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水滸傳•제 107편
고대수는 손신과 상의했다.
“아우들을 구할 방도가 있습니까?”
손신이 말했다.
“모태공 그놈은 돈도 있고 권세도 있어 형제들이 풀려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죽이려고 할 거야. 감옥을 부수지 않는 한 다른 방도가 없을 것 같애.”
“그럼 오늘 밤에 당신하고 나하고 갑시다.”
손신이 웃으며 말했다.
“하여튼 당신은 성급해. 우리가 가서 감옥에서 구해내기만 하면 되는 거야? 피신할 데도 있어야지. 우리 형님과 저 두 사람이 도와주지 않으면, 이 일을 해결할 수 없어.”
“저 두 사람이 누구요?”
“그들은 숙질간으로 도박을 좋아하는 추연(鄒淵)과 추윤(鄒潤)이야. 지금 등운산 골짜기에서 패거리를 모아 강도질을 하고 있는데, 나하고는 좋은 사이야. 이 두 사람이 도와주면 이번 일을 성공할 수 있어.”
“등운산은 여기서 멀지도 않으니, 당신이 밤새 가서 두 숙질과 상의해 보세요.”
“내가 지금 갈 테니까. 당신은 술과 음식을 많이 준비해 둬. 내가 그들을 데리고 올 테니까.”
고대수는 일꾼들에게 분부하여 돼지 한 마리를 잡고 과일과 안주 등을 준비하였다. 황혼 무렵에 손신이 두 사람을 데리고 왔다. 추연은 원래 내주 사람으로 어릴 때부터 도박을 좋아한 건달 출신이었는데, 사람됨은 성실하고 정의감이 있었으며 무예도 뛰어났지만 고집이 세서 사람을 잘 포용하지 못했다. 강호에서는 그를 ‘숲에서 나온 용’ ‘출림용(出林龍)’이라고 불렀다. 추윤은 추연의 조카인데 나이는 비슷했다. 키가 크고 생긴 것이 아주 이상해서 머리 뒤에 혹이 하나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뿔이 하나 있는 용’ ‘독각룡(獨角龍)’이라고 불렀다. 그는 사람들과 다투다가 성질이 나면 머리로 받아 버렸다. 어느 날 계곡에 있는 소나무를 머리로 들이받아 부러뜨린 일이 있었다. 그걸 본 사람들은 모두 놀라 얼이 빠졌다.
고대수는 두 사람을 뒷방으로 청하여 좌정하게 하고 사건에 대해 얘기하고 감옥을 깨뜨릴 일에 대해 상의하고자 하였다. 추연이 말했다.
“나한테 수하가 8~90명이 있는데 그 가운데 심복은 20명 정도입니다. 내일 일을 하고 나면 더 이상 그곳에 있을 수 없습니다. 나는 오래 전부터 가려고 한 곳이 있는데, 당신네 부부도 가려는지 모르겠소.”
고대수가 말했다.
“그곳이 어디라도 당신을 따라가겠습니다. 우리 아우들만 구해 주십시오.”
“지금 양산박이 아주 잘 나가고 있습니다. 송공명은 인재를 크게 받아들이고 있고, 또 그 수하에 내가 아는 사람이 셋 있습니다. 금표자 양림, 화안산예 등비, 석장군 석용인데, 그들은 입당한 지 오래됐습니다. 우리가 두 형제를 구하게 되면 모두 양산박으로 가서 입당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고대수가 말했다.
“좋습니다. 누구든 안 가겠다는 놈이 있으면, 내가 창으로 찔러 죽여 버리겠습니다.”
추윤이 말했다.
“그런데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그 형제를 구했을 때 등주의 군마들이 추격해 오면 어떻게 합니까?”
손신이 말했다.
“나의 친형님이 등주 군마제할이오. 지금 등주에서 대단한 사람으로 도적들이 몇 번이나 성에 쳐들어왔는데 모두 쫓아내 도처에 명성이 자자하오. 내가 내일 가서 형님을 청해 와서 의뢰하면 될 거요.”
추연이 말했다.
“그분이 도적이 되려고 하겠소?”
손신이 말했다.
“내게 좋은 방법이 있소.”
그날 밤은 술을 마시고 날이 밝을 때까지 쉬었다. 추연과 추윤은 집에 머물러 있게 하고, 손신은 일꾼을 불러 분부했다.
“수레 한 대를 가지고 빨리 성안 군영으로 가서 우리 형님 손제할과 형수 악대낭자(樂大娘子)에게, ‘제수가 병이 위독하니 번거롭지만 오셔서 보살펴 주십시오.’라고 말해라.”
고대수도 일꾼에게 분부했다.
“내가 병이 위중한데, 긴요히 드릴 말씀이 있으니 꼭 오셔서 뵙기를 바란다고 해라.”
일꾼이 수레를 밀고 떠나자, 손신은 문 앞에서 기다렸다. 밥을 먹을 때가 되자, 멀리서 수레가 오는 것이 보였다. 수레에는 악대낭자가 타고 있고, 뒤에는 손제할이 말을 타고 10여 명의군사를 거느리고 십리패로 오고 있었다. 손신은 안으로 들어가 고대수에게 알렸다.
