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ㅡ 화광신문 창간 25주년에 부쳐
김 대 환ㅡ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오는 7월 3일은 화광신문이 창간된 지 25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화광신문은 니치렌대성인(日蓮大聖人)의 민중불법을 기조로 평화·
문화·교육운동을 추진하는 한국SGI의 기관지로 1991년에 창간되어, 이제
확실한 대한민국 민중의 정론지로 성장했다. 니치렌대성인은 1222년 일본에서
어부의 아들로 출생하여 어려서 출가했다. 불법(佛法)철학을 두루 섭렵하여
석존의 극의는 법화경에 있음을 깨닫고, 평생을 법화경 홍교에 바쳤다.
그런데 당시 일본은 다른 불교 종파들이 주류였을 뿐 아니라, 이들 종파는
막부와도 깊이 결탁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대성인은 많은 종교적 박해를 받았
다. 그러한 가운데 대성인은 대원(大願)을 세워 법화경을 계속 유포할 것인지,
핍박에 중단할 양이면 아예 처음부터 그만 둘 것인지 무수한 고뇌를 거듭했다
고 술회한 바 있다. 그러나 대성인은 결국 오늘날 SGI의 원류가 되는 불법의
씨앗을 뿌리기로 원을 세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대성인은 아무런 권위·권력도 없었고 또 결코 바라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오로지 종교적 깨달음을 바탕으로 한 민중구제의 대자비심
하나에 몸을 의탁했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성인으로 존경해 마지않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대성인은 정사(正邪)분별에는 냉철했다. 결코 어중간한
타협이 없었다. 그러나 대성인의 무기는 늘 '대화와 이해'였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말로 하자면 바로, 토론의 대용자(大勇者)였고 대화의
달인이었다.
화광신문 창간일인 7월 3일은 SGI에 있어서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바로
제2대 도다(戶田) 회장이 일본군국주의자들에게 체포되어 옥고를 치르고
병든 몸으로 출옥한 날이며, 그 제자 이케다(池田) SGI 회장이 무고하게
입옥된 날이다. 도다와 함께 투옥된 초대 회장 마키구치(牧口)는 신사참배
를 거부하다 결국 옥에서 순교했다. 불법은 석존 이래로 스승에서 제자로
청류가 전수됐다. 스승을 잃어버린 도다의 참담한 마음은 강렬한 복수심으로
불타올랐고, 그것은 역설적으로 불법 유포의 실천으로 나타났다. 그는
전후 국토와 함께 황폐화된 민중의 마음 속으로 한걸음 한걸음 깊이 파고들어,
스승이 말하고자 한 종교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렇게 하여 700여 년 간 잠들어 있던 니치렌불법을 깨워 대중화하는
초석이 됐다. 그 출발이 바로 출옥의 날인 7월 3일이다.
스승을 사모함이 하늘에 미쳤음인가. 스승 도다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던 제자 SGI 회장도 후에 같은 날, 권력에 의해 투옥된다.
그는 일본에서 1000만이 넘는 세대가 불법을 신앙하는 대업을 이뤘을 뿐
아니라, 전 세계 192개국·지역에 불법을 전한 민중운동의 지도자다.
이는 불법 역사에 있어서 초유의 일이다. 불교는 비폭력 철학을 근간으로
한다. 멀리는 석존, 가깝게는 니치렌의 불법철학을 세계에 알리는 것은,
평화로운 제3의 문명을 이루어 세계를 전쟁과 폭력에서 구하려는 운동이다.
그 종교적 신념은 견고하여 흔들림이 없으나, 그러한 세상은 대화를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는 대성인의 정신이 두 은사를 거쳐 SGI 회장에게 계승됐다.
미국의 한 개신교 대학에서 '간디·킹·이케다 평화건설의 유산전'을 전 세계적
으로 개최해 오고 있는 것은, 그를 인류정신의 계승자로 높이 평가했기 때문
이다. '대화를 통한 평화의 실현!' 이것은 종교를 초월한 인류보편의 가치며,
우리가 계승·발전해 가야할 세계시민의 윤리가 아닐 수 없다. 화광신문은
니치렌대성인의 자비와, 삼대에 걸쳐 면면히 이어져오고 있는 대화를 통한
평화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탄생했다. 그에 따라 화광신문은 불법을 기조로
세계평화, 문화, 교육, 환경 등을 보도하여 사회 국가 발전에 기여하며,
세계의 양심, 세계의 양식으로서 인간을 위한 신문을 지향하고 있다.
사람은 자신의 뜻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을 때 존엄한 존재가 된다.
그래서 언론·출판의 자유를 민주사회의 초석이라고 말한다. 오랜 역사적
경험을 거쳐 우리는 사상의 자유 시장을 통하여, 민주주의는 발전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민중이 주체가 되는 오늘날의 사회에서 언론·출판의 자유를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은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러나 21세기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중매체가 양적·질적으로 획기적인 발전을 함으로써,
이전과는 전혀 다른 국면을 보이기도 한다.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언론의
순기능과 함께, 거대 언론 앞에 개인의 인권이 무시되기도 한다.
