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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4년 1월1일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기사는 아래와 같이 시작된다:
“재변(災變)으로 인해 임금 (선조)께서 정전(正殿)을 피하고, 고기반찬을 물리치고 음악을 듣지 않았다.”
선조가 즉위한지 8년째 되는 날 당시 날이 가물고, 큰 바람이 불고 흙비가 내리는가 하면 흰 무지개가 해를 꿰뚫고 지진이 일어 나는 등 잇따른 자연재해와 변고에 선조는 불안과 두려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 해 1월 4일 선조가 신하들에게 어려운 시국을 타개할 계책을 구한다는 교지를 내렸다. 이에 율곡은 1만자로 이루어진 상소문이라는 뜻이 담긴 “만언봉사(萬言封事)”라는 글을 선조에게 올렸다.
만언봉사(萬言封事)의 핵심어는 두 가지 이다. 하나는 “시기에 알맞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실공(實功)즉 실질적인 공적을 얻는 것 이었다. 율곡은 “만언봉사(萬言封事)”를 통해 “적당한 시기”와 “실질적인 효과” 이 두 가지야 말로 개혁을 성공 시키는데 핵심어임을 밝혔다.
“신이 생각하건대, 다스림은 시기를 아는 것이 중요하고, 일에 있어서는 실제에 힘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스림을 펼 때 시기가 적절한가(時宜)를 헤아릴 줄 모르거나 일을 할 때 실질적인 효과(實功)에 힘쓰지 않는다면 비록 어진 임금과 현명한 신하가 서로 잘 만나더라도 다스림의 결과를 이루기 힘들 것 입니다. - 율곡전서, 만언봉사 중에서
율곡은 천재지변이나 재앙은 하늘이 임금의 다스림에 잘못이 있음을 알리는 경고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임금은 지난날의 잘못을 고치고 정치의 폐단을 바로 잡아서 하늘의 분노를 제자리에 돌려 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임금이 단지 반성한다는 명목으로 정전(政殿)을 피하고 고기반찬을 물리치고, 음악을 듣지 않는 것은 재앙을 경계하는 형식적인 행동일 뿐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역사회로 전염되어 8일 0시 현재 전국에서 7134명의 확진 환자가 발생하였고 50 명이 사망하였다. 대한민국은 감염원인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환자가 발생하는 재앙을 당하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원을 원천 봉쇄하는데 실패한 당국으로서는 이제는 지역사회의 감염피해를 완화하는데 그 초점을 두고 있다. 외교부에 의하면 7일오후 2시현재 전세계 103개 국가가 한국 발 여행시 입국제한조치를 취하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에 바이러스감염이 집중 발생하여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 그밖에 지역에서도 시민들이 감염을 우려하여 대인접촉과 외출을 삼가 하여 일상이 마비상태에 놓여 있다. 지난주부터는 주말에 열리는 각종 종교단체의 예배와 전례도 대부분 열리지 않았다. 그리고 초중고등학교의 개학일이 3월9일에서 3월23일로 전국적으로 연기되었다.
만약 조선시대의 명현중 한 분인 율곡 이이(李珥)가 살아서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재앙을 함께 겪고 있다면 대한민국의 최고 통치자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어떤 청원을 올렸을지 자못 궁금 하기만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조와 달리 지금 대한민국국민들이 겪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재앙에 대해 아무런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왜냐하면 문대통령은 최근 마스크 공급부족 사태에 대해서만 한차례 사과 했을 뿐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사태로 국민들이 겪고 있는 재난에 대해서 나라를 다스리는 통치자로서 구체적으로 자신의 심경을 표명 한 바가 없다. 3.1절 경축 사에서 3.1정신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국난을 극복하자고 말 한 것은 국민들은 사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 예방책으로 당국에서 주로 손 씻기, 기침 예절 지키기 그리고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을 강조하고 있다.
칼릴지브란은 그의 장 시 “예언자”에서 부부간에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건전한 관계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며 다음과 같이 권고하고 있다. “ 함께 서 있어라. 그러나 너무 바투 서 있지 마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서 있는 것을, 참나무, 사이프러스 나무도 서로의 드리워진 그늘 속에선 자라지 못하니라.” 또 미국의 작가 로버트 풀검은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에서 “모든 것은 멀리서 보면 더 좋아 보인다”라고 성인이 되어 터득한 이치를 유치원 신조 목록에 추가했다. 멀리서 대상세계를 관조하는 자세는 동양 미학의 기본이다. 북송의 화가 곽희(郭熙)가 주장한 3원법(三遠法)이 있다. 첫째 고원법(高遠法)은 산 아래에서 산마루를 쳐다 보는 것 이다. 둘째 심원법(深遠法)은 높은 산의 정상에서 산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평원법(平遠法)은 가까운 산에서 먼산을 바라는 보는 것이다. Distance lends charm. (떨어져서 보면 더 매력적이다)이라는 서양속담도 동양적 거리 두기와 비슷한 정서를 나타내고 있다.
