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의 안내판에도 실명제를 도입하자. 신문기사에 실명제를 도입한 것처럼 안내판에도 실명제 도입할 것을 제안하면서 안내판을 하나 소개한다. 그것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그냥 넘기기에 너무나 심각하다.
‘섬진강 출렁다리 발자취’란 제목의 안내판이 있다. 이 안내판의 설치 목적은 섬진강 출렁다리를 소개하는 것이다. 그런데 ‘발자취’란 용어를 사용했다. ① 발자취를 남기다. ② 선인(先人)의 발자취를 더듬다. 등 ‘발자취’는 사람에게 사용하는 용어이다. 이것을 다리에 사용한 것은 잘못이다.
우선 제목을 ‘섬진강 출렁다리’로 변경하여 안내문을 수정한다. 안내문의 내용이 제목과 직접 관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군더더기로 처리한다. 하나의 문장에 여러 개의 내용이 있으면 간결한 문장으로 구분하고, 잘못 사용한 용어도 지적한다. “ ”안의 글은 안내판의 원문이고 ‘ ’ 안의 글은 수정한 안내문이다
[원문]
“곡성군 고달면 가정마을은 실개천을 사이에 두고 구례군과 경계를 이루고 앞쪽은 섬진강을 건너 오곡면과 경계를 이루는 강촌마을이다.”
‘실개천’은 좁다랗고 작은 개천이다. 그것이 곡성군과 구례군의 경계가 될 수는 없다. 또 원문이 가정마을을 소개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제목 ‘섬진강 출렁다리’를 소개해야 마땅하다.
‘섬진강 출렁다리는 고달면 두가리에서 섬진강울 건너 오곡면 가정마을로 이어진 현수교이다’
[원문]
“이 마을에 교량이 설치되기 이전에는 주민과 학생들의 교통수단은 오로지 섬진강을 건너는 나룻배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으며, 여름철 큰 비만 오면 불어난 강물로 인해 여러 날 고립되어 그 불편함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이 대목은 통째로 필요 없다. 군더더기로 간주하여 삭제한다.
[원문]
“그러던 지난 1979년 6월 계속되는 장마로 나룻배 밧줄이 낡아 사고가 있을까 염려하여 마을 사람 6명이 새로 밧줄을 매던 중 급류에 휩쓸려 모두 실종되는 참사가 발생되었다.”
• 사고 참사 현장 • 폭격으로 참사하다.’ 등에서 사용된 ‘참사(慘死)’는 비참하게 죽음을 의미한다.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사고는 안타깝지만 ‘참사’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 사고는 두가리 주민에게 다리가 필요한 이유가 된다.
‘1979년 6월, 계속된 장마로 두가리 주민 6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사고가 발생했다.’
[원문]
“이 딱한 사정을 접한 전라남도지사의 배려로 건립한 현수교 형식의 옛 두가교는 1981년 12월에 길이 168.3m, 폭 2.75m로 설치되어 주민들이 안전하게 통행하여 왔으나 1997년 8월 태풍 ‘루사’로 교각이 붕괴되어 철거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원문에는 두가교가 설치된 1981년의 이야기와 태풍 루사로 붕괴된 1997년의 이야기 두 개가 하나의 문장에 묶여
있다. ‘옛 두가교’의 ‘옛’은 필요없는 말이다.
‘전라남도지사의 배려로 1981년 12월에 현수교 형식의 다리가 건설되었다. 길이 168.3m, 폭 2.75m의 두가교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해오던 다리가 1997년 8월 태풍 ‘루사’로 교각이 붕괴되었다. 철거해야 할 형편이다.’
[원문]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효자이며 농촌지도자들이었고 사를 버리고 공을 취했던 희생자들의 영령을 위로하고 그 정신을 기리고자이 자리에 기념비까지 세워 옛 두가교를 그대로 보전하던 중 치포치포 섬진강 나들이 관광열차가 가정마을을 주무대로 운영되9고 옛 예성분교 자리에 청소년야영장이 건립되는 등 관광지로 알려지자 주변 경관과 어울리도록 2003년 8월 개량보수 및 야간 경관 조명까지 설치하여 이용하여 왔으나 2010년 8월 집중호우로 유실되어 2012년 1월에 길이 200m, 폭 3m, 상판높이 16.5m로 외관도 더 멋지게 설치하였다.”
