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란 무엇인가??? 답은 없을 것이다. 건강과 생명에 관한 과학적인 탐구가 계속되고 ‘웰빙’이라는 문화 아이콘이 사회의 이슈가 되는 만큼 우리는 장수의 비결을 더 찾고, 더욱 오랫동안, 더욱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 바로 우리 인간의 죽음을 피하려는 행동들이 아닐까??
하지만 죽음은 우리에게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가장 멀리 있다. 텔레비전, 라디오, 영화, 각종 책을 보아도 죽음은 우리 곁에 있다. 신문과 뉴스에서도 사람의 죽음은 이제 일상적이다 못해 지루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죽음을 본능적, 이성적으로 멀리하려 한다. 죽음을 희화화하여 개그의 소재로까지 사용하는 오늘이지만 그건 모두 타인의 죽음일 뿐, 자기의 죽음이 아니기에 우리는 관심 밖 일로 여기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죽음은 그것이 아니다. 죽음은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이별이며, 자아의 소멸이고, 끝이다. 그러한 죽음의 기본적 의미와 죽음은 고통 적이며 슬픈 것이라는 사회의 방송매체가 만들어낸 허상적 이미지가 결합해 우리는 죽음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우리에게 점점 다가오는 죽음을 애써 외면하려 하는 것이다. 곧, 죽음은 두려운 것이 되고 만다.
10월 8일 토요일 -인생과 죽음에 관한 고찰-
인생이란 10대 수험생에겐 지옥이고, 모든 게 불확실한 20대에겐 어둡고 지루한 터널일 수 있다. 3,40대에겐 떨어지지 않으려고 정신없이 매달려야하는 절벽의 외줄이며 5,60대에겐 지치고 피곤한 채로 물러나야 하는 게임이 끝난 축구 선수일지 모른다.
하지만 인생은 짧은 것이 아니라 길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떨까? 매일 사람들과 부대끼며 서로 연락하고 싶어 하고 만나고 싶어 하며 즐거움을 찾으려하는 우리에게 인생은 혹시 길지는 않는 것일까..? 이제껏 해왔던 일들이 많고 바로 지금 해야 할 일들이 산재해 있으며, 내일 다시 만나게 될 일상들이 너무 많다면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자신을 돌아보고 인생을 가꿔가야 할 것이다. 어쩌면 인생은 바쁘고 힘겹게 살아야할 경주가 아니라 한 걸음 한 걸음을 음미하는 여행일 수도 있다. 누군가 말했다. 오늘은 신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라고.
그 선물의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마무리로 죽음을 받아들이면 어떨까? 우리는 죽음을 진정 슬프고 아프고 괴로운, 삶의 반대되는 적으로 받아들여야만 하는가?
10월 9일 일요일 -詩-
천상병 - 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왔더라고 말하리라......
죽음에 대해서 무서움이 느껴진 다기보다는 모두들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해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는 것이 참 가슴에 와 닿는다. 하늘로 돌아간다는 표현이 우리들이 죽어서 무서운 표현보다는 더 경험을 하고 돌아간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도 죽으면서 편안하게 웃으며 세상이 즐거웠었다고 말하고 싶다.
10월 11일 월요일 -환상-
죽음은 너에게도 나에게도 온다. 그것은 사실이요, 진실이다. 하지만 죽음은 예고되어 있지 않기에 우리는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알지 못한다. 다만 그 후의 미지의 세계가 알려져 있지 않기에 우리는 겁내고 두려워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때문에 그러한 죽음 앞에 당당한 사람들이나 역사 속 영웅들의 위대한 죽음을 보게 되면 우리는 뭔가 우리 자신이 가지지 못한 그래서 행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것일 것이다......
우리는 겁이 있다. 많고 적음을 떠나 겁이 있기에 신중해지고 두려워 지는 것이다. 죽음을 받아들이고 난 후에 우리가 만나는 또 다른 세계는 지금 현세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 두려움의 대상이요, 신중해야할 그 무엇이다. 결국 우리는 좀 더 익숙하고 좀 더 잘 알고 있는 이 세계를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다. 삶의 연장은 이러한 기본적인 인간의 내면과 맞닿아 있다.
어쩌면 우리는 가장 거대하며 가장 보편적인 환상에 젖어있는 것이다.
