이다. 즉 현혹되지 말고 상대방의 말뜻을 잘 새겨들으라는 얘기다.
결국 편파적인 말은 그 가려진 바를 알아채야 하고(詖辭 知其所蔽) 제멋대로인 말은 그 함몰된 바를 알아채야 하며(淫辭 知其所陷) 간사한 말은 그 (도리에서) 떠난 바를 알아채야 하고(邪辭 知其所離) 회피하는 말은 그 궁한 처지를 알아채야 한다(遁辭 知其所窮)는 충고다.
세상에서는 누구나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해 말을 꾸미고 다듬는다. 그것을 얼핏 들으면 다 옳은 말이고, 모두가 충정에서 나온 조언이다.
그 말대로라면 안 될 일이 없고 해결 못할 문제가 없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 들으면 그렇지 않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피사가 있고, 제멋에 빠져 중심을 잃은 음사가 있다.
정도를 벗어난 사사가 있고, 궁한 나머지 책임을 모면하려고 둘러대는 둔사가 있다. 맹자는 이같은 피음사둔(詖淫邪遁)의 번드르르한 말을 잘 간파함으로써 본질을 꿰뚫어 보는 안목이 자신의 장점이라고 풀이했다.
앞에서는 '예예' 하면서 뒤로는 등을 돌린다는 면종복배(面從腹背), 입으로는 꿀같은 데 뱃속에 칼이 들었다는 구밀복검(口蜜腹劍),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칼을 감췄다는 소리장도(笑裏藏刀), 모두가 협잡이요 사술이다.
속을 떠보려고 눙치는 말, 나꿔채기 위해 덫을 놓은 사탕발림, 겉으로는 위하는 척하면서 뒤통수치는 말, 이쪽저쪽 양다리 걸치는 말, 모두가 피음사둔의 속임수다.
이 허깨비를 진정으로 알고 쫓아 가다가는 낭패를 겪는다. 이런 종류의 페이크를 한눈에 간파하는 능력이 곧 혜안이자 통찰력이다.
그러나 늘상 온 국민들이 뒤틈바리 정치꾼들과 몇몇 협잡꾼의 사탕발림에 놀아나 낭패감과 굴욕감에 휩쓸린다. 누구도 헤어나올 수 없을 만큼 뒤숭숭하고 혼곤하게 시달린다.
공자께서는 네 가지를 끊으셨으니 사의(私意)가 없어 자의(恣意)로 결정하는 일이 없으셨고, 틀림없이 그렇다고 단언함이 없으셨고, 고집이 없으셨고, 나라고 하는 아집이 없으셨다 (子絶四 毋意毋必毋固毋我)고 했다. 논어 '자한편'에 나온다.
이 가운데서도 무아(毋我)는 시국이 어수선할 때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모든 말이나 행동에 있어 결국 그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 돌리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그가 반드시 힘써 개인적 폐단을 제거하는 것을 '극기'라고 하며 그런 폐단을 금지해서 아예 없애는 것을 '무아'라고 하기 때문이다.
오늘 이 시대 그같은 덕목을 제대로 갖춘 정치인들은 과연 몇이나 될까. 국민의 대변자, 주민 대표가 되려는 순간부터 리더의 처세와 치인(治人)에 대해 한 번이라도 성찰해봤는지, 갈고 닦았는지도 의문인 사람들이 개나 걸이나 나서서 설쳐댄다.
군자와 소인의 차이는 무엇인가. 편의상 자신의 덕목을 제대로 갖춘 사람을 군자라고 칭하자. 기본 덕목조차 갖추지 못한 채 그저 현시욕에 사로잡혀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뛰는 사람은 당연히 소인이다.
단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굳이 꼽아보면 이렇다. '군자표변(君子豹變)', 군자는 표변한다. 즉 표범이 묵은 털을 버리고 산뜻하고 선연한 새털로 갈아입듯 나날이 선(善)으로 변화해 간다.
이에 반해 '소인혁면(小人革面)', 소인은 혁면한다. 곧 마음에도 없이 얼굴색만 바꾸고 상황을 모면한다. 주역(周易) 혁(革)괘에 나온다.
