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전혀 속이려고 한 것이 아니지만
누군가 내 말에 스스로 속은 경우는 없었는지 돌아보게 하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거짓말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던 것 같은데도
다 읽고 났는데 “속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어쩔 수 없었습니다.
‘통찰(洞察)’과 ‘깨달음’의 관계를 두고
인류사에서 인식의 확장과 확대가 이루어진 궤적을 찾아
그것을 알려주겠다는 것이 의도였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그렇다고 보기에는
전체적인 내용이 너무 허술했습니다.
그나마 황당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지만
글낯으로 드러낸 ‘통찰’과 거기서 이어지는 ‘깨달음’에 관한 것이라고 볼 때
그 자체의 역사를 세워내는 것이 먼저일 터인데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이미 있는 역사를 바탕에 두고 이야기를 하려고 하니
마치 기울어진 바닥에 연결고리나 접착물질도 없이
울퉁불퉁한 돌들을 쌓은 것 같은 불안정함을 느낀 것이
나만 그런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얻은 것은 그나마 ‘길가메쉬 서사시’에 대한 것이지만
그 또한 지나친 요약으로 전체를 파악하는 데에는
많은 아쉬움이 있었고,
통찰이 나온 곳이 동굴이라고 한 것도
그리 마음에 와 닿지 않았습니다.
굳이 그렇다고 한다면 ‘통찰’이 나온 지점이 아니라
삶을 통해 얻은 ‘통찰’들을 저장한 창고가 동굴이라고 하는 것이
그나마 훨씬 나았겠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렇지 않고 동굴이 통찰의 장소였다고 말하는 것은
아무래도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으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뭐 굳이 책임소재를 따지자면
결국은 이 책을 고른 내가 져야 할 것이지만
아무튼 너무 크고 무거운 주제를
간단한 몇 쪽의 분량 안에 담고자 한 것은
아무래도 무모한 시도는 아니었겠느냐는 가벼운 비판은
책 읽느라고 시간 쓴 내 입장에서 내 입으로 하는 말
그 조차도 부질없는 것은 아닌가 하면서
정리한 것을 간단하게 소개는 하지만
추천할 만한 책은 아니라는 말을 덧붙입니다.
날마다 좋은 날!!!
- 키작은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