공정거래를 지칭하는 영어 숙어 “at arm’s length”도 일종의 거리 두기로 “팔뚝 길이만큼의 거리”라는 표현으로 공평무사함을 상징하고 있다. 거리 두기에 반대는 유착(癒着)이다. 예를 들면 정경유착, 권언유착 그리고 종교와 정치권력의 유착 등을 들 수 있다.
단순한 거리 두기 만으로도 유기체끼리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고 서로를 보호하여 안전을 도모하는데 도움이 된다. 가장 좋은 예가, 백화점에서, 쇼핑센터에서, 병원에서, 식당에서, 예배당에서, 세미나에서, 집회에서, 대종교통으로 이동 할 경우 등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 함으로서 바이러스의 감염을 막을 수 있다.
기계와 기계 사이에 마찰을 방지하는 윤할 유, 지면과 자동차 사이에 공기가 주입된 타이어, 매수 자와 매도자 사이를 매개하는 복덕방, 하느님과 신자 사이를 매개하는 목사, 신부 등. 성직자.,등 등도 유익한 사이 존재들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원만한 관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예의 가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통치자와 유권자 사이에도 일정한 예의가 필요하다. 예의는 자발적으로 상대방에게 베푸는 일종의 배려이다. 인간의 욕망과 악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예의와 법이 필요하다. 예의는 어떤 행위를 미리 막는 예방의 차원(禮禁未然-예의란 어떤 일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막는 것이다)이 기 때문에 법보다 우선 이행이 바람직하다. 법은 일이 벌어진 뒤에 필요한 강제적인 도구이다. 예의는 자율적인 차원에서 발현되어 본인이 스스로 주도권을 갖는 반면 법은 타율적인 차원에서 집행되어 강제성을 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친여 성향 방송인 김어준씨와 민주당의 청년당원 한 사람은 인간관계의 헌법인 예의를 무참하게 짓 밟아 물의를 일으켰다. 지난 7일자 조선일보 보도에 의하면 방송인 김어준 씨가 6일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에서 “코로나 사태는 대구 사태이자 신천지 사태라고 했다. 한편더불어 민주당 청년 위 소속 A씨는 “대구는 미통당(미래통합당) 지역이니 손절(損切)해도 된다”는 글을 올렸다고 한다. 지난 7일 조선일보에 보도된 김어준씨의 발언과 A씨의 글을 아래에 인용 하였다:
☞김어준씨 발언: 어제 부로 대구의 코로나 확진 자 비율은 대구시민 560명당 1명이 됐다. 이런 추세라면 다음 주면 400명, 300명당 1명꼴로 코로나 확진 자가 대구에 나오게 될 것이다. 중국이 정말 (코로나 확산의) 문제였다면 인구 2300만 수도권은 왜 10만명당 1명꼴로 확진 자가 나오겠나. 숫자가 명백히 말하고 있다. 우리코로나 사태는 대구 사태이자 신천지 사태라는 것….. 일주일 (마스크) 2장이면 충분하다. 저 같으면 일주일에 1장 이면 충분하다. 불만은 원래 끝이 없다.
☞’정치 코로나 사건 덕분에 문재인에 대한 신뢰가 강해 졌습니다’라는 제목으로 A씨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난 1일 올린 글:
지금 문대통령 덕분에 다른 지역은 안전하니 대구는 손절 해도 된다. 대구. 경북에 코로나 감염자가 아무리 폭증해도 타 지역까지 번지지만 않는다면 상관없는 문제….. 민주당을 지지하는 다른 지역은 안전하게 잘 보호해줘서 문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더 강해 졌다……. 표는 통합당에 몰아 주면서 위기 때는 문대통령에게 바라는 게 왜 많은 지 이해가 안 된다. 양심이 없다.
민주당 청년위원회는 논란이 확산되자 지난 6일 윤리위원회를 열어 A씨를 보직해임 했다고 밝혔다.