10월 14일 금요일 -2004.02 , 동아일보 사설 발췌-
자살률이 세계 1위를 기록하는 등 최근 우리사회에서 자살. 사고. 재해 등으로 건강하지 못한 죽음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인간답고 밝은 죽음을 모색하기 위한 모임이 결성된다.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와 한림대 한림과학원은 28일 서울 YWCA회관에서 '밝은 죽음을 준비하는 포럼'(http://www.gooddeath.or.kr)을 결성하고 인간답고 밝은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기 위한 활동에 돌입한다고 27일 밝혔다. 이들은 '죽음준비 교육, 왜 실시해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국제세미나를 시작으로 미국과 러시아, 일본의 죽음준비 교육에 대해 연구하고, 국내 죽음준비 교육 도입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포럼을 기획한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 최승주씨는 "우리 사회는 죽음에 대한 교육이 돼있지 않아 갑자기 닥쳐오는 죽음에 대한 준비도 미흡하다"라며 "죽음은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언젠가는 맞부딪혀야 할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비된 죽음을 맞아야 한다는 생각에 지속적인 노력을 함께 기울이기 위해 포럼을 결성하게 됐다"라며 "자료수집과 토론 등 기초적인 작업을 온라인상에서 함께 하며 죽음준비교육을 위한 토대를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럼에는 호스피스회, 장묘문화 관련단체, 생명윤리위원회 회원, 국내 대학의 철학과 교수, 고교 윤리교사 등이 회원으로 참여한다. 이들은 28일과 올 가을에 죽음 준비교육에 관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책자보급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죽음 준비교육의 필요성을 알리는 동시에 이를 교육하기 위한 교육자 양성 프로그램과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10월 20일 목요일 -시간과 사람이 만들어낸 이름. 죽음.-
가끔씩 정말 궁금한 것이 있다. 바로 시간이다. 가만히 생각해 본다. 시간이라는 개념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변하게 만든다. 생명이 있는 것에는 노화와 죽음을. 생명이 없는 물질들에겐 변형과 노후화를. 우리가 살고 있는 일정한 테두리(그것이 우주이든 무엇이든 상관없다)를 벗어나면 그 곳에도 과연 시간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시간이라는 개념. 만물을 변하게 만드는 그 흘러감. 물질적인 힘이나 방향성이 없이 흘러가는 그 시간이라는 개념이 혹시 우리 생명을 죽음이라는 곳으로 인도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 우리는 생각할 수도 없는 광활한 공간. 바로 시간이라는 그 속에 살고 있으며 그 시간의 흐름이 있기에 변하고, 늙어가고 죽어간다. 만일 우주 저 편 어딘가에 시간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이 있다면 그 곳에 사는 생물들은 어쩌면 죽지 않고 늙지 않고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시간이라는 것을 모른 채 영원한 삶을 영위할지도 모르겠다.
--시간은 죽음을 만들어 낸다.
내 친구 얘기를 하나 할까 한다. 그녀는 나랑 같이 부산대학에 입학한 나랑 나이가 같은 다른 과의 사람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동아리라는 단체를 매개로 알게 되었다. 곧잘 말이 통하고 생각이 비슷해 우리는 금방 친해졌고 그녀가 동아리 탈퇴 후에도 우리는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자주 연락을 하고 지낸다. 그렇다고 애인이라든지 이성 친구는 아니다.
그런 그녀에겐 남들과 다른 특이한 점이 있었다. 바로 죽음과 자살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활발하지 않고 곧잘 자신의 모습을 주위사람들에게 들어내지 못하는 그녀이지만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 밤새워 울 정도로 감수성이 풍부한 그녀이기도 했다. 결국 그녀는 나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어떤 이유로 인하여 자살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겼다. 그 당시 나는 군 복무 중이라 그 사건이 있은 후 친구로부터 그 얘길 들었다. 그녀는 방과 후 방문을 잠그고 수면제 수십여알을 한꺼번에 먹고 영원한 잠을 청했다. 그녀는 평소 나에게 말하던 대로 영원한 평안을 얻기 위한, 나 자신을 위할 줄 알고 슬픔을 알기에 택하는 아름다운 자살을 행동한 것이다.
응급실에 옮겨져 위세척 등 수많은 치료와 정신 상담을 받은 후 지금 그녀는 외형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그 후 학교를 자퇴하고 지금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공부를 하고 있지만 그녀는 그 죽음과의 조우 후 좀 더 건강하고 진취적인 삶을 산다. 죽음이나 자살에 대한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스스로의 죽음 이후로 뭔가 변화가 있었으리라.
그녀는 나에게 이런 말을 하곤 했다. “사람이 만든 죽음이 사람을 죽인다.”
어쩌면 죽음은 인간이 만들어 낸 가장 원천적이며 가장 솔직한-그것은 가장 가식적이지 않은-인간의 이상향일지도 모를 일이다..

첫댓글 이전에 글 올리고 수정을 했더니 날짜가 27일로 되어 있군요. 죄송합니다.
[4]독특한 전개방식이 기억에 남네요. 주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신것 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4]전개 방식이 신선하고 좋네요. 주제에 대한 내용도 충실한 것 같아요.
[4]하루하루 다른 테마로 전개되는 방식이 독특한 글입니다. 주제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이 엿보이구요. 잘 읽었습니다.
(4)독특하고 새로운 전개방식이네요.. 글 마무리의 인간의 이상향.. 좋은글 감사합니다
[3] 매일 일기를 쓰시나요? 그렇지 않으시다면 지금이라도 매일 매일 단상을 기록해보시라고 말씀드립니다.
과제물 점수는 퍼팩트이네요. 어제 기말고사 채점을 해서 말이죠... 답안지에 문의한 내용은 기말고사 성적 처리가 끝난 뒤 이멜로 보낼게요. 힘내구요. 열심히 살면 안 되는 일이 없다구요*^^*
네. 감사합니다. 교수님도 항상 건강하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