군자는 천하를 다스리는 것을 최후의 목적으로 한다(君子以經綸). 주역 둔(屯)괘 상(象)에 나온다. "구름과 우레로 이루어진 괘가 둔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경륜하여야 한다"라고 했다. 여기서 경륜이 유래했다.
그런데 지난날 우리의 현실은 어땠는가 보자. 일국의 최고통치자가 경륜은커녕 염치와 체통조차 못 지켰다. 군자를 꿈꾸기는 멀어도 한참 멀었고 한 인간으로서의 양심은 제쳐두고 존재가치마저도 실종됐다. 오호통재라. 뒤틈바리 대통령을 뒀던 국민의 불운이자 불행이었다.
한걸음 더 나아가자. 사민여제(使民如祭)라 하지 않았던가. 오늘날 식으로 말하자면 국민을 대하기를 제사를 받들 듯이 공경하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진실로 자기 마음을 미루어서 남의 마음에까지 미치는 것이 이 길일진대 이는 곧 공자의 인(仁)을 행하는 방법이 된다.
공자의 가르침 가운데 핵심을 이루는 '서(恕)'의 길이다. 고등학교 윤리 시간이면 족히 배운다. 이른바 내가 하기 싫은 것을 남에게 하지 말라, 즉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이다.
공자는 이 말을 자공에게 했다. 자공이 공자에게 평생토록 지켜 행해야 할 가르침을 한마디로 청하자 용서(恕)라고 답하면서 이를 풀어서 가르쳐줬다. 서(恕)의 원래 의미가 '자기 마음을 스스로 살펴서 다른 사람의 마음도 이해한다'는 뜻이다.
'대학'에는 혈구지도(絜矩之道)라고 나온다. "윗사람이 내게 해서 싫은 것을 아랫사람에게 하지 말고, 아랫사람이 내게 해서 싫어하는 바로써 윗사람을 섬기지 않는다. 오른편에서 싫어하는 것을 왼편에 건네지 않고, 왼편에서 싫어하는 바를 오른편에 건네지 말아야 한다."
혈구란 목수가 사용하는 곱자를 말한다. 서울의 곱자나 전주의 곱자나 눈금은 마찬가지다. 그래야 어디 가나 똑같은 칫수 가늠이 가능하다. 이처럼 자신을 재는 기준으로 타인을 재고 타인을 재는 기준으로 자신을 재라는 것이 가르침이다.
이것을 행하기가 그렇게 어려운가. 이 간단한 길을 명색이 지도자들이 몰라서 못했겠는가. 문제는 그 자신의 인식과 마음가짐이다. 그래서 오늘까지도 온 나라가 뒤숭숭하고 온 국민이 억장이 무너진다.
대학이 '혈구'를 가르쳤다면 '중용'은 상경(尙絅)을 밝혔다. '혈구지도' 하면 이내 '의금상경(衣錦尙絅)'이란 말이 떠오른다. '비단옷을 입고 엷은 홑옷을 덧입는다'는 뜻이다. 비단옷 위에 홑겹의 옷을 덧입다니 어찌된 영문인가. 그것은 바로 비단옷의 화려한 문채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가리기 위해서다.
화려함을 드러내야 할 판인데 굳이 왜 가린단 말인가. 그 답을 찾아보자. "그런 까닭에 군자의 도는 은은해도 날로 빛나고, 소인의 도는 선명하나 나날이 시들해진다." 요컨대 가려줘야 싫증나지 않고, 덮어줄 때 외려 드러나는 법이다.
'시경'에도 비슷한 말이 나온다. "비단 저고리 입고는 얇은 덧저고리를 입고, 비단 치마를 입으면 얇은 덧치마를 입는다네"라고 했다.
'비단옷을 입고는 삼베옷을 걸쳐라' 설사 지금 비단옷을 입고 있다 해도 으스대거나 뽐내지 말고 삼베옷을 걸쳐 자신이 입고 있는 비단옷을 가리라는 깊은 뜻이다. 원래 ‘시경’에 나오는 구절이지만 옛날 사람들이 즐겨 부르던 노래 가사였다.
