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한국과 일본의 초계기 갈등과 관련해 ‘일본은 사실 왜곡을 중단하고, 위협비행을 사과하라’는 기존 국방부 입장에 대해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일본 초계기가 위협 비행을 한 게 맞다고도 확인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한겨레 이종섭 장관은 23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국방부가 2019년 1월 밝힌 입장에 변화가 있느냐”는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2019년 1월2일 국방부는 “ 일본은 더이상 사실을 왜곡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인도적 구조 활동 중이었던 우리 함정에 대해 위협적인 저공비행을 한 행위를 사과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2018년 12월20일 동해에서 조난한 북한 어선을 구조하던 한국 해군 구축함 광개토대왕함에 일본 해상자위대 P1 초계기가 접근했다. 당시 한국은 일본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에 근접 위협 비행을 했다고 주장했고, 일본은 정상적인 비행이라고 맞섰다. 일본은 광개토대왕함이 함포와 미사일의 조준을 돕는 사격통제 추적 레이더를 조사(照射·겨냥해서 비춤)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은 광개토대왕함이 추적레이더를 조사하지 않았음을 여러 차례 확인시켰는데도 일본이 사실확인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반박했다.
이 장관은 “초계기 사건에 관한 국방부의 입장이 무엇이냐”는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도 “(일본 초계기가) 위협비행을 한 것은 맞다”고 재확인했다. 그는 “국방부의 입장은, 이 문제에 대해 한·일 간 서로 입장이 달라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야 하고, (그래서) 실무협의를 수차례 했다”며 “한·일관계 진전에 따라 앞으로 그 부분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계기 위협비행에 대해 일본의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는 윤후덕 의원의 촉구에 이 장관은 “그 부분은 앞으로 다시 협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장관은 지난 16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초계기 사건은 안건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완전정상화가 한·미·일 동맹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묻는 의원들의 관련 질문에 대해 “(지소미아의 법적 지위 정상화가 한·일) 군사동맹이란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그럴 가능성도 전혀 없다”고 답변했다. 지소미아 ‘완전 정상화'가 상호군수지원협정(ACSA)과 미국 미사일방어(MD)체계 편입으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에 대해서도 이 장관은 “분명히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부인했다. 그는 “지소미아는 ACSA도, MD도 관계 없다”며 “MD에 편입할 이유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일본과) 상호군수지원협정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말하는 것이냐”는 안규백 민주당 의원 질의엔 “ACSA와 지소미아가 서로 관계가 없다는 말씀이지 다른 의미는 아니다”고 답하며 ACSA 추진 여부에 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이 장관에게 “일본 자위대가 대한민국 한반도에 상륙해서 군사적으로 침략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느냐”고 묻자, 이 장관은 “없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또 ‘지소미아 정상화가 일본 자위대 한반도 진주로 이어진다’는 우려에 대해 이 장관은 “상상의 영역“이라고 부정했다. 그는 “자위대 한반도 진입은 있을 수 없 일”이라며 “우리 동의·협의 없이 어떤 경우에도 (일본 자위대가) 들어올 수 없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