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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것이 보약이라고 했던가. 여행중에 음식이 입맛에 안맞는다거나 땀을 많이 흘려서 입맛이 당기지 않는다는 이유등으로 식사를 거르거나 적은 양을 먹게되면 필시 몸에 이상이 생기게 된다. 더욱이 필리핀은 년중 더운 나라로 땀을 많이 흘리게 되고, 찬 음식을 많이 먹다보면 식욕이 떨어지고 설사를 하는등 영양상의 문제가 발생한다. 자신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여행이 즐거워 질 수 없으므로, 입맛에 조금 안맞더라도 잘 먹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필리핀 음식도 조금만 알고 먹으면 훌륭한 음식이 얼마던지 있으니, 입맛에 않맞고 불결하다는 선입관을 깨고 필리핀 음식에 과감히 도전해 보자. 아무리 고약한 냄새가 나고 입맛에 않맞는다고 하여도 필리핀 사람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사람이 사람 먹으로라고 만들어 놓은 음식은 먹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듯 하다.
자신의 체질은 자신이 가장 잘 안다. 같은 음식이라도 개인의 체질이나 성향에 따라 좋거나 나쁠 수 있으므로 이것은 먹고, 저것은 피하라고 말하기 힘들다. 전적으로 자신의 판단에 따라 ' 아니다 ' 싶으면 피하면 된다. 보편적으로 현지에 오래 체제한 분들에 비해 처음온사람들은 현지 풍토환경에 적응이 덜 되어 있다고 본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단기 여행자만 설사를 할 수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단기 여행자들은 가급적 생수를 사서 마시고, 끓이거나 구운 음식 이외에 날음식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필리핀 음식을 먹다보면 육류 위주이고 채소가 부실하다는 것을 알게된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 싱싱한 과일을 많이 먹자.
집에서 먹는 것 이외의 음식을 외식(Dine out) 으로 생각하고 조금 무리가 있지만, 아는 대로 정리해 보기로 한다.
A. 길거리 주전부리
1. Pork Barbeque
길거리 어디에서고 연기를 풍겨가며 부채질 하는 모습을 흔히 볼수 있는데, 구이음식을 파는 노점상들로 배 고플때는 구수한 냄새가 식욕을 당긴다. 갖은 양념에 최소 몇시간 이상 재워두었던 돼지고기를 대나무 꼬챙이에 꽂아 숯불로 직접 구워서 판다. 더러운 붓으로 소스 같은 것을 연방 발라가며 굽다가 희뿌연 국물에 첨벙 담근후 건네준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더러운 붓과 소스, 희뿌연 국물에 담그는 이 대목에서 식욕을 잃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우선 더러워 보이는 붓은 숯검댕에 닿다 보면 당연히 거므스름 해지는 것이고, 이상한 소스는 다름아닌 코코넛 오일로 고기가 타지않게 하고 향을 더하기 위한 것이다. 희뿌연 국물은 다름아닌 식초다. 코코넛을 원료로 만든 식초를 필리핀 말로 수카(Suka)라고 하는데 여기에 양파, 마늘, 칠리(매운고추), 통후추등을 넣어 맛을 낸것이 수캉 앙항(Sukang Anghang-양념식초로 맛있는데, 수퍼에 제품으로 출시되어 있다) 인데, 희뿌연 국물이 바로 수캉 앙항이다. 찍어 먹으면 새콤한 것이 맛이 있는데, 위생이 마음에 걸리면 듬뿍 찍은후 다시 숯불에 구어 먹으면 문제없다. 뽀르크 바르베큐를 안먹어 본 사람은 그 맛을 모를만큼 정말 맛이 끝내준다. 맥주 안주로는 물론 출출한 오후에 간식으로도 그만이다. 값은 노점에서 보통 6페소. 식당에서는 10페소 내외. 그외에 간이나 허파등 내장도 구워서 팔고 있으니, 좋아하는 사람은 시도해 볼 것. 숯불에 구우니 위생에는 별문제 없을 듯.
