ㅉ
윤은영
땀내 나는 옷을 벗자 후두두둑 한 종류의 쌍자음들이 쏟아진다 온종일 숯불 앞에 서서 오기를 발아래 부려놓고는 짠기를 들어 올렸다 이십 년 뿐이 안 된 콘크리트 집 안에서 육십이라는 연세는 공경할 수준이 못 된다 은퇴는 양말 벗기보다도 어렵다
식탁에 앉으면 말 많던 하루가 음소거된다 오로지 짠한 술잔에서 짠하지 못한 고독만이 출력된다 증류주로도 희석할 수 없는 한 종류의 자음만이 차고 넘친다 누군가 귓가에서 혀를 차는 중인 것 같지만 발칙한 아침 새소리로 들리는 것은 왜일까
시장 좌판에서 쪽파가 쫒파로 있다 신성한 무식함이 휘갈긴 글자 속에 받침 때문에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고 있는 낱자, 평생이라는 말은 감자칩을 들어 올린 손이 소금을 털어내는 것처럼 수월하지만은 않다 종일 수백 근의 고기를 익혀 내고도 좀처럼 익지 않는 행복을 떠올린다 그을음 묻은 가슴을 닦아내니 한 종류의 자음이 때처럼 밀려 나오고 있다
웹진 『시인광장』 2023년 10월호 발표
윤은영 시인
2010년 『미네르바』로 등단
시집 『시옷처럼 랄랄라』
제3회 계간문예지 우수작품상 수상
[출처] ㅉ - 윤은영 ■ 웹진 시인광장 2023년 10월호 신작시 ㅣ2023년 10월호ㅣ 2023, September ㅡ 통호 174호 ㅣ Vol 174|작성자 웹진 시인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