A씨가 말한 대로 한국 갤럽에서 발표한 지난 3일에서 5일 동안 실시한 3월 첫 주 한국갤럽 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2월말 대비 2%포인트가 더 오른 44%로 발표되었다. 반면 부정 평가는 2월말 51%에서 3월첫주 48%로 3퍼센트 포인트가 줄었다. 이번 조사의 하이라이트인 코로나 19 대처에 대한 여론은 긍정평가 37% 부정평가 50%인대도 불구하고.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이 지난 3일 밤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 며 “전쟁연습놀이에 그리도 열중하는 사람들이 남의 집 군사훈련을 가타부타 하는 것은 적반하장의 극치이다. 몰래 몰래 끌어다 놓은 첨단전투기들이 우리를 치자는 데 목적이 있겠지 농약이나 뿌리자고 끌어들여 왔겠는가.” 라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하루 뒤인 지난 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어 “ 반드시 코로나 19를 이겨 낼 것으로 믿는다. 남녘 동포들의 소중한 건강이 지켜지기를 빌겠다”고 말했다고 윤도한 청와대 국민 소통수석이 발표했다. . 또 “김위원장은 문대통령의 건강을 걱정하며 마음뿐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표했다. 문대통령이 코로나 19 바이러스를 반드시 극복할 수 있도록 조용히 응원하겠다며 문대통령에 대한 변함 없는 우의와 신뢰를 보낸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 대한 진솔한 입장도 피력했다고 한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감사의 뜻을 담은 답신을 5일 보냈다고 윤도한 수석이 말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감염으로 고생하는 국민에 대한 문대통령의 사과는 이제 기대 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사과를 한다 해도 이제는 너무 늦었다. 하지만 국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일정한 “거리 두기”는 꼭 지키기를 바란다. 경제협력이나 안보협력 공히 위험의 분산투자는 언제 어디서나 유효한 기본 중에 기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주석에 대해서도 “거리 두기”를 지키기 바란다. 실패한 박근혜 전대통령의 북경 망루외교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 율곡이 지적한 대로 지금은 “북한 과 방역 협력”운운 할 때 가 아니다. 지금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퍼트린 중국과도 엄격한 거리를 둘 때이다. 오직 대한민국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데 총력전을 펼칠 때 이다. 불을 끈 후에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의 관계는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이 관계의 최대치가 아닌가 싶다. 적어도 문재인 대통령의 잔여 임기 동안은 그렇게 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혹시 왜곡된 여론 조사로 오판 하시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일깨움을 드리려고 한다. 주역 혁(革)괘 효사(상효)를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율곡의 만언봉사와 율곡이 주장하는 다스림에 있어 실제효과와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 대표적인 이유 일곱 가지도 여기에 나열하오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군자는 표범처럼 변하여 공을 이루나 소인은 안면만 바꾸니 이런 상황에서 계속해서 나아가기만 하면 흉할 뿐이다. 조용히 머물며 정도를 지켜야 상서로울 수 있다. - 주역 혁괘 상효
君子豹變, 小人革面 , 征凶, 居貞吉.
사족: 문 대통이 취임 후 삼 년 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세월이다. 여러가지 이유로 지금은 촛불혁명의 열기가 식었다. 하여 무모하게 행동하면 안 되는 상황이다. 단념할 것은 단념하고 정리할 것은 정리하면서 촛불혁명 이후의 시기를 차근차근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눈앞에 놓인 현실적인 조건이 그렇다는 이야기 입니다.
●율곡이 말하는 다스림에 있어 실제 효과와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 일곱 가지 이유:
첫째, 임금과 신하가 서로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둘째, 신하가 직무에 대한 책임을 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 임금과 신하가 경연에서 헛된 말이나 탁상공론을 일삼기 때문이다.
넷째, 어질고 현명한 인재를 받아 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다섯째, 천재 지변이나 재앙에 대비해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기 때문이다.
여섯째, 나라의 정책이 백성의 삶과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곱째, 백성의 마음이 선하지 않기 때문이다.
--율곡 인문학, 한정주 지음, 다산 초당간 중에서
★지금은 왕조시대가 아닌 만큼 위 문장에서 임금을 대통령으로, 신하를 장관과 참모로 그리고 백성을 국민으로 치환하면 율곡의 일곱 가지 이유가 더 분명해 진다.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전문가 선생님들과 현장에서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확진자를 돌보고 있는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당신들의 희생정신이 우리 모두를 일 깨워 주었습니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네 살 먹은 손녀딸이 확진자라는 단어를 입에 익힐 정도이니 우리가 겪고 있는 변고가 결코 무시할 정도로 사소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금도 우리는 그 와중에 휩쓸려 허둥대고 있습니다. 매우 불행하고 안타까운 일이나 우리는 이 싸움에서 꼭 이겨야 합니다. 여러분 모두의 건승을 빕니다.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다 우리보다 먼저 저 세상으로 가신 고귀한 영혼을 위하여 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