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쓴이 박성희 ::
‘공교육 붕괴위기’라는 자극적인 말과 함께 홈스쿨링이 언론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지난 삼사 년 사이 홈스쿨러 수는 순식간에 두 배, 세 배로 불어났다. 하지만 홈스쿨링에 대한 정보는 이들의 정보욕을 충족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현재 국내에서 발간된 홈스쿨링 관련 서적은 번역서를 합쳐 예닐곱 권이 전부인데다 그마저도 2003년 이전에 출판된 책은 단 두 권뿐이었기 때문이다.
국내에 홈스쿨링 관련 서적이 이렇게 적은 이유는 그간 홈스쿨링 관련 서적의 수요가 적었던 탓도 있었지만 일찍 홈스쿨링을 경험한 국내 가정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책으로 엮는 것에 아직 부담감을 느끼는 탓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홈스쿨링을 경험한 가정들은 대부분 아이들이 성장하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낱낱이 내놓는 것은 아무래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어찌 보면 과시를 위한 자기노출과 소통을 위한 자기노출의 경계가 조심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홈스쿨링] 마랄리 메이베리 외 지음 / 이혜영 옮김 / 박영률출판사 펴냄
이 책은 대안교육에 대한 분분한 논의가 마침내 대안학교의 설립으로 이어졌던 1997년에 번역, 출간되었다. 홈스쿨링에 대한 일종의 연구서인 이 책은 머리글에서 저자가 밝히고 있듯 홈스쿨링의 방법에 대한 정보는 담고 있지 않다. 대신 홈스쿨링을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바라보며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홈스쿨링을 하는 부모들의 인구학적 특성과 종교적 특성, 정치적 특성 등을 분석한다. 저자는 분석한 결과들을 다양한 도표와 함께 나름대로의 시각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홈스쿨링 자체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있는 독자들에게는 매우 흥미로울 수 있는 결과들을 내놓는다. 또한 이 책은 기독교 홈스쿨링과 사회운동으로서의 홈스쿨링을 망라하여 언급하고 있으며 1960년대 말 이후 나름대로 정치적, 종교적 신념을 가지고 홈스쿨링을 시작했던 이들이 어떤 논쟁을 거쳐 분열되었는지, 그 후 어떻게 안정과 변화의 시기로 나아갔는지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은 일종의 연구서이다 보니 문장도 무겁고 딱딱한데다 그 연구라는 것도 모두 미국 내 홈스쿨러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너무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당장 홈스쿨링에 도움을 얻기는 어렵지만 한번쯤 참고삼아 읽어보기에는 나쁘지 않은 책이다. |
[홈스쿨링, 오래된 미래] 민들레 편집실 엮음 / 민들레 펴냄
홈스쿨링의 짧은 역사 탓에 마땅한 ‘참고서적’을 찾지 못하고 있던 우리나라의 초보 홈스쿨러들에게 ‘홈스쿨링 종합 백서’로서 환영을 받았던 이 책은 2000년 10월 민들레출판사에서 펴냈다. 최근 2-3년새 홈스쿨링과 관련한 서적들이 잇달아 출간되기까지 이 책은 홈스쿨링을 다룬 유일한 국내서적이었을 뿐 아니라 아직까지도 가장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는 홈스쿨링 관련서로 인정받고 있다. 이 책에는 2000년 당시 홈스쿨링을 하고 있던 국내 가정들의 생생한 이야기와 더불어 ‘바보 만들기’의 저자 존 테일러 개토의 강연기록, 일본의 대안교육 공간인 도쿄슈레 대표 오쿠치 게이코의 글 등 미국과 일본의 홈스쿨링 이야기도 담겨 있다. 이 책의 글쓴이들은 직업도 가정형편도 가지각색이다. 홈스쿨링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 조금씩 다른데 행간을 들여다보면 ‘조금씩’이 아니라 ‘확연히’ 다른 경우도 있다. 