2. Roasted Chicken
반으로 쪼갠 닭을 숯불에 구운 것. 기름이 빠져 담백하고, 숯불에 직접 구워 맛이 고소하고 쫄깃쫄깃한 맛이 그만이다. 일반적으로 필리핀 닭이 한국의 닭보다 맛있다고들 많이 이야기 하는데 사실인 듯 하다. 닭은 따뜻하게 해주어야 잘 자라지만 그렇다고 좁은 공간에서 너무 더우면 집단 폐사하는 가축이다. 따라서 필리핀의 닭은 넓은 공간에서 기르는 것이 보통인데, 운동량이 많고 사료가 부실해(?) 맛이 대체적으로 좋다.
3. Fish Ball
조그만 수레에 식용류가 담긴 후라이 팬에 동그랑땡같은 것을 튀겨서 팔고 있는 사람을 간혹 볼수있는데, 이것이 휘시볼 노점상이다. 주위에 생선 썩는듯한 냄새가 풍기는데, 냄새 때문에 아직 안먹어 보았음.
4. Peanut
필리핀 사람들은 땅콩을 무지무지 좋아한다. 길거리에서 먹물같은 기름에서 땅콩을 튀긴후 소금을 짭짤하게 뿌려 수북히 쌓아놓고, 조그만 종이봉지에 넣어 판다. 비위생스럽고 기름이 번들거리고, 손에 기름이 많이 묻기 때문에 먹음직스럽지는 않다. 그래도 먹어보면 맛은 있다.
또 생땅콩을 소금을 조금 넣고 껍질채로 물에 삶아서 파는 것도 있다. 땅콩 특유의 비린 맛은 전혀 안나고 짭짤하고 고소하면서도 찝는 맛이 상당히 좋다. 이도 저도 비위생스러워 먹지 못하겠다면 수퍼에 가서 가공품을 먹을 것. 내가 먹어본 중에서 토비식품에서 나온 멕시칸 스타일(Tobi-Mexican style-매콤한 맛), 오니온 갈릭 플레이버(Tobi-Onion & Garlic Flavour-양파 마늘맛)이 입맛에 맞아 무수히 많이 먹었다.
5. Fried Banana
바나나를 어떻게 튀겨 먹느냐구요. 하지만 필리핀에서는 바나나를 기름에 튀겨 먹습니다. 물론 보통 생식하는 바나나와는 품종 자체가 다른 것이다. 튀김용 바나나는 시퍼렇고 과육이 단단한데 모양은 조금 넙쩍한 것으로, 많은 한국분들이 보존성이 좋고 새큼한 맛이 나서 생식용으로 많이 먹는다. 대나무 꼬지에 꽂아 식용유에 튀기면 겉부분은 노르스름하게 변하고 기름이 줄줄 흐른다. 바나나에 대한 선입견과 기름기 줄줄흐르는 겉모양에 질리지만, 먹어 보면 새콤하면서도 달콤하고 고소한 맛이 그런대로 맛있게 먹을수 있다.
6. Hand Made Juice
십여년쯤 전에는 한국에서도 여름이면 길거리에서 냉차를 사 마실수 있었다. 이와같은 음료를 지금도 길거리에서 맛볼수 있는 나라가 필리핀이다. 코코넛 쥬스(부꼬 쥬스)는 코코넛 원액과 과육을 갈아 넣고 적당량의 물과 설탕, 얼음을 섞어 시원하게 만들어 판다. 오렌지 쥬스는 '탕' 오렌지 쥬스 파우더와 물과 설탕, 얼음을 적당히 섞어 판다. 필리핀에서는 노란색 오렌지가 생산이 안되므로 오렌지 쥬스는 모두 가공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오렌지와 비슷한 것으로 낑깡만한 초록색 칼라만시(쥬스로 마시기도 하고 음식에 뿌려 먹음)와 귤만한 크기의 초록색 필리핀 오렌지가 있지만 노점에서 쥬스로 팔기에는 비싸다. 망고 쥬스도 있지만 노점에서 파는 것은 가공품으로 생각하면 무리없다. 값은 보통 10페소 내외로 콜라와 별반 값의 차이가 없다. 위생에 문제가 있을수 있다.