“형님과 형수가 오고 있소.”
고대수가 말했다.
“내가 하라는 대로 하세요.”
손신은 밖으로 나가서 형과 형수를 맞이하였다. 손제할이 말에서 내려 문으로 들어오는데, 정말 대단한 인물이었다. 얼굴은 담황색이고 뺨까지 수염이 나 있고, 키는 8척이 넘었다. 이름은 손립(孫立)이고 별명은 울지공에 버금간다 하여 병울지(病尉遲)였는데, 강궁(强弓)을 잘 쏘고 사나운 말을 타고 한 자루의 긴 쟁을 잘 썼다. 팔뚝에는 대나무로 만든 강한 채찍을 걸고 있었는데, 등주 사람들은 그를 보기만 해도 모두 항복했다.
손립이 손신에게 물었다.
“아우! 제수씨는 무슨 병인가?”
손신이 대답했다.
“병의 증상이 아주 이상합니다. 안으로 들어가서 말씀하시지요.”
손립이 들어오자, 손신은 일꾼에게 따라온 군사들에게 술을 대접하라고 분부했다. 손신이 말했다.
“형님과 형수님은 방으로 가서 보시지요.”
손립이 악대낭자와 함께 방으로 들어가 보니 병자가 보이지 않았다. 손립이 물었다.
“제수씨는 어느 방에 있는가?”
그때 고대수가 밖에서 들어오는데, 뒤에 추연과 추윤이 따라왔다. 손립이 말했다.
“제수씨! 무슨 병입니까?”
고대수가 말했다.
“아주버님께 인사드립니다. 제 병은 아우들을 구하지 못해 생긴 병입니다.”
“거참 괴이한 일이군! 무슨 아우를 구한단 말입니까?”
“아주버님은 귀머거리나 벙어리인 척 하시는 겁니까? 성안에 사시면서 어찌 저의 두 아우를 모르신다는 겁니까? 아주버님의 형제가 아니라서 그렇습니까?”
“난 도무지 무슨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그 두 형제가 누굽니까?”
“오늘 일이 급하니 곧바로 아뢰겠습니다. 해진과 해보가 등주산 아래의 모태공과 왕공목이 설계한 함정에 빠져 조만간 목숨을 잃을 위험에 처했습니다. 제가 지금 이 두 호걸과 상의하여, 성안의 감옥을 깨뜨리고 두 형제를 구출하여 양산박으로 가서 입당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내일 사건이 벌어지면 아주버님도 연루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병을 핑계대고 아주버님과 형님을 이리로 오시게 한 겁니다.
아주버님께서 가지 않겠다고 하시더라도 우리는 양산박으로 갈 겁니다. 지금 조정이 밝지 못하니, 달아나면 아무 일이 없겠지만 가만히 있으면 관아에 끌려갈 겁니다. ‘불에 가까이 가면 먼저 탄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주버님께서 우리 대신 관아에 끌려가서 감옥에 갇히게 되면, 그때는 밥을 넣어주거나 구해줄 사람도 없을 겁니다. 아주버님의 뜻은 어떠하십니까?”
손립이 말했다.
“나는 등주의 군관인데, 어찌 감히 그런 일을 저지르겠소?”
“아주버님께서 함께 하시지 않겠다면, 우리는 오늘 먼저 아주버님과 생사를 결판내야겠습니다.”
고대수가 두 자루의 칼을 뽑자, 추연과 추윤도 각기 단도를 손에 쥐었다. 손립이 소리쳤다.
“멈추시오! 너무 서두르지 마시오. 내가 깊이 생각해 볼 터이니, 천천히 상의합시다.”
악대낭자는 너무 놀라 한동안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고대수가 다시 말했다.
“아주버님이 가시지 않겠다고 해도 동서형님은 앞서 보내야, 우리가 손을 쓸 수 있습니다.”
손립이 말했다.
“그렇게 일을 진행한다 하더라도, 내가 집에 돌아가서 행장을 수습하고 허실을 탐지한 다음에 해야 할 것이오.”
고대수가 말했다.
“아주버님의 처남인 악화가 우리에게 소식을 전하기로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감옥을 습격하고 한편으로는 행장을 수습해도 늦지 않을 겁니다.”
손립은 탄식하며 말했다.
“당신네들이 이미 그렇게 하기로 작정했으니, 내가 어찌 거절할 수 있겠소? 내가 나중에 당신들을 대신해 관아에 끌려갈 수는 없지 않겠소? 에이! 별 수 없지! 같이 상의해 봅시다.”
먼저 추연은 등운산 산채로 가서 재물과 인마를 수습하여 20명의 심복을 데리고 주점으로 오기로 했다. 추연이 떠나고, 손신도 성안으로 들어가 악화에게 소식을 전하여 약속하고 해진과 해보에게도 몰래 알리게 하였다.
다음 날 등운산 산채에서 추연이 금은을 수습하여 심복들과 함께 당도하였다. 손신의 집에 있는 7~8명의 심복 일꾼들과 손립이 데려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