'중용'에서의 풀이는 이렇다. "군자의 인생은 은은하게 날마다 빛이 나지만 소인의 인생은 확연히 빛나다가 점점 그 빛이 사라진다. 군자의 인생은 언제나 싫증나지 않고, 단순한 것 같으면서 빛이 나고, 온화하면서 조리가 있다. 멀리 가려면 가까운 곳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바람이 불어오면 어디서 불어오는지 알고, 지금은 보이지 않는 것이 나중에 어떻게 변하여 드러날지 정확히 알고 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안으로부터 배어 나온다. 한눈에도 어지러울 만큼의 화려함은 잠시 눈을 끌 수는 있을지 몰라도 오래가지는 못한다.
심각하고 진지하게 애국자 코스튬 플레이를 하고 있는 자들이 정치인과 지망생들이다. 그들의 입에 발린 '국민을 위하여…' 운운하는 포장된 자기과시는 외려 국민들의 울혈을 깊게 하고 분통을 더욱 솟구치게 만든다.
마치 더듬이 잘린 곤충처럼 예의 염치에 무감각한 그들에게 어울리는 객관적인 충고 한 마디는 바로 이것이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가장 큰 소리로 떠드는 사람." 마크 트웨인이 스스로를 애국자라 자칭하는 사람들을 향해 혹평한 뼈있는 일침이다.
▶️ 小(작을 소)는 ❶회의문자로 한 가운데의 갈고리 궐(亅; 갈고리)部와 나눔을 나타내는 八(팔)을 합(合)하여 물건을 작게 나누다의 뜻을 가진다. 小(소)는 작다와 적다의 두 가지 뜻을 나타냈으나, 나중에 小(소; 작다)와 少(소; 적다)를 구별하여 쓴다. ❷상형문자로 小자는 '작다'나 '어리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小자는 작은 파편이 튀는 모습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작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고대에는 小자나 少(적을 소)자의 구분이 없었다. 少자도 작은 파편이 튀는 모습을 그린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小자는 '작다'로 少자는 '적다'로 뜻이 분리되었다. 그래서 小자가 부수로 쓰일 때도 작은 것과 관련된 뜻을 전달하지만 때로는 모양자 역할만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小(소)는 크기에 따라 대(大), 중(中), 소(小)로 나눌 경우의 제일(第一) 작은 것의 뜻으로 ①작다 ②적다 ③협소하다, 좁다 ④적다고 여기다, 가볍게 여기다 ⑤삼가다(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 주의하다 ⑥어리다, 젊다 ⑦시간상으로 짧다 ⑧지위가 낮다 ⑨소인(小人) ⑩첩(妾) ⑪작은 달, 음력(陰曆)에서 그 달이 날수가 30일이 못 되는 달 ⑫겸양(謙讓)의 뜻을 나타내는 접두어 ⑬조금, 적게 ⑭작은, 조그마한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작을 미(微), 가늘 세(細), 가늘 섬(纖),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클 대(大), 클 거(巨)이다. 용례로는 적게 오는 눈을 소설(小雪), 일의 범위가 매우 작음을 소규모(小規模), 작은 수나 얼마 되지 않는 수를 소수(小數), 나이 어린 사람을 소인(小人), 어린 아이를 소아(小兒), 같은 종류의 사물 중에서 작은 규격이나 규모를 소형(小型), 자그마하게 포장한 물건을 소포(小包), 줄여서 작아짐 또는 작게 함을 축소(縮小), 가장 작음을 최소(最小), 공간이 어떤 일을 하기에 좁고 작음을 협소(狹小), 키나 체구가 보통의 경우보다 작음을 왜소(矮小), 아주 매우 작음을 극소(極小), 약하고 작음을 약소(弱小), 너무 작음을 과소(過小), 매우 가볍고 작음을 경소(輕小), 보잘것없이 작음을 비소(卑小), 마음을 조심스럽게 가지어 언행을 삼감을 소심근신(小心謹愼), 작은 것을 탐하다가 오히려 큰 것을 잃음을 일컫는 말을 소탐대실(小貪大失), 혈기에서 오는 소인의 용기를 일컫는 말을 소인지용(小人之勇), 작은 나라 적은 백성이라는 뜻으로 노자가 그린 이상 사회 이상 국가를 이르는 말을 소국과민(小國寡民), 큰 차이 없이 거의 같음을 일컫는 말을 소이대동(小異大同), 어진 임금이 나라를 다스리면 소인들은 겉모양만이라도 고쳐 불의한 것을 함부로 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소인혁면(小人革面), 마음을 조심스럽게 가지어 언행을 삼감을 일컫는 말을 소심근신(小心謹愼), 세심하고 조심성이 많다는 뜻으로 마음이 작고 약하여 작은 일에도 겁을 내는 모양을 일컫는 말을 소심익익(小心翼翼), 조그마한 틈으로 물이 새어들어 배가 가라앉는다는 뜻으로 작은 일을 게을리하면 큰 재앙이 닥치게 됨을 비유하는 말을 소극침주(小隙沈舟), 얼마 안 되는 작은 물 속에 사는 물고기라는 뜻으로 죽음이 눈앞에 닥쳤음을 이르는 말을 소수지어(小水之魚) 등에 쓰인다.
