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후가 제발 오지 않길 바랬던 서한이의 참관일은 성큼 다가왔다.
"연후야!! 이게 나아. 이게 나아?"
조례시간에 담임선생님에게 얼굴도장만 찍고 집으로 돌아와
서한이의 유치원에 가기 위해 열심히 준비중인 설화와 연후.
설화는 전 날 사둔 하이웨스트 스커트에 블라우스를 대 보며 연후를 괴롭힌다.
"응?! 말해봐!! 어떤 게 더 낫냐니까?"
"그냥 아무거나 주워입고 가!-_-"
"아 그래도!!"
"-_- 귀찮게. 거기 하얀 리본 묶는거 그거 입어"
"그럴까? 기다려!! 입고 나갈게!!"
몇 분 후 거의 빛의 속도로 옷을 입고 나온 설화
패션쇼를 하듯 연후 앞에서 우아하게 걸어보인다.
"어때? 괜찮아?"
"어. 늦겠다. 빨리가자"
잘 빠진 수트를 입은 연후는 늑장부리는 설화를 이끌고 누리유치원으로 향한다.
누리 유치원에 들어가려고 하자 설화와 연후를 잡는 유치원 선생님 한 분.
"반갑습니다, 어머님 아버님^^ 아이 이름이..?"
"서한이예요^^ 우서한^^"
"아~ 서한이 어머님 아버님이셨구나~"
"네^^ 일(학업이지만 비밀) 때문에 바빠서 못 찾아뵈었네요. 죄송합니다."
"아녜요~ 제비꽃반은 2층에 올라가시면 바로 보일거예요^^
서한이 보시고 1층 강당으로 내려와 주시면 됩니다^^ 여기 이름표 받으시구요^^"
"네^^"
유치원만 오면 조용해지는 연후의 손을 잡고 질질 끌며 2층으로 올라가는 설화.
통로 끝. 유일하게 통로쪽을 바라보는 곳에 있는 제비꽃반.
설화는 헤맬 필요가 없어서 다행이라는 듯이 쪼르르 달려가서
창문에 딱 붙어 요리조리 서한이를 찾는다.
"우리 아들 공부 열심히 잘 하네~"
"거게 무슨 공부냐-_- 그냥 그림 그리는구만."
"-_- 멍청아. 저게 바로 미적 감각을 일깨워 주는 수업인거다-_-"
"미적감각은 웃기시네-_-"
"아우 시끄러! 빨리 강당으로 내려가기나 해!"
"-_- 마누라라고 하나 있는게 바가지는 있는 바가지 없는 바가지 다 긁어요"
"뉴스 한번 나볼래?! 앙? 하나있는 마누라한테 맞아 죽은 17세 우모군 이러면서?-_-"
둘이 열심히 으르렁 거리며 싸우고 있는데 뒤에서 들리는 밝고 시끄러운 목소리
"꺄아악! 연후야! 설화야!! 승하도 왔어~!!"
시끄러운 소리에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는 설화와 연후.
거기엔 아니나 다를까 승하가 두 팔을 벌리고 뛰어오고 있었다.
순간 '여기 계속 있으면 저 새끼 때문에 조용한 나날을 보낼 수 없어..'라는 생각이 스치는 설화와 연후.
두 사람은 눈빛을 한번 교환하고는 런던 올림픽을 겨냥하듯 강당으로 미친듯이 뛰어갔다.
"헥헥.. 아이고 죽겠다.."
"이승하 저자식이 여기까지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_-"
"내 말이 바로 그 말이야. 헥헥.. 아이고.. 우리 자리가 어디지? 빨리 앉자 우리. 힘들어 죽겠어."
두리번 두리번 자리를 찾다가 드디어 '우서한 어린이 부모님'이라는 자리를 찾아서 앉는 두 사람.
숨을 고르고 이미 시작한 유치원 원장선생님의 말씀을 듣는다.
"....부모님께서는 절대 아이들의 수업에 개입하시면 안됩니다.
아이의 반에 들어가셔서 아이를 찾는다거나 하는 행동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참관실은 3층에 있습니다.
아이의 반을 찾아서 들어가시면 모니터로 아이들의 수업 상황을 바로바로 보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길디 긴 원장선생님의 말씀을 다 듣고는 3층으로 올라가는 설화와 연후.
2층의 교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한 3층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하며 제비꽃반 교실로 들어간다.
"와~ 연후야~ 되게 신기하다~ 나 유치원 다닐때는 이런 거 없었는데~"
"난 있었어-_- 니가 후진데를 다녔나보지-_-"
"뭐어어!! 씨이~"
투닥거리는 둘 사이에 끼어드는 낯선 목소리.
"어머^^ 부부가 참 다정하네요^^"
설화가 목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봤을 땐
입구에서 나눠 준 이름표에 '박연지'라고 쓰여져 있는 인상 좋은 아주머니가 웃고있었다.
