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다귀해장국에 대하여/이 성 목
몸이 먼저 아픈 것이 사랑이다
그대, 갈비뼈 같은 애인을 만나거든
시장 골목 허름한 밥집으로 가라
세상이 다 버릴 것 같았던 뼈에 우거지 덮어
불룩해지는 뚝배기 속을 보라 뼈는
입김을 뿜어 그대 얼굴을 뜨겁게 만질 것이다
마음이 벼랑 같아 오금을 접고
캄캄한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정강이뼈 쓸어안아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보잘것없는 뼈마디 하나가
얼마나 뜨거워지는 것인지 모른다.
뚝배기 두 손을 모아 감싸는 경배
그 손바닥 가득 번지는 것이
몸을 다하여 그대 만나려 하는 뼈의 몸짓이다
그래서 뼈는 뜨거운 것이다
한때 나도 세상의 등골을 빨아먹으며 산 적이 있다
무슨 짐승인지도 모를 뼈를 발라내며
뜨거운 신음을 숟가락으로 퍼 먹으면서
몸속 가득 뼈를 숨겨 놓고 살 냄새 풍긴 적 있다
그대, 갈비뼈 같은 애인을 만나거든
뜨거운 눈물에 뼈를 먼저 적셔라
뼈아픈 것이 사랑이다
그것이 진국이다
- 이성목 시집, 『노끈』(애지/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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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아픈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이성목 시인의 「뼈다귀해장국에 대하여」를 읽고/글. 박완호
이성목 시인의 「뼈다귀해장국에 대하여」는 “마음이 벼랑 같아 오금을 접고/ 캄캄한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정강이뼈 쓸어안아” 본 사람만이 부를 수 있는 사랑의 노래이다. 평범해 보이는 표현 속에 깃들어 있는 시적 사유 또한 그만큼 아프면서도 깊고 따뜻하다.
그대, 비 내리는 새벽녘 시장 골목 허름한 뼈다귀해장국집에 홀로 앉아 술잔을 기울여 본 적이 있는지? 눈물을 빨아먹듯, 뼈다귀에 달라붙은 마지막 살점까지 쪽쪽 빨아먹어 본 적 있는지? 맞은편 자리에 앉아 있던, 제 갈비뼈라고 여겼던 사람의 얼굴을 지금도 기억하는지?
시인의 말대로라면, 사랑이란 몸을 다하여 그대를 만나려 하는 뼈의 뜨거운 몸짓이다. ‘갈비뼈 같은 애인’이란 서로의 등골을 나눠먹는 사이인 것이다. 이리 와서 내 등골을 빨아먹으라고, 그리하여 어서 살아갈, 사랑할 힘을 얻으라면서 서로에게 등골을 내주는 그런 존재 말이다.
세상의 모든 애인은 결국 누군가의 갈비뼈 같은 존재가 아닐까? 사랑하는 그 순간만큼은. 하지만 상대의 등골을 파먹으려고만 할 뿐, 자기의 등골을 내주지는 않으려는 사람들에게는 사랑의 진국을 맛볼 수 있는 기회는 결코 오지 않으리라.
그러므로 그대, (사랑의 진국을 맛보고 싶다면) 누군가를 만나거든 먼저 뜨거운 눈물에 뼈를 적셔라.
그리고 그의 등골에 붙은 마지막 살점까지 쪽쪽 빨아먹어가며, 제 등골에 붙은 살점을 남김없이 떼어 먹여가며, 아파서 더는 견딜 수 없을 때까지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
뼈아픈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므로.
…… 문득, 갈비뼈 같은 당신이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 [포엠포엠] 2012년 여름호
[출처] 이성목 시인의 詩 '뼈다귀해장국에 대하여' / 박완호|작성자 단봉낙타
■ 이성목 시인
1962년 경북 선산 출생. 제주대 법학과 졸업. 1996년 자유문학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 시작. 빈터 동인. 시집으로 ‘남자를 주겠다’, ‘뜨거운 뿌리’가 있다.
Il faut vivre comme on pense, sinon tôt ou tard on finit par penser comme on a vécu.
{Paul Bourget}
생각하는 대로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살아온 대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폴 부르제}
■ 박완호 시인
충북 진천에서 태어났으며.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91년 [동서문학]으로 등단
시집에 [내 안의 흔들림](1999), [염소의 허기가 세상을 흔든다](2003), [아내의 문신](2008), [물의 낯에 지문을 새기다](2011) 와 6人동시집 [달에게 편지를 써볼까](2011) 등이 있다.
시인 축구단 '글발' 회원 및 '서쪽'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김춘수시문학상(2011)을 수상했다.
첫댓글 (사랑의 진국을 맛보고 싶다면) 누군가를 만나거든 먼저 뜨거운 눈물에 뼈를 적셔라.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온몸으로 전율이 퍼져나오는 명백한 진실.
학봉님 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