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 전 체포영장 제시는 반드시 시점 문제가 아니다.
체포영장을 집행할 때 영장을 피의자에게 먼저 제시하고 집행(체포)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론이지만 하기의 판결은 반드시 시점 문제가 아니라는 취지의 사안입니다.
대법원판결(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7도10866 판결)은 마약 혐의자를 체포하려는 순간 피고인이 거세게 저항하였고 그 과정에서 경찰관들에게 상해를 가하였다고 하여 공무집행방해 및 상해의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입니다.
이 사안에 대해 대법원은 경찰관들이 체포를 위한 실력행사에 나아가기 전에 체포영장을 제시하고 미란다 원칙을 [고지할 여유]가 있었음에도,
애초부터 미란다 원칙을 체포 후에 고지할 생각으로 먼저 체포행위에 나선 행위는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본 사례입니다.
위 판시에 나타난 “체포영장을 제시하고 미란다 원칙을 고지할 여유”가 있었는데 이를 생략했다면 적법한 공무집행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데 달아나는 피의자를 쫓아가 붙들거나 폭력으로 대항하는 피의자를 실력으로 제압하는 경우에는 붙들거나 제압하는 과정에서 하거나, 그것이 여의치 않은 경우에는 일단 붙들거나 제압한 후에 지체 없이 하여야 한다는 점을 덧붙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피고인의 마약 혐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고 공무집행방해 부분에 대해서 유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본범죄에 대해서는 유죄처분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원심판결인 대구지법(대구지방법원 2017. 6. 21. 선고 2017노133 판결)의 공소사실을 살펴보면 필로폰 투약 등 혐의로 피고인을 체포하려고 하자
피고인이 경찰관들을 밀쳐내며 도망하려고 하여 공소외 1이 피고인의 목 부위를 순간적으로 잡자 피고인이 공소외 1의 오른손 환지(네 번째 손가락)를 이빨로 물어뜯고,
고함을 지르며 거세게 항거하면서 다시 공소외 1의 왼손 엄지(첫 번째 손가락)를 깨물고, 공소외 2의 우측 팔뚝을 물어뜯어 범인체포에 관한 경찰관들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함과 동시에,
공소외 1에게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우측 제4수지 및 좌측 수무지 교상을, 공소외 2에게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우측 전 완부 교상을 각 가하였다는 내용입니다.
그럼에도 이 부분 무죄로 본 것은 절차의 당부를 엄격히 봐서 그런 것 같지는 않고 살짝 봐준 느낌도 없지 않아 듭니다.
우리는 위 사건은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시민의 자발적인 현행범 체포는 ‘고지’라는 것이 필요 없다는 점,
둘째, 경찰관을 물어뜯고 저항하는 것을 보더라도 시민에 의한 체포는 이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앞서 본 체포의 필요성에 있어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튈 때]는 이런 절차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즉시 체포하고 사후영장 및 고지 등을 조처하면 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