이제 막 홈스쿨링을 시작한 사람의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홈스쿨링으로 이미 아이들을 다 성장시킨 사람의 이야기도 있다. 대안교육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주는 글이 있는가 하면 초보 홈스쿨러들을 위해 편집실이 마련한 Q&A도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이렇게 다양한 시각이 망라되어 있다는 점이다. 한 권의 책이 독자에게 여러 가지 길을 제시한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이 책은 레이 볼만이나 존 테일러 개토의 책처럼 선동적이지 않으며, 다만 독자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이 책 속에서 미국과 캐나다, 영국, 일본, 분당과 인천, 수원과 광명을 넘나들다 보면 막막하던 눈앞이 어느새 훤하게 밝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더라는 것이 많은 독자들의 경험담이다. 이 책이 출판되던 6년 전 우리나라에서는 그 이름도 생경했던 ‘홈스쿨러’들이 지금 어떻게 성장하였는지가 궁금하다. 그들의 고단하고 아름다운 성장기가 담긴 ‘홈스쿨링, 오래된 미래2’를 기대해본다. |
[우리 집 아이들은 학교에 안 가요] 김종우, 유은희 지음 / 대화출판사 펴냄
2003년 발간된 이 책은 두 가정의 홈스쿨링을 다루고 있다. 앞부분은 한국의 홈스쿨링 가정 이야기이고 뒷부분은 미국의 홈스쿨링 가정(어머니가 한국인) 이야기이다. 전체적으로 기독교 시각이 가미되어 있으나 기독교를 특별히 혐오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충분히 공감하고 또 감동받으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미국의 홈스쿨링과 관련한 서적은 이후로 세 권이 더 소개될 것이기에 여기서는 한국의 홈스쿨링 가정에 대한 이야기만 언급하고자 한다. 꾸밈없고 소박한 문장이 인상적인 이 책은 홈스쿨링으로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김종우씨의 이야기이다. 당시 홈스쿨링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의 출판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었다. 사람들이 홈스쿨러들에게 궁금해하는 것은 대부분 일상적인 것들이었고 이 책이 바로 그 일상에 관한 책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아니어도 이만한 정도의 글을 쓸 사람은 분명히 있을 것이고 또 내 가정의 일은 내세울 만한 매력이 있는 사안도 별로 없음을 내가 가장 잘 아는데 굳이 나여야 하는가를 곱씹었다”고 저자가 첫 장에 적어 놓은 것과 달리 독자들은 숨 쉴 틈 없이 160여 페이지를 읽어 내려갈 수 있다. 담담하다 못해 무덤덤하게 느껴지는 단순한 문장에서 이야기꾼 특유의 매력이 넘쳐난다. 특히 둘째 현성이가 교사답지 못한 교사로 인해 상처를 받고 학교를 그만두게 되던 이야기, 아이들에게 홈스쿨링을 시킨다는 이유로 친척들에게 비난받는 부모를 옹호하다 눈물 흘리던 아이들의 이야기에 이르면 목이 칼칼하고 콧등이 시큰해진다. 이 책에는 학교를 나온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깨닫고 검정고시를 치르고 대학에 가기까지의 과정도 서술되어 있다. 하지만 그 방법이 궁금해서 이 책을 손에 든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해답을 찾기는 힘들 듯하다. |
솔직히 이 책 속의 아이들에게는 소위 말하는 ‘천재성’이라는 것이 없지 않다. 김종우씨의 솔직한 표현대로 ‘미리 특출한 교육을 시키지 못해서, 잘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평범함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부모를 공경하고 생태적인 삶을 지향하고 봉사를 기쁘게 여기는 이 훌륭한 자녀들이 천박한 엘리트 의식으로 무장된 천재들보다 훨씬 아름다운 이유는 부모의 홈스쿨링이라는 ‘특출한’ 교육 탓이지 않을까 싶다.
