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채식을 즐겨먹는다.
육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집 세 남자, 누리와 현종, 현진이는 육식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집에서 고기를 자주 구워먹지만
나는 그 옆에 있어도 고기에 젓가락이 잘 가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각종 나물이나 된장찌게나 해물류를 즐겨먹는다.
요즘 호박이 제철이다.
특별히 된장찌게에 밥을 비벼서 호박잎을 싸 먹는 것을 좋아해서
호박을 항상 심는다.
나 어릴적 호박덩쿨이 창고 지붕을 타고 넘어가
가을이면 누런 호박이 창고지붕에 있는 것을 많이 봤다.
그 누런 호박으로 엄마가 끓여주셨던 호박죽을 먹으며
이렇게 맛도 없는 걸 왜 먹지? 했던 기억이 있다.
내 나이 이제 57살
그 때의 엄마 나이만큼 먹어버린 지금
호박죽이 왜이리 맛있는지, 그 때 엄마가 끓여주던 호박죽이 그립기만 하다.
올해도 예외없이 호박을 심었다.
주렁주렁 누런 호박을 기대도 하고
된장찌게가 보글보글 끓을때 호박을 썰어 넣을 생각에
열심히 호박을 관찰하면서
언제 호박이 달리나 기다렸다.
그런데 이제야, 이 나이 먹도록 이제야 알게 된 것
호박을 심었다고 해서 호박이 그냥 주렁주렁 달리는게 아니라는 걸~~
꿀벌이 암컷호박과 숫컷 호박을 왔다갔다하면서 수정이 되어야 호박이 달린다는 걸
그래서 우리집 곳곳에 심어놓은 호박에서 호박이 왜 이리 달리지 않는지을
이제야 알게 됐다는 걸~~ ㅠㅠ
꿀벌이 사라져간다는 뉴스를
호박달리는 것에서 확인을 한다...
꿀벌이 별로 없어져서 그런가?
호박이 통 달리지 않는다. 잎만 무성하고 ㅠㅠㅠㅠ
세상살이, 이렇게 간단한 일조차 이제야 알게 되다니
나의 무지에 다시 한 번 나를 되돌아본다.
내가 아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고
내가 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이 세상에는 숱하게 내가 알지 못하는 다양한 상식과 현실이 존재한다는 걸
봄에 호박을 심고나서부터 내내 기다렸던 호박이
잎만 무성한채 덩굴만 자라는 걸 보며...
단언하지 말자
겸손하자
배우자
라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