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를 통해 들어온 봄 햇살이 환하게 얼굴들이 밀던날
햇살과 놀고싶어 견딜수 없어진 나
심드렁하게 TV를 보며 뒹구는 곰을 꼬드긴다
"햇살이 넘 좋아! 곰아자씨, 우리 쑥캐러가자"
"쑥이 제법 자란거 같더라 저녁에 쑥국 끓여줄께"
곰,완일인지 순순히 따라일어선다
"오~잉?!" 행여 마음 바뀔라 언능 어릴적 쑥캐던 바구니 대신
비닐봉지와 칼 챙겨들고 구파발로 향한다
봄이되면 꽃구경보다는 어릴적 냉이며 쑥캐던 추억을 잊을수 없어
봄나물이 더 먼저 떠오르던 난 드뎌 오늘 소원성취다
엷은 흥분과 기대감으로 콧노래까지 부르며
옛날 쑥이 많이 있던 장소를 찾아 나섰으나
10여년전의 그곳과 너무나 달라져있어 찾기가 쉽지 않앗다
우찌 우찌하여 찾은곳이 서삼능의 야트마한 언덕
양지 바른 그곳엔 쑥이며 씀바귀가 치천이었다
"우~와!! 여기 넘 좋다!"
봄 햇살을 받아 쑤욱 얼굴을 내민 연한 순들이
상큼한 향기와 함께 "저요,저요!"하는듯 유혹하고 있었다
"요로케 생긴거이 쑥이야 쑥대밭이네"
"알았어" 하며 자리 잡은 곰
기특하게도 오랫동안 열씨미 쑥을 캐고 앉아 있다(이쁜 곰^^)
그날 우리의 저녁식탁은 쑥국에 봄나물무침,씀바귀 초무침이
자랑스레 시어빠진 김치의 자리를 대신하엿다
그리고 또 그제
또 그곳이 가고 싶어진 나
마침 곰님이 아니 계시는고로 가까이 사는 오빠에게 전화를 건다
"오라버니,우리 쑥캐러가자 내가 아지트 알아놨는데..."
"그래, 점심먹고 가자"
쉬는 날 꼼짝하기 시러하는 둘째오빠
가면 가고 말면 말고 하는 식의 의사타진였는데
흔쾌히 승낙이다 또 "오~잉?!"
그리하야 오빠네 가족들과 나와 울아덜
이케 여섯이 쑥밭에 뒹굴던 날
소담한 봄나물 잔치를 하던 저녁식탁서
곰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형님이 왠일이야? 음...이제 형님도 나이가 들엇군^^"
"구럼 젊은 내가 놀잘때 놀아야지 담에 안놀아 주믄 우짤낀데?"ㅎㅎ
어릴적 젤루 엄하던 둘째오빠
오빠땀시 밤늦은 데이또는 엄두도 못내봤다
"이시간까지 여자가 어딜..." 하며 눈을 부라리면 난 바로 깨갱였는데...
요즘은 사정이 달라졌다
같이 늙어가는 쳐지인지라 어릴적 별명을 부르며
"그래 니 잘났데이~" 하며 덤비는 싸가지 동생을 웃으며 받아주는 것이다
위로 오빠셋,아래로 여동생하나
우리 다섯 형제들이 모이면 잘난척 캡짱이다
그 중에도 큰오빠와 둘째오빠,그리고 난 특히나 더욱 심하다
우리 나잘나따리우스덜은 서로 다른 사람이 잘난척하는건 몬 봐준다
큰 오빠가 젊잔케 개똥철학을 설파하며 잘난척을 늘어 놓으면
"큰 오빠 이제 하산해도 되겠네 더이상 가르칠게 엄써요 ㅋㅋ"
둘째오빠의 콩파리 세삼육하는 잘난척엔
"그래 못난 오빠가 잘나 보이려구 하는건 잘난척이구 난 잘난게 드러나는 거라구~킥 킥^^"
두오빠를 보내는덴 별 문제가 엄는디
문제는 막내오빠, 두살 위 오빠의 반격이 만만찬다
"엉추가 방좀 깨끗이 치우고 왔냐?"
"오빠가 가서 안 치워줘도 돼겠어?"
(어릴적 늘 방은 막내오빠와 깔끔한 동생이 치웠다 시방은 남편이 치움^^)
우쒸~ 나의 약점을... 한방에 넉아웃이다
어쨎든 지지고 볶으며 그렇게 우린 사십의 둘레에서 친구가 되엇다
남자라고 군림하려던 남편도 어느새 친구가 되어 있었고
숫이 엄써 머리가 성성한 오빠덜도 동생과 또 엄마까지도
어느사이 친구가 되어 있었다
사십이란 나이는 참 묘하다...
어느 나이 지긋하신분이 물으셨다
"여자가 39에서 40이 되기까지 몇년이 걸리는지 아세요?"
"... ... ...?"
"3년이 걸린답니다"
"마흔엔 실감이 안나고 마흔하나에도 인정할수 없지만
마흔둘이 되어서야 비로소 포기하고 인정하게 되지요"
서른의 중반에 하나님을 만났다
그리고 바다를 보았다...
그 서른이 어찌나 좋던지...
그래서 인정하기 싫엇던 마흔의 나이에
바다를 항해한다
비로소 하늘과 땅과 산이 들어오는
내 나이 마흔은
아마도...
모두를 친구로 만드는 시간들은 아닐까...?
카페 게시글
내마음의 풍금
봄볕... 그리고 마흔에 대하여...
작은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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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4.08 14:39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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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행복이언니, 진짜 오랜만이네요... 봄날이 여자를 바람나게 한다더니 ... 이 바람 오래 가지고 가세요.. 자주 좀 글 올리라구요, 산에도 자주 나오고.... 잘 읽고 갑니다..
쑥캘때 시간맞음 연락해요.난 쑥보담 씀바귀가 좋던데...
이 화창한 봄날에 봄같이 하루를 보내고 계시는군요..소시적에 주위에서 봄나물 캐러 다니던 모습을 많이 봤죠..지금은 모두 중년이 되어 어디선가 그 시절 생각하며 또 열심히 봄나물 캐고 있겠지요...
고장난 컴을 우여곡절 끝에 고치고도 컴앞에 앉아 시간 죽이기가 싫어서 며칠을 그냥 보냈다,봄날의 햇살은 역시 집안보다는 바람 쌩쌩 부는 야외가 제격이라. 내가 가장 싫어 하는 나이가 40대인데 이제 그 한가운데 서있다.가기 싫어 몸부림 쳐도 가는것이 세월이니 순한 모습으로 살길 바랄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