▶️ 人(사람 인)은 ❶상형문자로 亻(인)은 동자(同字)이다. 사람이 허리를 굽히고 서 있는 것을 옆에서 본 모양을 본뜬 글자. 옛날에는 사람을 나타내는 글자를 여러 가지 모양으로 썼으나 뜻의 구별은 없었다. ❷상형문자로 人자는 '사람'이나 '인간'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人자는 한자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글자이기도 하다. 상용한자에서 人자가 부수로 쓰인 글자만 해도 88자가 있을 정도로 고대 중국인들은 人자를 응용해 다양한 글자를 만들어냈다. 이전에는 人자가 두 사람이 등을 서로 맞대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해석을 했었지만, 갑골문에 나온 人자를 보면 팔을 지긋이 내리고 있는 사람을 그린 것이었다. 소전에서는 팔이 좀 더 늘어진 모습으로 바뀌게 되어 지금의 人자가 되었다. 이처럼 人자는 사람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부수로 쓰일 때는 주로 사람의 행동이나 신체의 모습, 성품과 관련된 의미를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人(인)은 (1)사람 (2)어떤 명사(名詞) 아래 쓰이어, 그러한 사람을 나타내는 말 등의 뜻으로 ①사람, 인간(人間) ②다른 사람, 타인(他人), 남 ③딴 사람 ④그 사람 ⑤남자(男子) ⑥어른, 성인(成人) ⑦백성(百姓) ⑧인격(人格) ⑨낯, 체면(體面), 명예(名譽) ⑩사람의 품성(稟性), 사람됨 ⑪몸, 건강(健康), 의식(意識) ⑫아랫사람, 부하(部下), 동류(同類)의 사람 ⑬어떤 특정한 일에 종사(從事)하는 사람 ⑭일손, 인재(人才)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어진 사람 인(儿),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짐승 수(兽), 짐승 수(獣), 짐승 수(獸), 짐승 축(畜)이다. 용례로는 뛰어난 사람이나 인재를 인물(人物), 안부를 묻거나 공경의 뜻을 표하는 일을 인사(人事), 사람으로서의 권리를 인권(人權), 한 나라 또는 일정 지역에 사는 사람의 총수를 인구(人口), 세상 사람의 좋은 평판을 인기(人氣), 사람을 다른 동물과 구별하여 이르는 말을 인류(人類), 사람의 힘이나 사람의 능력을 인력(人力), 이 세상에서의 인간 생활을 인생(人生), 학식과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인재(人材), 사람의 수효를 인원(人員), 사람으로서의 됨됨이나 사람의 품격을 인격(人格), 사람에 관한 것을 인적(人的), 사람을 가리어 뽑음을 인선(人選), 사람의 힘이나 능력으로 이루어지는 일을 인위(人爲), 사람의 몸을 인체(人體), 사람의 얼굴의 생김새를 인상(人相), 한 사람 한 사람이나 각자를 개인(個人), 나이가 많은 사람을 노인(老人), 남의 아내의 높임말을 부인(夫人), 결혼한 여자를 부인(婦人), 죽은 사람을 고인(故人), 