[홈스쿨링] 레이 볼만 지음 / 배응준 옮김 / 규장 펴냄
홈스쿨링 인명록과 미국 교육사의 일람으로부터 시작되는 레이 볼만의 [홈스쿨링]은 미국의 기독교 홈스쿨링에 대한 책이다. 이 책을 펼치자마자 마주치는 홈스쿨러 ‘명예의 전당’은 ‘너희들이 학교도 안 다니고 얼마나 성공하는지 어디 두고보자’는 악담에 귀가 닳은 홈스쿨러 독자들에게 묘한 감상을 던져줄 것이다. 명단에는 찰리 채플린도 있고 아가사 크리스티, 찰스 디킨즈, 토머스 에디슨도 있다. 마크 트웨인과 라이트 형제도 이 명단을 풍성하게 해준다. 명단 이야기에서 이미 눈치 챘겠지만 이 책은 다음으로 소개할 책 [바보 만들기]의 필자인 존 테일러 개토와는 상당히 다른 관점에서 홈스쿨링을 바라본다. 이 책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에서 저자는 주로 홈스쿨러들의 학문적 우수성과 높은 학업성취도, 뛰어난 리더쉽 등을 들어 홈스쿨링의 ‘효율성’을 강조한다. 또 공교육의 문제점과 미국 정부의 교육관련 시책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는데, 공교육이 아이들의 도덕성과 학문성, 영성을 올바로 성장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공교육 체제 속의 아이들은 사회화와 폭력통제, 예의범절 등에서 모두 낙제점이라 주장한다. 이 책에는 교육문제에 대한 미국 기독교 부모들의 진지하고 치열한 고민이 그대로 담겨 있다. 하지만 [바보 만들기]를 재미있게 읽은 독자들이라면 이 책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 저자는 에이즈에 대해 ‘걸리면 죽는 병이다. 더욱이 기침, 키스, 땀, 음식 등 학교 환경에 친숙한 요소들이 전염 경로가 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좀더 철저한 연구와 토론이 있어야 할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교과서는 거드름 피우듯 으스대는 사회주의 제3세계 국가들의 사업 계획을 크게 선전하는 반면, 그들의 실패상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이런 교과서가 자유를 사랑하는 당신 마음에 상처를 주고 있지 않은가?’라고 이야기하며 ‘적성국가를 호의적으로 묘사한 부분이 있는가 하면 우방을 비우호적으로 묘사한 부분도 있다’고 말한다. |
이 책 속에서 세계는 아직 냉전중일 뿐 아니라, 홈스쿨러인 자신들이 소수임에도 불구하고 소수 약자에 대한 시각도 결코 관대하지 않다. 개토의 입장은 둘째 치고 우리나라에서 대안교육이 지향하는 바와도 사뭇 다른 시각이다. 이 책을 불편하지 않은 마음으로 읽어 내려가기 위해서는 앞서 소개한 [미국의 홈스쿨링]을 먼저 일독할 필요가 있다. 그 책에는 레이 볼만이 이야기하는 미국 홈스쿨링 가정들의 대다수가 어떤 인종이며(약 98퍼센트가 백인이다), 어떤 정당을 지지하고 있는지(약 76퍼센트가 공화당을 지지한다), 정치적 관점이 어떠한지(약 87퍼센트가 스스로를 보수적이라고 말한다)에 대해 자세히 조사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미국 홈스쿨링 가정의 상당수가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이 책의 확고한 어조는 일부 독자들에게 기독교 홈스쿨링에 대한 불필요한 편견을 심어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2부에는 구체적으로 기독교식 홈스쿨링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이 담겨 있다. 기독교 홈스쿨링 가정이라면 레이 볼만의 보수적 시각을 감수하고서라도 참고로 읽어볼 만한 내용이다. 일과표 작성 방법에서부터 커리큘럼을 정하는 방법 등이 자세히 나와 있다.
[바보 만들기 -왜 우리는 교육을 받을수록 멍청해지는가] 존 테일러 개토 지음 / 김기협 옮김 / 민들레 펴냄
[바보 만들기]는 홈스쿨링에 대한 책이 아니라 학교에 대한 책이다. 전직 교사인 존 테일러 개토는 첫 장부터 신랄하게 제도교육을 비판하는데 홈스쿨링은 그 대안 중 하나로 잠깐 언급되는 정도이다. 하지만 홈스쿨링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손에 든 사람이라면 공교육제도의 횡포와 한계에 대해, 그리고 홈스쿨링의 가치와 그 사회적 의미에 대해 좀더 깊은 시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학교라는 조직이 얼마나 야만적인 발상으로부터 탄생하였는지, 또 그렇게 탄생된 조직이 교육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어가고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대다수의 아이들이 자신이 속한 동년배 집단만 벗어나면 의사소통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학교가 가르치는 사회성의 허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홈스쿨러들의 뛰어난 사회성에 대한 보고는 이미 ‘고전’이 되었음에도 ‘그래도 결국은 학교에서 부딪히며 자라야만 사회성이 발달한다’는 집요한 참견에 피로감을 느끼는 독자라면 속이 후련해지는 대목이다. 