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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원은 1994년 미국월드컵 당시 스페인전에서 2-2동점골을 넣었다.(AFP/ 유로포토) |
시즌 첫 골(그라츠 AK전 9월 9일)을 축하한다.
경기장에서 홍순학과 같이 몸을 풀며 이야기를 나누다 후반 교체돼 들어가자마자 골을 터트렸다. 후배가 보는 앞에서 터트린 골이라 더욱 기쁘다.
소속팀(SV 리드)은 최근 성적이 그리 좋지 못한데
올시즌 초반 인터토토컵과 UEFA컵 예선을 치르느라 다른 팀들보다 6경기를 더했다. 조직력과 선수들 컨디션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라 정상적인 전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젠 UEFA컵에서 탈락했기 때문에 리그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팀 분위기도 많이 살아났기 때문에 이제부터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
첫 골을 기록했던 상대팀인 그라츠 AK에서 노병준과 홍순학 선수가 뛰었다.
경기 전에 만나 많은 이야기를 했다. 팀에서 대우도 좋은 것 같고,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았다. 경기 끝나고 전화통화도 했다. 시간날 때 집에 놀러 오라고 했는데, 대답만 하고 아직 오진 않고 있다.(웃음)
지난 시즌도 그렇고, 전성기에 비해 오히려 기량이 좋아진 것 같다.
솔직히 스피드는 과거에 비해 떨어진다. 그러나 경험, 경기를 읽는 눈, 그리고 경기를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은 예전보다 더 좋아졌다.
오스트리아리그에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
다른 유럽팀들도 그렇지만 클럽 운영방식과 시스템이 잘 정비돼 있다. 한국은 선수들이 회사에 속해있는, 다시 말해 많은 팀들이 회사 홍보에 목적을 두고 운영된다. 물론 시민구단들도 생겼지만. 그러나 여기 축구팀들은 완전히 독립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시스템 자체가 전적으로 선수들을 위해 존재한다. 결국 선수 스스로가 프로라는 강한 자존 의식을 갖게 되고, 열심히 하려는 의욕을 고취시키게 된다.
오스트리아에서 3시즌째를 맡고 있는 서정원.(AFP/ 유로포토) |
구체적으로 K리그와 비교해 본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이곳에선 어릴 적부터 선수들에게 자율성과 창의성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선후배 관계가 엄격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억압된 축구를 한다. 학원 축구의 선배들이나 코치들도 그렇게 배워왔기 때문에 똑같은 방식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런 방식은 선수 개개인의 개성을 살려내지 못하고 창의적인 플레이를 위축시키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드리블이 좋아서 축구를 하게 된 선수에게 성적을 위해서 팀 플레이와 체력만을 강조한다면 그는 자신의 장점을 잃어버리게 된다. 선수 개개인이 가진 장점을 잘 살려주어야 한다. 윽박지르기 보다는 드리블을 할 때와 안 할 때를 어떻게 구별해야 하는지를 자세히 설명해주고 이해시키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지도자 과정은 잘 진행되고 있나.
팀에서 플레잉 코치를 계속하고 있다. 시간이 나는 대로 오스트리아 코칭 스쿨에 가서 공부도 한다. 12월에 받게 되는 코칭 스쿨 정규코스는 구단에 양해를 구하고 이수할 예정이다.
본래부터 올시즌에도 계속 선수생활을 하려고 생각했나
처음에 오스트리아에 올 때는 1년 정도만 선수생활을 하다가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6개월 정도 뛰고 보니까 체력에도 문제가 없었고, 계속 선수로 활약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리그 분위기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선수로 뛰는 것이 행복했다. 체력만 받쳐 준다면 계속 선수생활을 병행할 예정이다.
서정원은 2002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수원 삼성의 핵심선수였다.(AFP/ 유로포토) |
평소 체력관리는 어떻게 하나?
항상 그랬지만 술, 담배는 절대 하지 않고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은 손대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체중관리라고 생각한다. 특히 자신이 가장 잘했을 때의 체중을 나이와 상관없이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껏 선수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은 체중이 늘어나면 절대로 100% 컨디션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단 1kg만 늘어도 그렇다. 후배들에게도 이 얘기는 꼭 해주고 싶다. 체중관리가 생명이다.
오스트리아리그 수준은 K리그와 비교했을 때 어떤가?
수준 차이를 논하기 보다는 나름대로 색깔이 있는 것 같다. 그동안 오스트리아리그는 침체기를 겪고 있었는데 2008년 유럽 선수권을 유치한 이후부터는 국가적으로 많은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유소년 시스템에도 과거보다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리그 수준도 최근 몇 년 동안 계속 상승하고 있다.
팀내 최고참이다. 동료 선수들이 맏형다운 대우를 해주나?
그럼 코치한테 대들겠나?(웃음) 선수들 모두 잘 해준다.
페예노르트에서 송종국과 함께 뛰던 종사가 영입됐다.
알고 있다. 그가 먼저 와서 얘기하더라. 송종국과 같이 뛰었다고. 현재 3경기 정도 출전했는데 팀에 잘 적응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잘 하는 선수다.
감독이 된 수원출신 올리가 한국축구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던데
UEFA컵과 챔피언스리그에서 올리감독이 활약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자랑스러웠다. 빅 클럽도 아닌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린 유럽 선진축구에서 좋은 점만 잘 받아들이면 된다. 그리고 한국축구의 장점과 잘 접목시키면 그것이 최고의 축구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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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에 와서 축구철학이 바뀐 게 있나?
유럽 무대로 오려고 노력한 계기는 크라머감독에게 있다. 가장 존경하는 감독도 크라머감독이다. 올림픽을 앞두고 1991년에 한국에 왔는데, 그분이 여러 리그 문화의 장점들을 상당히 많이 접목시켜 줬다. 당시 지도를 받았던 대부분의 동료 선수들도 크라머감독을 최고의 지도자라고 이야기 한다. 좋은 지도자를 만난다는 것은 선수에게 있어 매우 중요하다.
가족들은 어떻게 지내나?
아이들은 학교에서 잘 적응하고 있다. 큰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인데 이젠 독일어도 제법 잘한다.
수원팬들은 당신을 매우 보고 싶어하는 것 같다.
여기서 매번 우리팀 어떻게 됐는지 인터넷으로 보고 있다. 서포터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받았기 때문에 언젠간 그 빚을 꼭 갚고 싶다. 또 어떻게 갚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일단 최근에 든 생각은 은퇴할 때 수원에 가서 은퇴경기를 하는 것이다.
SPORTS2.0 제 18호(발행일 9월 25일) 기사
장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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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자랑스럽습니다.. ^^
말그대로 모범.....
진정한 회춘
수원에서 은퇴경기 !
- ㅇ - b 최고
해외에 진출해서 진정으로 뭔가를 느낀것 같다.
여기서 매번 우리팀 어떻게 됐는지 인터넷으로 보고 있다. 우리팀이라는 말을 쓰네요 ㅠㅠ 세오 화이팅!!
우리팀..수원팬입장에선 정말 최고지만..만약...리드팬이 들었다면....;;; 서운하겠네요...ㅋㄷㅋ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