한집안 사람을 가인(家人), 장사하는 사람을 상인(商人), 다른 사람을 타인(他人), 널리 세상 사람의 이야깃거리가 됨을 일컫는 말을 인구회자(人口膾炙), 인간 생활에 있어서 겪는 중대한 일을 이르는 말을 인륜대사(人倫大事), 사람은 죽고 집은 결딴남 아주 망해 버림을 이르는 말을 인망가폐(人亡家廢),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있다는 뜻으로 사람이 살고 죽는 것이나 오래 살고 못 살고 하는 것이 다 하늘에 달려 있어 사람으로서는 어찌할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인명재천(人命在天), 사람의 산과 사람의 바다라는 뜻으로 사람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모인 모양을 이르는 말을 인산인해(人山人海), 사람마다 마음이 다 다른 것은 얼굴 모양이 저마다 다른 것과 같음을 이르는 말을 인심여면(人心如面), 여러 사람 중에 뛰어나게 잘난 사람을 두고 이르는 말을 인중사자(人中獅子), 여러 사람 중에 가장 못난 사람을 이르는 말을 인중지말(人中之末), 사람의 죽음을 몹시 슬퍼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인금지탄(人琴之歎),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뜻으로 사람의 삶이 헛되지 아니하면 그 이름이 길이 남음을 이르는 말을 인사유명(人死留名), 사람은 곤궁하면 근본으로 돌아간다는 뜻으로 사람은 궁해지면 부모를 생각하게 됨을 이르는 말을 인궁반본(人窮反本), 사람이면서 사람이 아니라는 뜻으로 사람의 도리를 벗어난 사람을 일컫는 말을 인비인(人非人), 인생이 덧없음을 이르는 말을 인생무상(人生無常), 사람의 근본은 부지런함에 있음을 이르는 말을 인생재근(人生在勤), 인생은 아침 이슬과 같이 짧고 덧없다는 말을 인생조로(人生朝露), 남의 신상에 관한 일을 들어 비난함을 이르는 말을 인신공격(人身攻擊), 아주 못된 사람의 씨알머리라는 뜻으로 태도나 행실이 사람답지 아니하고 막된 사람을 욕하는 말을 인종지말(人種之末), 남이 굶주리면 자기가 굶주리게 한 것과 같이 생각한다는 뜻으로 다른 사람의 고통을 자기의 고통으로 여겨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함을 이르는 말을 인기기기(人飢己飢), 인마의 왕래가 빈번하여 잇닿았다는 뜻으로 번화한 도시를 이르는 말을 인마낙역(人馬絡繹), 얼굴은 사람의 모습을 하였으나 마음은 짐승과 같다는 뜻으로 남의 은혜를 모름 또는 마음이 몹시 흉악함을 이르는 말을 인면수심(人面獸心), 사람은 목석이 아니라는 뜻으로 사람은 모두 희로애락의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목석과 같이 무정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인비목석(人非木石), 정신을 잃고 의식을 모름이란 뜻으로 사람으로서의 예절을 차릴 줄 모름을 이르는 말을 인사불성(人事不省) 등에 쓰인다.