이 책의 저자 존 테일러 개토는 뉴욕에서 ‘올해의 교사상’을 세 번이나 받으면서도 학교제도를 뒤흔드는 주장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렇기에 학교 안에서 학교의 변화를 고민하는 교육자들에게도 이 책은 좋은 조언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저자는 교사이기 때문에 하지 못할 이야기는 없다는 점을 일깨워줄 뿐 아니라 오히려 교사이기 때문에 더욱 큰 목소리로 문제의식을 드러내야만 한다는 점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판 10년 후에 덧붙이는 말에서 저자는 ‘수많은 남녀들이 자기다운 인생을 살려고 노력하다가 종소리, 모욕감, 그리고 표준화된 시험제도 앞에 좌절하고 초라한 인생으로 흘러버리게 된 과정의 기억을 이 책을 읽으며 되살려 냈습니다’라고 이야기한다. 그의 말대로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이 경험했던 좌절감과 모욕감을 기억해낼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그런 경험을 이번에는 자신의 자녀가 학교에서 되풀이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될 것이다. |
저자의 이야기처럼 정말 ‘제도교육은 잘못된 방향으로 이미 성공했기 때문에 개혁이 불가능’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이들을 함부로 모욕하는 습성만은 아직 개혁되지 않고 있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학교탈출, 이제는 선택이다] 이종건, 심은희 지음 / 늘푸른 소나무 펴냄
이 책은 3년째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 이종건군(17세)과 어머니 심은희씨가 함께 썼다.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 안 가요] 이후 국내 홈스쿨링 가정 이야기를 다룬 두 번째 단행본이다. 이 책은 크게 1,2부로 나뉘어 있는데 1부는 심은희씨가 쓰고 2부는 종건군이 썼다. 1부에는 홈스쿨링을 시작하게 된 과정과 홈스쿨링에 대한 심은희씨의 생각이 담겨 있다. 또 홈스쿨링을 시작하며 흔히 경험하게 되는 불안감과 홈스쿨링 일반에 대한 궁금증에 대해 자상하게 설명한다. 2004년 14세-17세 홈스쿨러들을 대상으로 한 공동수업이 시작된 과정과, 자녀가 읽은 도서목록, 참여한 자원 활동 등이 소개되어 있다. 2부에서 이종건군은 자신의 홈스쿨링을 다섯 단락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자신이 홈스쿨링을 시작하게 된 과정과 새만금 등 사회문제에 다가서는 이야기, 음악 퍼포먼스와 맹자 세미나 등 홈스쿨링 학습일지, 다양한 매체를 통한 학습 경험담 등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마지막에는 ‘종건이의 학습관련 연표’가 실려 있다. 지리산 종주, 홈스쿨러 캠프 참가, 일본 도쿄슈레 방문, 홈스쿨러 공동수업 참가, 꽃동네 입소 등 2003년부터 2005년까지 무엇을 배우며 살아 왔는지를 보여주는 홈스쿨러식 시간표이자 커리큘럼인 셈이다. 종건군은 책에서 ‘난 계획이 있다. 15살이 되면 14살 때 쓴 주기를 한데 모아서 책 비슷하게 만들 것이다. 그럼으로써 한 해의 반성과 새해의 각오를 다짐할 계획이다’라고 말한다. 열네 살에 세웠던 계획을 ‘책 비슷한 것’이 아닌 ‘책’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열일곱 살에 실천한 것이다. 덕분에 독자들은 ‘나는’으로 시작되는 홈스쿨링 경험서를 접하게 되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
[아이들은 자연이다] 장영란, 김광화 지음 / 박대성 사진 / 돌베개 펴냄
귀농하여 무주 산골에 살고 있는 장영란씨와 김광화씨는 홈스쿨러 탱이와 상상이의 어머니와 아버지이다. 장영란씨는 한동안 인터넷 뉴스 사이트인 프레시안에 홈스쿨링 이야기를 연재했었는데 그 글을 더 보충하고 김광화씨의 글을 곁들여 이번에 책으로 펴냈다. 이 책은 최근 출판된 홈스쿨링 관련 서적 중 가장 호응이 좋은 책인데, 꽤 읽을 만한 책이기도 하지만 꽤 ‘볼 만한’ 책이기도 하다. 표지에서부터 흙냄새가 물씬 풍겨온다. 책 속에는 진흙 묻은 아버지의 손도 있고 모내기하는 어머니의 손도 있다. 톱질하는 딸의 손도 있고 요리하는 아들의 손, 그리고 동생에게 딸기를 먹여주는 누나의 손도 있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제목 그대로 ‘자연’이다. 이 책에도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는 과정이 담겨 있다. 