"아..좋긴요~ 맨날 싸우기만 하는데~"
"그래도 싸울 때가 신혼같고 좋아요~ 나중에 나이들고 하면 싸우는 일도 귀찮아진다니까?"
"헤헤~ 그런가요?"
"그럼요~ 아. 그러고 보니 통성명을 안했네! 전 연지엄마예요^^"
"안녕하세요^^ 서한이 엄마예요^^"
"서한이 얘기 연지한테 많이 들어요~ 거의 제비꽃반 아이돌이던데요?"
"그래요~하핫!"
"네~ 서한이가 누구닮았나 했더니 엄마 닮았었네~"
"헤헤~ 감사합니다~"
"아녜요~ 젊어보이는데.. 나이가..?"
나이를 묻자 순간 당황해서 머리가 새하얘지는 설화.
설화가 곤란한게 느껴졌는지 연후가 끼어든다.
"안 젊어요. 올해 25입니다."
"아.. 서한이 아버님?"
"네. 안녕하세요"
"그래요^^ 그래도 일찍 결혼해서 낳았나보네~"
정신을 차린 설화가 다시 얘기를 시작한다.
"네~ 고등학교 때 내내 사귀다가 대학교 입학하자마자 부모님 허락받고 결혼했어요~
서한이는 허니문베이비구요^^"
"어머 그래요~? 오호호. 전 우리 연지를 너무 늦게 낳았어요^^
연지 위에 제일 작은 애가 초등학교 6학년이거든요^^"
"아~ 정말요~?"
이미 아줌마가 다 됐는지 아주머니와의 이야기를 서슴없이 하는 설화.
설화는 아주머니랑 이야기 하느라 서한이가 수업하는 건 하나도 못봤지만
서한이의 참관수업은 끝이났다.
"서한아~ 오늘 저녁은 뭘 먹을까?"
"음.. 오므라이스 먹어요!!!"
"그럴까~? 연후야 넌 어때?"
"그래"
"조오아써!! 장봐서 들어가자!!"
"네네네!!!"
설화가 서한이의 손을 잡고 먼저 뚜벅뚜벅 걸어가는 걸 본 연후는
서한이의 참관수업이 지났으므로 연두의 이야기를 해야한다는 걸 자각한다.
아무 생각 없었지만 연두의 일을 자각하자 갑자기 가슴 한 켠이 아려오는 연후.
그래도 설화가 걱정할까봐 아무렇지 않게 둘의 뒤를 따라간다.
"당근!! 당근이 어딨지?"
"여기요!! 당근 여기있어요!!"
"꺄~ 서한이가 당근 찾았네~"
"헤헤헤~"
"자~ 이번엔 햄!!"
"햄 여기있어요!!"
"꺄~ 아무래도 우리 서한이는 천잰가봐~~"
장을 보고는 집에 들어가 밥을 볶는 설화.
그냥 밥하기는 심심하다고 생각해서 서한이와 '어디있지?' 놀이를 한다.
소파에 누워 텔레비젼을 보며 연두의 이야기를 어떻게 꺼내야 할지 고민하는 연후.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 아픈 일인지 인상을 찌푸린다.
"연후야!! 밥 다됐어!! 먹으러 와~"
"어"
"오므라이스으~>_<"
언제나처럼 밥을 먹지만 왠지 속이 더부룩한 연후다.
밥을 다 먹고 연후는 설화를 조용히 방으로 데려간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후.. 뭐라고 해야할 지 모르겠다.."
"그게 무슨 소리야? 왜그래 연후야"
".......나 한테 누나가 하나 있어"
*다음 화는 연후 누나 연두의 번외 입니다.
카페 게시글
하이틴 로맨스소설
[ 장편 ]
〃푸른고 전설 그녀석과 어리버리 그녀의 육아법〃-12-
곰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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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83
08.10.07 19:00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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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와와 처음부터 다봤어요 !!! > < 연후 역시 멋있어요 ㅜ 서한이 아빠 될자격 충분히있는데 !연후야!! 서한이 나한테 넘기면 안되겠니 !!ㅜ
꺄악~재밋어요 ㅎㅎ 드디어 궁금하던 연두의 번외편이 나오는건가??빨리 담편 써주세요
재밌어요^^
와~짱재밋어요^^연두에번외편짱기대되요^^다음편꼭볼게요님짱^^
담편!!담편!!담편!!담편!!x10 빨빨 기대할게요>_<♥
꺅 담편담편~완전 기대되는데요~
음....
재미있어요^^ 담편빨리써주셍요~~
슈슈슝 ㅠㅠ 왜 이렇게 빨리 다가온걸까요 ㅠㅠㅠㅠ 담편 기대할꼐영 ><!
설화는 착하니깐 들어줄수도//
너무재미있어요 ㅋㅋ 설화가 허락할것같은데요!!!!!
설화는 들어줄거에요!! 저전번화에서 연두언니한테 간다구 햇잔아요~ㅠ^ㅠ
설화은 씩씩하니까...들어줄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