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수육 먹으러 가자"
"싫어"
"왜 싫은데?"
"낮에 동생네랑 함께 먹었어."
" ㅡ.,ㅡ "
다른 날..
"탕수육 먹으러 갈래?"
"싫어."
"왜?"
"피곤해."
" ㅡ.,ㅜ "
또 다른 날..
"탕수육이 먹고픈데..."
"싫어"
"... ..."
"더 자고싶어."
" ㅜ.,ㅠ "
한 두어달 전부터 인가 맛난 탕수육 생각이 간절하더라고요.
그래서 선장님을 보채 딸아이와 함께 탕수육을 먹으러 갈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선장님이 영 협조를 안 하는 겁니다.
이유는 그 때 그 때 달라요.
선장님이 안 되면 딸아이라도 꾀어 둘이서라도 탕수육을 먹으러 가고팠습니다.
그런데 딸아이 마저도 매몰차기가 딱 지 엄마를 빼닮았음만 깨달았을 뿐입니다.
보통사람들에겐 탕수육은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겠지만 갑판장에겐 결코 그렇지가 않습니다.
보통사람들이 탕수육을 주로 먹는 시간대에는 갑판장은 강구막회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외출이 녹녹칠 않습니다.
그나마 낮동안에는 잠시 틈을 낼 수는 있긴한데 반주를 곁들이지 않는 탕수육은 영 맹숭맹숭하여 잘 넘어가지를 않습니다.
또 아무 탕수육이라면 아무 중국집에서나 가서 먹든지 배달을 시켜 먹으면 되겠지만 갑판장이 먹고픈 탕수육은 맛난 탕수육입니다.
맛난 탕수육이 흔한 것 같지만 한 번 찾아나서 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금새 깨닫게 됩니다.
서울시내에도 탕수육이 맛나다고 소문난 중국집이 여러 집 있습니다만 그 집들도 매번 맛난 탕수육를 내지는 않더라고요.
암튼 갑판장의 경험에 의하면 언제나 매번 맛난 탕수육을 먹었던 중국집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그전에 맛난 탕수육을 먹었던 기억을 더듬어 애써 그 집엘 찾아가도 탕수육의 상태가 그 때 그 때 달라서 기대했던 만큼 실망을 하곤 합니다.
어쩌다보니 갑판장에게 탕수육은 야바위판의 복불복이 되어 버렸습니다.
탕수육小 / 동흥관
토요일 점심 때를 D-day로 잡았습니다.
토요일엔 강구막회가 점심영업을 안 하고 오후 5시 30분부터 영업을 개시하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서울시내의 어지간한 음식점에서 가족외식을 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선장님과 딸아이로 부터 매몰찬 거절을 당했습니다.
졸립고 귀찮다나요.
졸린이는 더 자게 하고 귀찮은이는 가만 놔두는 것이 가장의 옳은 역활이라 믿고 싶은 갑판장입니다만...쩝
다음 날인 일요일은 강구막회의 정기휴일이라 가족구성원 모두가 온종일 자유의지대로 보낼 수 있습니다.
선장님과 딸아이는 오전에는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후에 오후에는 출산후 몸조리 중인 여동생(딸아이에게는 이모)네로 갈 것이 뻔 합니다.
신생아인 외조카놈(딸아이에겐 외사촌)을 보는 재미에 푹 빠졌으니 말입니다.
어쩌다보니 온전히 일요일 하루를 갑판장의 자유의지대로 지내게 되었습니다.
인근에 거주하는 만만한 인물 두엇에게 사발통문을 보내봤습니다만 그들도 나름대로의 삶과 애환이 있기에 휴일에 가족을 팽겨쳐 두고 홀로 몸을 빼내는 것이 그다지 자유롭지 않은 눈칩니다.
어쩌겠습니까.
사정이 이러니 갑판장이 이번에도 탕수육을 먹고픈 마음을 꾹 눌러 덮을 수 밖에요....라고 할라니깐 그러기엔 너무 자주 여러 번 참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이틀간 단 한 방울의 알콜도 섭취지 하지 않은 상태라 밤새 탕수육을 안주삼아 빠이주를 쪼옥 들이키는 상상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동이 텄습니다.
하지만 아직 중국집이 영업을 하기엔 이른 시각입니다.
일단은 목욕재개를 하며 몸과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 동네 목욕탕으로 향했습니다.
대개는 번잡함을 피해 평일 오후에 목욕탕에 즐겨 다니는데 오늘은 특별히 일요일 아침부터 목욕탕에 또아리를 틀고 들어 앉았습니다.