하지만 홈스쿨링의 방법이 나와 있지는 않다. 굳이 방법을 언급하자면 일상 속에서 부모는 아이들에게 배우고 아이들은 부모에게 배운다는 정도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보면 아이들을 품고 가르치는 것은 학교도 부모도 아닌 자연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존 홀트는 이상을 실천하라고 이야기하며 ‘다만 바로 지금부터 시작하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고 황홀하고 만족스럽고 효과가 뚜렷합니다. 백만 명이 여러분의 뜻에 따를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바로 지금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여러분이 할 수 있다는 바로 그 사실은 그것을 바라는 다른 모든 사람들 또한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할 것입니다.’([홈스쿨링, 오래된 미래]에 실린 수재너 셰퍼의 ‘학교에 보내지 않고 아이 키우기’ 가운데)라고 충고한다. 이 책은 홈스쿨링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홀트의 말처럼 그렇게 ‘시작한’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홈스쿨링을 준비하는 가정과 귀농을 준비하는 가정, 그리고 오랫동안 꿈꾸던 일을 이제 막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유익한 책이다. |
[홈스쿨링] 메리 그리피스 지음 / 최승희 옮김 / 미래의 창 펴냄
이 책은 미국에서 홈스쿨링을 하는 서른 세 가정의 이야기를 주제에 따라 엮어놓은 것이다. 각 가정이 내리는 홈스쿨링에 대한 정의, TV 시청과 인터넷 사용 등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문제에 대한 의견, 각자의 공부 방법과 더불어 홈스쿨링의 미래에 대한 전망까지 담겨 있다. 이 책은 초보 홈스쿨링 가정을 위한 기본 안내서라 해도 좋을 만큼 쉽고 구체적인 언어로 홈스쿨링을 이야기한다. 모든 단락은 두 쪽을 넘지 않는데 문장도 간략하고 내용도 아주 명쾌하다. 열 살을 전후한 어린 홈스쿨러들과 함께 사는 부모들에게는 더욱 추천할 만한 책이다.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공부하는 방법이 비교적 자세히 언급되어 있다. “아이들이 스스로 때가 되었다고 느낄 때까지 내버려둘 정도의 인내가 필요한 거지요. 홈스쿨링은 서두를 필요가 없는 생활이며 깔끔하게 정돈된 생활도 아닙니다.” -로라 “아이들은 삶에 관해 배우고 싶어하며, 방해받지 않는다면 배우게 될 것이라는 게 제 믿음입니다. 방해라는 건 외부로부터 오는 보상, 위협, 무엇을 배울지 그리고 그것을 언제 배울지 지시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홈스쿨링을 위해서는 우선 아이들을 믿어야 합니다.” -수잔 텍사스에서 두 아이(4살, 6살)를 키우는 엄마 로라와 아이오와에서 두 아이(11살, 14살)를 키우는 수잔의 이야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책에 실린 부모들의 이야기는 베테랑 홈스쿨러 부모들이라면 하나같이 이미 오래 전에 들어본 이야기들일 수 있다. 하지만 베테랑 홈스쿨러 부모들도 때로 관성에 젖어 아이를 같은 인간으로서 동등하게 대하는 방법을 잊고, 아이가 스스로 성장하는 것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를 잊고, 아이와 소통하기 위한 키워드조차 잊는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앞서 이 책을 ‘안내서’라 소개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매사추세츠에서 홈스쿨링으로 딸아이를 키우는 조이스는 ‘아이들의 질문에 우물쭈물할 필요도 없고 또 꼭 답을 해줘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잘 모르겠는데...”라거나 “한번 같이 찾아보자”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초보 홈스쿨러 부모들에게 큰 용기가 되는 말이다. |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이 책의 표지와 광고용으로 둘러놓은 띠지가 오히려 독자에게 혼란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이 책을 감싸고 있는 “홈스쿨링으로 수능 없이 대학 간다―인하대 국내 최초로 홈스쿨링 전형방식 도입”, “홈스쿨링 아이들 성적이 뛰어나다―미국 SAT 평점, 평균보다 70점 이상 높아”라는 문구는 오히려 이 책에 대해 선입견을 갖게 할 뿐 아니라 이 책의 알차고 훌륭한 내용을 깎아내리고 있는 듯하다.