▶️ 革(가죽 혁, 중해질 극)은 ❶상형문자로 가죽을 손으로 벗기고 있는 모양으로 改(개)나 更(갱)과 음과 뜻이 모두 관계가 깊어 새롭게 하다, 새로와지다의 뜻으로 쓰여진다. ❷상형문자로 革자는 ‘가죽’이나 ‘펴다’, ‘고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革자는 동물의 가죽을 그린 것으로 금문에서는 총 두 가지 형태가 등장하고 있다. 하나는 동물의 가죽을 펼쳐놓은 모습을 그린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손으로 동물의 가죽을 펼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이 두 종류 모두 동물의 가죽을 가공하는 단계를 표현한 것이다. 예로부터 동물의 가죽은 옷이나 신발을 만드는 재료로 쓰였었다. 그러니 革자는 필요에 맞게 사용하기 위해 가죽을 펴고 무두질을 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라 할 수 있다. 革자가 皮(가죽 피)자와 구별이 되는 것은 가공단계의 가죽을 그린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펴다’나 ‘고치다’와 같은 뜻도 파생되어 있다. 그래서 革(혁, 극)은 (1)짐승의 가죽을 바라서 만든 타악기(打樂器). 팔음(八音)의 하나임 (2)혁괘(革卦) 등의 뜻으로 ①가죽 ②가죽의 총칭(總稱) ③가죽 장식(粧飾) ④갑옷, 투구(쇠로 만든 모자) ⑤피부(皮膚) ⑥북(팔음의 하나) ⑦괘(卦)의 이름 ⑧날개 ⑨늙다 ⑩(날개를)펴다 ⑪(털을)갈다 ⑫고치다(=改, 更), 그리고 ⓐ중(重)해지다, 위독해지다(危篤)(극) ⓑ엄(嚴)하다(매우 철저하고 바르다), 심(甚)하다(정도가 지나치다)(극) ⓒ지독(至毒)하다(극) ⓓ빠르다(극)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될 화(化), 고칠 개(改), 바꿀 역(易), 고칠 경(更), 살갗 부(膚), 껍질 각(殼), 갑옷 갑(甲), 가죽 피(皮), 겉 표(表), 변할 변(變)이다. 용례로는 일체의 묵은 제도나 방식을 고쳐서 새롭게 함을 혁신(革新), 낡아서 못 쓰게 된 것을 개혁하여 없앰을 혁파(革罷), 새롭게 뜯어 고침을 혁개(革改), 제도나 법령 따위에서 묵은 것을 고침을 혁고(革故), 겉모양만 고치고 속은 고치지 아니함을 혁면(革面), 마음을 고쳐 바꿈을 혁심(革心), 나라의 왕조가 바뀜을 혁세(革世), 묵은 것을 고치고 새롭게 나아감을 혁진(革進), 직책을 박탈하여 내쫓음을 혁추(革追), 이전의 규정을 고쳐서 책임이나 의무를 다른 데로 옮기어 넘겨 줌을 혁부(革付), 묵은 법의 폐해를 없애 버림을 혁거(革去), 새롭게 고치어 낡은 것을 없애 버림을 혁거(革袪), 가죽으로 만든 띠로 바지 따위가 흘러내리지 않게 허리의 옷 부분에 둘러매는 띠를 혁대(革帶), 가죽으로 된 그 본바탕을 혁질(革質), 가죽으로 예술적인 물품을 만드는 일을 혁공(革工), 가죽으로 지은 신을 혁리(革履), 가죽처럼 빳빳한 모양을 혁상(革狀), 일자리나 직무를 물러나게 함을 혁직(革職), 새롭게 뜯어 고침을 개혁(改革), 급격하게 바뀌어 아주 달라짐을 변혁(變革), 변천되어 온 내력으로 지나온 경과를 연혁(沿革), 잠깐 동안 고침을 잠혁(暫革), 용감하게 고침을 용혁(勇革), 폐지하여 없애 버림을 폐혁(廢革), 오래된 폐단을 갑자기 고치거나 버려서 없앰을 거혁(遽革), 폐단이 되는 일을 모두 새롭게 고침을 돈혁(頓革), 고쳐서 새롭게 좋게 함을 경혁(更革), 금지하여 없애 버림을 금혁(禁革), 면도칼 따위를 가는 데 쓰는 가죽을 연혁(硏革), 병이 위독하게 됨을 병혁(病革), 병세가 매우 위중함을 질극(疾革), 옛 것을 고쳐서 새롭게 하려고 꾀한다는 말을 혁구도신(革舊圖新), 마음을 바르게 고치고 면모를 바꾼다는 말을 혁심개면(革心改面), 말의 가죽으로 자기 시체를 싼다는 뜻으로 옛날에는 전사한 장수의 시체는 말가죽으로 쌌으므로 전쟁에 나가 살아 돌아오지 않겠다는 말을 마혁과시(馬革裹屍), 피를 흘리지 아니하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루는 혁명을 무혈혁명(無血革命), 성씨를 바꿔 천명을 혁신한다는 역성혁명(易姓革命) 등에 쓰인다.