기분이 묘합니다.
목욕탕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갑판장의 느닷없는 출연에 의아해 하는 눈칩니다.
그냥 묵묵히 땀을 뺄 밖에요.
잡채밥 / 동흥관
"어서오세요."
"혼잡니다."
"그럼 이리로 오세요."
걸어서 40분 거리(네이버 지도 검색으로 3.15km)이니 갑판장에겐 동네 중국집이라 할 만 합니다.
1951년도에 현재의 자리(시흥사거리 부근)에서 개업을 했다는 중국집인 '동흥관'은 갑판장도 이 번이 첫방문입니다.
지척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체 무슨 이유로 이 집을 그간 등안시했는지에 대해 딱히 댈 이유가 없습니다.
그냥 별로 안 땡겼었나 봅니다.
그 이유말곤 댈게 없습니다.
지난 6년간 가산동은 물론이고, 독산동, 대림동, 구로동, 신길동, 도림동, 대방동까지 갑판장이 어슬렁거리며 다닐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중국집들 중 나름 유명한 집들은 거의 다 가봤는데도 여지껏 62년 전통의 중국집이자 금천구에서 나름 잘 나가지 싶은 동흥관에 와 볼 생각을 안 했다는 것이 갑판장도 희안합니다.
식당의 외관도 나름 볼 만 합니다만 내부는 더욱 출중합니다.(기대 이상이라는 말씀입니다)
동네의 흔한 중국집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입니다.
팔선생이 처음 런칭을 할 때 가 봤던 느낌이랄까...암튼 그다지 금천구 중국집스럽지 않습니다.
하지만 메뉴구성과 가격은 그냥 동네 중국집과 그다지 다를 것도 없습니다.
이런 정도라면 음식의 질과 맛이 어느 정도만 되더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드나들지 싶습니다.
고독하게 식사를 했다는 인증샷
탕수육에 대한 첫인상을 말씀 드리자면 '이 날과 같이 나온다면 다음에도 또 주문할 수 있다'입니다.
조금 더 욕심을 부린다면 돼지고기를 조금더 두툼하고, 큼직하게 썰어 넣어 씹는 즐거움을 충족했으면 좋겠단 바람입니다.
돼지고기의 질은 괜찬은데 너무 가늘게 썰어서 잡채에 들어가는 고기랑 같은 것으로 쓰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기가 가늘다 보니 튀김옷이 오히려 도드라져 주객이 전도 된 듯한 느낌입니다.
만일 돼지고기만 좀 더 두툼하게 나온다면 갑판장은 좀 더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습니다.(혹은 양을 줄여도 됩니다.)
혼자서 탕수육 작은 것을 한 접시만 먹어도 충분히 배가 부릅니다만 그렇다고 딱 한 요리만 먹기에는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간짜장, 활조개짬뽕, 볶음밥, 잡탕밥 기타 등 등 기타 등 등....
온갖 메뉴를 대보며 궁리를 하다가 잡채밥을 주문했습니다.
이미 포감감이 온 상태이기에 밥은 아주 조금만 넣어 달라고 하였습니다.
먹고 난 소감은 '다음엔 간짜장을 먹어 봐야지'입니다.
식사보단 요리를 먹는단 기분이 들어 좋았습니다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갑판장이 잡채밥이나 볶음밥을 두 가지 맛으로 먹는 팁을 알려드리면 따라나온 짬뽕국물에 잡채와 밥을 정당량 덜어서 말아 먹기 입니다.
<혼자서도 잘 먹는 갑판장 ㅡ.,ㅡ;;>
첫댓글 연락주시지 그러셨습니까. ^^
먼 동네라 번거로울까봐 그랬지
다음엔 1순위로 연락하겠음
맛난거 먹으러 갈 때 집에서 1시간 거리 내 (서:김포공항 동:강동구청 남:판교 북:일산 정도?) 는 먼 동네가 아닙니당. ㅋㅋ
ok
음~~~짠하기는 한데....
나한테는 연통안왔음 ㅎㅎ ㅎ
토욜 저녁에 왠지 촐촐할 것 같으면 연통 주고 넘어 오시라
알탕에 쓴소주 한 잔 하게시리
저도 빈둥거리고 있었는데 연락 드려볼껄 그랬나봅니다ㅡ,.ㅡ)
전 짬뽕을 먹고 싶은데 여친사마가 안먹어주네요.
어제 금천관악구로지역 식구들끼리 함께 달렸더니만 션한 기스면이 급땡기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