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오늘은 늦으셨수?』
『신씨하고 같이 오느라고 그랬죠』
성당에 먼저 나와 있던 함복선(로사·70) 할머니는 장(68)할머니가 들어서자 정겨움이 듬뿍 밴 말로 반갑게 맞는다.
『할머니, 저 아시죠?』
『그럼. 동네사람을 어찌 몰라』
구역장을 맡고 있는 서말례(레지나·49)씨도 한 마디 거들며 할머니들의 늦은 점심을 챙긴다.
매주 주일 점심 무렵이면 서울 마장동본당(주임=이영우 신부) 성심홀은 따뜻한 대화가 넘쳐나는 동네 어르신들의 사랑방으로 변한다. 마장동성당이 노인들의 쉼터가 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월, 본당에서 지역 노인들에게 점심 한끼를 대접하는 「사랑의 점심 나누기운동」을 펼치면서부터였다.
올해 본당의 사목목표인 내·외적 복음화 가운데 외적 복음화의 일환으로 시작한 이 운동은 이제 신자들의 내적인 성장에도 한몫하는 장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주일 점심을 대접하기 위한 신자들의 숨은 노력은 가히 정성 그 자체라 할 만하다. 아침 9시면 15명 안팎의 봉사자들이 어김없이 성당 주방에 모인다. 값싸고 질 좋은 먹거리를 위해 먼 거리도 마다 않고 재래시장을 돌며 정성 들여 마련한 찬거리가 영양사의 지휘 아래 식탁에 오를 준비를 한다. 이날 나눔을 위해 「사랑」 「사귐」 「섬김」 「나눔」 등 4개조로 나뉜 봉사자들은 한달 가운데 하루를 이웃을 위해 아낌없이 내놓는 것이다.
처음 점심 나누기를 할 땐 가난한 지역 사정으로 이 운동이 얼마나 갈 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나머지는 하느님께서 채워주시겠지」 하는 신자들의 믿음은 스스로가 기적의 증인이 되게 했다. 나눔이 꾸준히 이어지며 애초의 걱정은 기우가 되고 말았다. 쌀은 줄어들 줄 모르고 후원금은 넉넉한 사랑 만큼이나 넘쳐난다.
사목협의회 유병인(요셉) 회장은 『돈이 없어도 사랑만 있으면 나눌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달아 가는 체험의 장이 되고 있다』며 『음식 뿐 아니라 마음까지 나눌 수 있어 더욱 풍성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까닭일까, 굳어져 있던 신자들의 얼굴은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넘치는 환한 모습으로 바뀌어져 있다. 또, 처음에 80명 안팎이 찾던 지역 어르신도 입소문을 타고 어느새 120여명으로 늘어나 있다. 이 가운데는 비신자들도 적지 않아 간접 선교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이영우 신부는 『신앙의 힘이 옅어져 가고 있는 가운데 다가가는 교회상을 몸소 체험하도록 하기 위해 이 운동을 벌이게 됐다』며 『신자로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는 몸으로 실천함으로써 하느님의 말씀과 일치된 삶에 다가서도록 교회가 꾸준히 장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장동본당은 앞으로도 분기별로 25명의 어려운 이웃에게 후원금을 전달하고 결식학생들에게는 급식비를 지원하는 등 나눔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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