여기 소개된 책들이 보여주듯 홈스쿨링에도 분명히 여러 갈래의 길이 있다. 가능하다면 그 모든 길이 특별한 편견 없이 존중되길 바란다. 다름을 다름으로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은 이제 대부분의 독자들에게 다시 듣기에 구태스러울 만큼 당연한 이야기가 되었다. 그러나 다르다는 것을 너무 쉽게 인정해버리는 것, 너무 쉽게 다름을 전제하는 습관은 인정이 아니라 외면일 가능성이 높다. 인정을 가장한 외면은 냉소와 단절, 독단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같은 것보다 다른 것이 훨씬 많은 세상에서 다름은 ‘당연한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새로운 것’이다. 새로운 것은 외면할 대상이 아니라 탐구할 대상이며 길게 보면 소통하고 공감할 대상이기도 하다.
이 글을 통해 소개한 홈스쿨링 관련 서적들은 딱히 통일된 지향점을 가지고 있지 않다. 서로 다른 언어로 쓰여졌으며 서로 다른 대륙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서로 다른 경험이 모여 있다. 보수적인 시각과 진보적인 시각이 있고, 적극적인 자세와 소극적인 자세가 있으며, 도시에 사는 가정과 농촌에 사는 가정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자녀의(또는 다음 세대의) 교육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고, 스스로 소수의 대열에 들어섰으며, 자신들의 솔직한 경험을 세상에 내놓았고, 웬만해서는 지금 선택한 길을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무엇보다 중요한 공통점은 ‘홈스쿨러들에게 부모는 단지 안내자일 뿐’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부모가 아이들의 미래를 재단하려 하는 순간 홈스쿨링은 어떤 제도교육보다도 강압적인 신종 사교육으로 전락하고 만다는 사실을 서로의 차이를 떠나 이들모두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글쓴이 박성희 :: ‘공교육 붕괴위기’라는 자극적인 말과 함께 홈스쿨링이 언론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지난 삼사 년 사이 홈스쿨러 수는 순식간에 두 배, 세 배로 불어났다. 하지만 홈스쿨링에 대한 정보는 이들의 정보욕을 충족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현재 국내에서 발간된 홈스쿨링 관련 서적은 번역서를 합쳐 예닐곱 권이 전부인데다 그마저도 2003년 이전에 출판된 책은 단 두 권뿐이었기 때문이다. 국내에 홈스쿨링 관련 서적이 이렇게 적은 이유는 그간 홈스쿨링 관련 서적의 수요가 적었던 탓도 있었지만 일찍 홈스쿨링을 경험한 국내 가정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책으로 엮는 것에 아직 부담감을 느끼는 탓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홈스쿨링을 경험한 가정들은 대부분 아이들이 성장하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낱낱이 내놓는 것은 아무래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어찌 보면 과시를 위한 자기노출과 소통을 위한 자기노출의 경계가 조심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홈스쿨링] 마랄리 메이베리 외 지음 / 이혜영 옮김 / 박영률출판사 펴냄
[홈스쿨링, 오래된 미래] 민들레 편집실 엮음 / 민들레 펴냄
[우리 집 아이들은 학교에 안 가요] 김종우, 유은희 지음 / 대화출판사 펴냄
솔직히 이 책 속의 아이들에게는 소위 말하는 ‘천재성’이라는 것이 없지 않다. 김종우씨의 솔직한 표현대로 ‘미리 특출한 교육을 시키지 못해서, 잘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평범함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부모를 공경하고 생태적인 삶을 지향하고 봉사를 기쁘게 여기는 이 훌륭한 자녀들이 천박한 엘리트 의식으로 무장된 천재들보다 훨씬 아름다운 이유는 부모의 홈스쿨링이라는 ‘특출한’ 교육 탓이지 않을까 싶다. [홈스쿨링] 레이 볼만 지음 / 배응준 옮김 / 규장 펴냄