▶️ 面(낯 면/밀가루 면)은 ❶상형문자로 麵(면)과 麪(면)의 간자(簡字)이고, 靣(면)은 속자(俗字)이다. 面(면)은 사람의 얼굴과 그 윤곽을 나타낸다. 나중에 물건의 거죽이나, 얼굴을 그 쪽으로 돌리다 따위의 뜻으로도 쓰인다. ❷상형문자로 面자는 사람의 '얼굴'이나 '평면'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面자는 사람의 머리둘레와 눈을 특징지어서 그린 것이다. 面자의 갑골문을 보면 길쭉한 타원형 안에 하나의 눈만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사람의 얼굴을 표현한 것이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面자가 단순히 '얼굴'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사람의 얼굴에서 비롯되는 '표정'이나 '겉모습'이라는 뜻으로도 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面(면)은 (1)겉으로 드러난 쪽의 바닥 (2)입체(立體)의 평면(平面), 또는 겉면 (3)검도(劍道)나 야구(野球)에서 다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얼굴에 쓰는 제구(諸具) (4)향하고 있는 어떤 쪽 (5)신문 따위의 페이지 (6)낯이나 체면(體面) (7)인쇄한 책장이나 종이장의 한 쪽, 또는 이것을 세는 단위(불완전 명사). 쪽. 페이지 (8)몇 개의 이(里)로 구성된, 군(郡)의 관할에 딸린 지방 행정 구역 단위의 하나. 종래 하급 보통 지방자치단체의 하나이었으나, 하급 보통 지방자치단체인 군의 단순한 행정 구역으로 되었음. 등의 뜻으로 ①낯, 얼굴 ②표정(表情), 얼굴빛 ③모양, 모습 ④겉, 표면 ⑤겉치레 ⑥탈, 가면(假面) ⑦앞, 면전 ⑧방면(方面), 쪽 ⑨평면 ⑩면(행정 구역 단위) ⑪면(물건의 세는 단위) ⑫밀가루 ⑬보릿가루 ⑭국수 ⑮만나다 ⑯대면하다 ⑰등지다, 외면하다 ⑱향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한 면의 관할 구역 안을 면내(面內), 얼굴에 있는 잔털이나 수염을 깎는 일을 면도(面刀), 대하여 보고 있는 앞을 면전(面前), 얼굴을 마주 대함을 면접(面接), 얼굴을 대하여 만나봄을 면회(面會), 면에 사는 주민을 면민(面民), 일정한 평면이나 구면의 크기를 면적(面積), 면담(面談)서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눔을 얼굴을 서로 알고 있음을 면식(面識), 바로 그 사람앞에서 잘못을 책망함을 면책(面責), 얼굴을 마주하여 꾸짖거나 논박함을 면박(面駁), 물체의 상하나 전후 이외의 좌우의 면을 측면(側面), 물체의 뒤쪽에 있는 면을 이면(裏面), 어떠한 사실과 반대되거나 다른 방면을 반면(反面), 일이 되어 나가는 상태 또는 그 장면을 국면(局面), 밖으로 나타난 모양 또는 대면하기를 꺼려 얼굴을 다른 쪽으로 돌려 버림을 외면(外面), 어떤 범위의 전체를 전면(全面), 바깥 면이나 겉모양을 표면(表面), 어떤 지역이 있는 방향 또는 그 일대를 방면(方面), 얼굴을 씻음을 세면(洗面), 눈 코 입 등이 있는 머리의 앞쪽 또는 사람끼리 서로 아는 것을 안면(顔面), 일이 바로 눈앞에 닥침을 당면(當面), 얼굴 생김새가 밉살스러움을 이르는 말을 면목가증(面目可憎), 서로 얼굴을 통 모른다는 말을 면목부지(面目不知), 얼굴이 아주 새로워졌다는 말을 면목일신(面目一新), 벽을 향하고 아홉 해라는 말을 면벽구년(面壁九年), 얼굴빛이 흙빛과 같다는 말을 면여토색(面如土色), 겉으로는 순종하는 체하고 속으로는 딴 마음을 먹는다는 말을 면종복배(面從腹背)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