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영일(포항)
김왕노
아직도 모래 언덕에 막소금 같은 별이 뜰 걸
신비한 산 갈치 물가에 밀려나
은빛 지느러미 퍼덕일 가을 바닷가
고구마 알이 굵어 가면
바다에 드나들며 조개 잡던 아이들 불알도
위로 착 올라붙어 제법 굵어져서
담벼락에 누구와 누가 뭐, 뭐 했다는 낙서를 하고
글자를 깨우친 아이가 낙서 앞에 서서
뭐, 뭐가 뭐야 하면
너도 어른이 되면 뭐, 뭐를 알게 될 거야 하면
뭐, 뭐가 좋은 거야. 나도 빨리 어른이 돼야지 하다가
그런데 어른이 뭐야 하며 질문과 대답이 이어지는 사이
푸른 파도소리가 끼어들고 갈매기가 울고 해국이 피고
아직도 고향 바닷가에 아이들이 뛰놀고
수평선을 넘어가는 배를 바라보며 먼 나라를 꿈꾸고
짜디짠 바닷물에 담근 불알이 단단히 여물어 가고
소녀들은 바닷바람에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끝없이 피어나는 뭉게구름을 바라보며 먼 바다로
진주 조개잡이 떠나는 처녀가 되기를 꿈꿀까.
칠월이면 청포도가 알알이 익어가는 내 고향
연오랑과 세오녀의 설화가 파도 끝에 물보라로 피어나면
망망대해로 고래잡이 떠나고픈 내 꿈
일렁이는 물미역 사이에서 해마로 울 텐데
웹진 『시인광장』 2023년 11월호 발표
김왕노 시인
199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꿈의 체인점〉으로 당선. 《한국디카시학》을 통해 포착과 직관, 이미지 확산의 빅뱅 『연잎의 기술』로 평론 등단. 시집 『황금을 만드는 임금과 새를 만드는 시인』외 16 권 출간. 박인환 문학상, 지리산 문학상, 디카시 작품상, 한성기 문학상, 2018년 제 11회 웹진 시인광장 선정 올해의좋은시상, 시작문학상, 제 1 회 한국디카시학작품상, 세종문화예술대상, 황순원 문학상 등을 수상. 현대시학 회장 및 수원문학 주간 역임. 현재 한국 디카시 상임이사, 시인축구단 글발 단장, 한국시인협회 부회장, 문학잡지《시와 경계》주간, 웹진 시인광장 주간, 한국디카시학 주간.
[출처] 내 고향 영일(포항) - 김왕노 ■ 웹진 시인광장 2023년 11월호 신작시 ㅣ2023년 11월호ㅣ 2023, Novemberㅡ 통호 175호 ㅣ Vol 175|작성자 웹진 시인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