이 책 속에서 세계는 아직 냉전중일 뿐 아니라, 홈스쿨러인 자신들이 소수임에도 불구하고 소수 약자에 대한 시각도 결코 관대하지 않다. 개토의 입장은 둘째 치고 우리나라에서 대안교육이 지향하는 바와도 사뭇 다른 시각이다. 이 책을 불편하지 않은 마음으로 읽어 내려가기 위해서는 앞서 소개한 [미국의 홈스쿨링]을 먼저 일독할 필요가 있다. 그 책에는 레이 볼만이 이야기하는 미국 홈스쿨링 가정들의 대다수가 어떤 인종이며(약 98퍼센트가 백인이다), 어떤 정당을 지지하고 있는지(약 76퍼센트가 공화당을 지지한다), 정치적 관점이 어떠한지(약 87퍼센트가 스스로를 보수적이라고 말한다)에 대해 자세히 조사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미국 홈스쿨링 가정의 상당수가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이 책의 확고한 어조는 일부 독자들에게 기독교 홈스쿨링에 대한 불필요한 편견을 심어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2부에는 구체적으로 기독교식 홈스쿨링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이 담겨 있다. 기독교 홈스쿨링 가정이라면 레이 볼만의 보수적 시각을 감수하고서라도 참고로 읽어볼 만한 내용이다. 일과표 작성 방법에서부터 커리큘럼을 정하는 방법 등이 자세히 나와 있다. [바보 만들기 -왜 우리는 교육을 받을수록 멍청해지는가] 존 테일러 개토 지음 / 김기협 옮김 / 민들레 펴냄
저자의 이야기처럼 정말 ‘제도교육은 잘못된 방향으로 이미 성공했기 때문에 개혁이 불가능’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이들을 함부로 모욕하는 습성만은 아직 개혁되지 않고 있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학교탈출, 이제는 선택이다] 이종건, 심은희 지음 / 늘푸른 소나무 펴냄
[아이들은 자연이다] 장영란, 김광화 지음 / 박대성 사진 / 돌베개 펴냄
[홈스쿨링] 메리 그리피스 지음 / 최승희 옮김 / 미래의 창 펴냄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이 책의 표지와 광고용으로 둘러놓은 띠지가 오히려 독자에게 혼란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이 책을 감싸고 있는 “홈스쿨링으로 수능 없이 대학 간다―인하대 국내 최초로 홈스쿨링 전형방식 도입”, “홈스쿨링 아이들 성적이 뛰어나다―미국 SAT 평점, 평균보다 70점 이상 높아”라는 문구는 오히려 이 책에 대해 선입견을 갖게 할 뿐 아니라 이 책의 알차고 훌륭한 내용을 깎아내리고 있는 듯하다. 여기 소개된 책들이 보여주듯 홈스쿨링에도 분명히 여러 갈래의 길이 있다. 가능하다면 그 모든 길이 특별한 편견 없이 존중되길 바란다. 다름을 다름으로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은 이제 대부분의 독자들에게 다시 듣기에 구태스러울 만큼 당연한 이야기가 되었다. 그러나 다르다는 것을 너무 쉽게 인정해버리는 것, 너무 쉽게 다름을 전제하는 습관은 인정이 아니라 외면일 가능성이 높다. 인정을 가장한 외면은 냉소와 단절, 독단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같은 것보다 다른 것이 훨씬 많은 세상에서 다름은 ‘당연한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새로운 것’이다. 새로운 것은 외면할 대상이 아니라 탐구할 대상이며 길게 보면 소통하고 공감할 대상이기도 하다. 이 글을 통해 소개한 홈스쿨링 관련 서적들은 딱히 통일된 지향점을 가지고 있지 않다. 서로 다른 언어로 쓰여졌으며 서로 다른 대륙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서로 다른 경험이 모여 있다. 보수적인 시각과 진보적인 시각이 있고, 적극적인 자세와 소극적인 자세가 있으며, 도시에 사는 가정과 농촌에 사는 가정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자녀의(또는 다음 세대의) 교육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고, 스스로 소수의 대열에 들어섰으며, 자신들의 솔직한 경험을 세상에 내놓았고, 웬만해서는 지금 선택한 길을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무엇보다 중요한 공통점은 ‘홈스쿨러들에게 부모는 단지 안내자일 뿐’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부모가 아이들의 미래를 재단하려 하는 순간 홈스쿨링은 어떤 제도교육보다도 강압적인 신종 사교육으로 전락하고 만다는 사실을 서로의 차이를 떠나 이들모두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