기념비를 세운 이야기는 제목과 무관한 군더더기다. 이것 말고도 원문에는 관광열차 이야기, 청소년야영장 이야기, 두가교에 야간 조명을 설치한 2008년의 이야기, 두가교가 집중호우로 유실된 2010년 이야기 그리고 새로운 다리가 설치된 2012년 이야기 등이 포함되어 장황하고 엄청나게 길다.
‘섬진강 나들이 관광열차가 가정마을을 주무대로 운영되고 옛 예성분교 자리에 청소년야영장이 건립되는 등 관광지가 조성되자 2003년 8월에 두가교를 개량하고 야간 조명까지 설치했다. 그러던 2010년 8월 집중호우로 유실되고 말았다.’
여기까지가 두가교의 이야기다. 따라서 문단도 여기서 나누어야 한다.
‘2012년 1월에 길이 200m, 폭 3m, 상판높이 16.5m로 외관도 멋진 다리가 건설되었는데 그것이 섬진강 출렁다리다.’
“새로 설치된 섬진강 출렁다리는 충분한 유수공간을 확보하면서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V형 주탑과 3차원 현수교 형식으로 주탑과 주탑 사이의 경간장을 곡성군의 법정리 125개를 상징하는 125m로 설치하여 국내에서는 보도(步道)용 현수교 중 가장 길다.”
섬진강 출렁다리의 좋은 점을 자랑하고 있다.
이상은 ‘섬진강 출렁다리의’란 제목에 맞도록 수정한 안내문이다. 이번에는 제목을 ‘섬진강 출렁다리의 역사’로 바꾸어 안내문을 수정한다.
1979년 6월 장마로 고달면 두가리 주민 6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사고가 발생했다. 전라남도 지사의 따뜻한 배려로 다리가 건설되었다.
두가교
1981년 12월에 두가교가 건설되었다. 고달면 두가리와 오곡면 가정마을을 연결하는 길이 168.3m, 폭 2.75m의 현수교이다.
1997년 8월 태풍 ‘루사’로 두가교의 교각이 붕괴되었다. 철거될 형편이었지만 주민들은 두가교를 그대로 사용하였다. 그러던 중 섬진강 나들이 관광열차가 오곡면 가정마을을 주무대로 운영되고 고달면의 옛 예성분교 자리에 청소년야영장이 건립되는 등 관광지가 조성되었다.
2003년 8월 두가교를 개량보수하고, 야간 조명까지 설치했다.
2010년 8월 집중호우로 두가교는 유실되었다. 새 다리를 건설해야 한다.
섬진강 출렁다리
2012년 1월에 길이 200m, 폭 3m, 상판높이 16.5m의 외관도 멋진 보도용 현수교가 설치되었다. 이게 바로 섬진강 출렁다리다.
안내문을 작성함에 있어 유의할 점이 있다.
첫째, 안내문의 제목은 안내판의 설치 목적과 부합하게 설정해야 한다.
둘째, 안내문의 내용은 제목과 직접 관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내용을 자세하게 소개하되,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문장으로 표현해야 한다. 초등학교 6학년이면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쉬워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안내문 작성자는 두 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그 하나는 그 고장의 역사와 문화에 관해 깊이 이해하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우리 말과 글을 어법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다, 이처럼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작성된 안내문이라 해도 자신에게 돌아오는 실질적인 이익은 없다. 이름을 널리 날리는 효과도 없다. 안내문을 보고 ‘잘못 썼다.’고 지적하는 사람은 있어도 ‘참 잘 썼다.’고 칭찬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도 그 작은 일에 충성하는 공무원이 대한민국을 문화선진국으로 나아가게 한다. 그런 까닭에 소명의식을 갖고 힘써 노력하는 공무원이 하나라도 나타나기 바라며 ‘안내판에도 실명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한다. 안내문의 말미에 안내판을 관리하는 기관과 연락처, 안내문 작성자의 직책과 실명 등을 밝히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