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3-22 12:19
'신바람 야구' 재현 기대
LG트윈스의 변화가 무섭다. 지난해 서울의 주인공 자리를 라이벌 두산에 내주고 6위로 몰락한 참담한 성적과 지나친 개인주의에 대한 뼈아픈 자성과 질책에서 비롯된 거듭나기 위한 몸부림이다. 가장 큰 변화는 올시즌부터 구단주대행, 사장, 단장이 모두 새얼굴이다. 지난 1월 2일 어윤태 사장과 유성민 단장이 취임한데 이어 지난 19일에는 LG카드 이헌출 사장이 구단주대행으로 선임됐다.
바뀐 구단 수뇌부의 과거 야구단과의 관계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이구단주대행은 지난 90년 LG회장실 재무담당이사 재직시 야구단 인수팀장으로 트윈스 창단을 주도했고, 98년부터 2000년까지는 LG임원 트윈스동호회 회장을 역임한 '야구 행정통'이다.
또 어윤태 사장은 야구단 단장 시절 '신바람 야구'를 내걸고 94년 LG의 두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면서 93∼95년 3년 연속 100만명 관중 돌파와 한게임평균 2만명 동원의 첫 기록을 세웠던 주역이다. 당시 마케팅담당 부장이 유성민 현 단장이다.
벌써부터 이들이 주도하는 변화의 새바람이 거세다. 맨먼저 창단 12년만에 유니폼을 교체했고, 디지털 시대에 부응하는 구단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엠블럼도 새로 만들었다. 야구붐 조성을 위해 4월부터 종합운동장역이 포함된 지하철 2호선 열차 300량과 과천 안산 산본 등 수도권 신도시를 연결하는 4호선 열차 100량에 트윈스 광고가 걸리게 된다. 또 서울지역 26개 극장에서는 LG선수들의 동영상 광고가 나가게 된다.
LG그룹에서 야구단의 무게는 다른 구단과는 사뭇 다른 차원이다. 그것은 LG그룹회장인 구본무 구단주의 야구단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증명한다. 구회장은 창단 이후 야구단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쏟고 있고, 가장 많이 야구장을 찾은 구단주이기도 하다.
럭키금성(Lucky Goldstar)그룹이 지난 95년 1월 1일부터 그룹명칭을 LG그룹으로 바꾼데는 야구단 이미지가 큰 작용을 했고, LG선수들은 지금도 이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95년 2월 LG그룹의 3대 총수가 된 구본무 구단주에 의해 확인된 것이다. 구회장은 95년 3월 전지훈련중인 오키나와의 한 호텔 식당에서 열린 LG야구단 회식에서 "그룹명을 LG로 바꾼 것은 야구단의 뛰어난 활약으로 국민들에게 LG의 이미지가 각인됐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LG는 90년 창단 첫해 한국시리즈 챔피언에 올랐고, 94년에는 한국시리즈 두번째 패권을 차지해 명문구단의 위치를 확고히 다졌다. 관중동원에서도 대성공을 거둬 야구단의 폭발적인 인기와 팬사랑이 그룹의 간판을 바꾸게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LG는 2000년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2승4패로 무릎을 꿇었고, 12월에는 비활동기간이라는 이유로 선수들이 단체훈련을 거부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결국 지난해는 시즌중 감독이 교체되는 등의 진통 끝에 6위로 추락, 구단 수뇌부가 한꺼번에 경질된 것이다.
올해 LG의 궁극적인 목표는 개인의 창의와 변화를 통한 조직 혁신으로 '신바람 야구'를 재현하는 것이다. 지난해 70만명에 그쳤던 관중동원수를 올해는 100만명으로 늘려잡았다. 어윤태 사장은 "LG의 변화는 이제 시작일뿐"이라고 말한다. 구단주대행에서 단장에 이르기까지 변화에 앞장선 LG구단이 시즌이 끝나면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지 궁금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