누구를 위한 언론이며, 무엇을 위한 언론인가를 깊이 반문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를 맞이했다.
그러한 점에서 화광신문은 종교 신문이라는 특성에도 불구하고, 대중매체로서
새로운 신문의 길을 열고 있다. 법화경 28품에 나오는 많은 이야기의 공통점
은, 모두 부처의 생명을 찬탄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처의 생명을 찬탄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을 존중하고 타인을 존중한다는 의미다.
화광신문의 도처에는 보통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 실려 있다. 그들은 유명인
도 아니고 사회의 관심대상도 아니다. 우리의 이웃이고 친구며, 때로는
나이기도 하다. 화광신문은 오롯이 언론을 진정한 주인에게 돌려주고 있다.
이것은 신문역사에 있어서 새로운 사건일 뿐 아니라, 미래 신문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내가 주인인 신문, 그것이 화광신문이다.
'7·3'과 화광신문 창간 25주년 기념일
하반기는 사제불패의 정신으로 전진을!
'평화·인간주의의 빛' 비추는 기관지로
7월은 역대 삼대(三代) 회장이 대법홍통 자절광선유포(大法弘通慈折廣宣流布)
를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했던 달이다. 초대 회장 마키구치 쓰네사부로(牧口
常三郞)와 이사장(당시) 도다 조세이(戶田城聖)는 1943년 7월 6일, 일본
군국주의의 광기 어린 강한 탄압 아래 신찰을 거부해 투옥된다. 당시
감옥에 들어갔던 대부분의 간부와 회원들은, 모진 고문과 회유 등으로 퇴전해
버렸다. 하지만 오직 마키구치 회장과 도다 이사장만이 옥중에서 국가권력의
부당한 탄압에 맞서 싸웠다. 마키구치 회장은 감옥에서 순교했지만, 다행히
도다 이사장(훗날 제2대 회장)은 살아서 1945년 7월 3일에 출옥했다.
그리고 그날부터 초대 회장이 생전에 자주 말했던 '발적현본(發迹顯本)'의
학회 건설에 대투쟁을 시작한다.
도다의 이러한 목숨을 건 싸움으로 학회는 서서히 재건되었고, 1947년 8월
14일 좌담회에서 훗날 애제자로서 세계광포를 지휘할 청년 이케다 다이사쿠를
만난다. 열흘 후인 24일에 입회한 청년 다이사쿠는, 오로지 도다를 인생의
스승으로 삼고 신심과 직장일에 혼신의 힘을 다하며 스승을 보필한다.
그 후 스승을 만나고 10년째가 되는 1957년, 오사카 보궐선거에서 어느 학회원
의 분별없는 독단적인 행동으로 '위에서부터 내려온 지시'라는 사실무근의
죄를 뒤집어쓰고, 이케다 참모실장(당시)은 감옥에 들어간다. 이날이
기이하게도 7월 3일이다. 이렇게 7월은 역대 삼대 사제의 입옥과 출옥의 날이
있기에 사제불패(師弟不敗)의 정신이 맥맥이 흐르는 달이다.
하반기는 이 정신으로 전진하자!
이 의의 깊은 달에 '화광신문'은 탄생했다. 1991년 7월 3일 발행부수 5만부,
8쪽 세로쓰기 순간(旬刊)으로 출발한 화광신문은, 25주년을 맞은 현재 72만
5000여부를 발행하는 국내 최고의 주간지로 성장했다. 이것은 모두 본지에
대한 스승의 한없는 자애와 국내외 독자 여러분의 뜨거운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 본지를 배달하는 무관의 벗 칸나·사자후그룹, 그리고 현장의
소식을 신속히 전하는 통신원 여러분이 총력을 기울여준 덕분이다.
이 자리를 빌려 본지의 발전을 위해 크게 성원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이케다 SGI 회장은 "현대는 세계적으로 볼 때 이 '문자의 힘'이 약해진 시대
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쇠퇴한 문자의 힘'은 즉 '인간의 쇠퇴'며 '철학의
쇠퇴' '정의의 쇠퇴'에 통합니다. '화광신문'은 아무쪼록 이 '문자의 힘'을
소생시키고 부활시키면서, 문자로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 그리고 결합의
힘을 보내어 신세기를 더욱더 힘차게 이끌어 주십시오" 하고 말했다.
스승의 이 격려에 힘입어 본지는 보은하는 마음을 더욱 깊이 다지고, 앞으로
더한층 무관의 벗 칸나·사자후그룹 그리고 전국의 통신원과 함께 '총합력'을
발휘해, 전 세계에 스승과 학회를 알려가며 '평화의 빛' '인간주의의 빛'
'화락의 빛'을 비추는 광포의 기관지로서 거듭나겠다.
자, 창간 30주년을 향해 지금부터 다시 광선유포라는 위대한 서원을 이루기
위해 힘차게 달려가자!
오늘의 용기 내일의 희망
인간의 가치는, 눈에 보이는 모습보다 '마음가짐'에 있다.
겉모습이 아니다. 형식뿐인 역직도 아니다. 신심이다.
그 사람의 마음이 어떠한가이다. 행동이 어떠한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