7. Fried Boiled Egg
삶은 계란의 껍질을 까낸후 노란색 밀가루 반죽을 입혀 기름에 튀겨낸 것이다. 조금만 접시에 담아 식초를 질퍽하게 뿌려 숟가락으로 쪼개가며 먹는다. 조그만 계란 한 개로 요기를 하는것인데 그들의 식습관이 잘 들어난다. 필리핀 사람들은 보통 하루에 5번씩 식사를 한다고 한다. 우리가 하루에 먹을 식사량 정도를 다섯 번에 나누어 먹는다는 것이지 우리보다 식사량이 월등히 많은 것은 아니다. 이러한 소량다수식(?)이 건강에는 좋다고 한다. 날씨가 덥다보니 많이 먹으면 식곤증이 생기고, 열량소모가 많아 않먹을순 없으니 이렇듯 계란하나로도 조금씩 여러번 먹는 습관이 생긴지도 모른다. 계란에 식초탄 맛이 상상이 안가겠지만, 유난히 식초를 좋아하는 필리핀 사람의 음식을 이것저것 먹어봤지만 더운 날씨와 새콤한 맛이 잘 조화된다고 생각했었다.
8. Boiled Corn
옥수수에 약간의 설탕을 넣어 물에 삶은 것이다. 값이 별로 비싸지 않으며, 달짝지근한게 맛있다.
9. Sliced Green Mango with Bagoong
새파란게 어린아이 주먹만한 망고가 있다. 육질이 단단하고 정말로 무지하게 시다. 과육을 필리핀의 새우젖이라고 하는 바고옹에 찍어 먹는다. 엄청나게 시던 그린망고가 바고옹을 찍어 먹으면 신기하게 신맛이 덜해지고 짭짤한 바고옹의 향이 어우러져 먹을만한 음식으로 변한다. 신맛을 즐기는 사람은 시도해 볼 것. 바고옹(Bagoong-바궁이라 읽지말것)을 필리핀의 새우젖이라고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우리네 새우젖과 엄연히 다르다. 아주 작은 새우를 기름에 약간 볶아(Sauted) 이런저런 향신료와 함께 염장(Corn)을 하는데 짠맛이 덜하고 비린 맛이 거의 없고 특유의 강한 향이 난다. 유명한 것은 Fiesta Brand Bagoong-Sauted Shrimp Fry이지만 무수한 브랜가 있다. 향에 익숙해진 일부 한국인들은 매우 잘 먹으며, 필리핀 사람들은 빵에 발라 먹을 만큼 무지하게 좋아한다.
10. Chicharon
다른 말로는 Crispy Pata라고도 하는 치차론은 돼지껍질 튀김이다. 아무렇게나 금방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오랜시간에 걸쳐 만들어 노점에서 팔고 있을뿐이다. 돼지의 껍질을 털을 제거하고 지방이 붙지 않게 순수한 껍질만 잘 벗겨낸후 그늘에서 꼬들꼬들 해질때까지 몇일간 말린다. 잘 말린 껍질을 일정한 온도의 식용류에 넣으면 뻥튀기가 되듯이 순식간에 부풀어 오르면 건져낸후 식기전에 맛소금을 적당히 뿌린다. 말은 간단한 것 같은데, 직접 만드는 사람의 말에 따르면 기술이 필요하고, 기술에 따라 맛도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기술이 필요해서 그런지 몰라도 필리핀에서도 결코 싸지 않다. 마늘과 양파, 간장, 칠리를 넣은 식초에 찍어서 먹으면 돼지껍질이라는 메스꺼움과 누린내가 날거라는 선입견을 뒤엎을 만큼 바삭하고 고소해서 맥주안주로 그만인걸 그대들은 알기나 하는지.
11. Balot & Pinoy
필리핀식 곤닭걀이다. 곤닭걀이 무엇이지 모른다고요. 그럼 집에서 먹고있는 계란이 유정란인지 무정란인지는 알기나 하시는지. 유정란, 무정란이 무어냐고요. 갈수록 태산인데, 무정란이란 일명 씨없는 계란으로 병아리가 부화되지 않는 식용계란이고, 유정란은 종란장에서 수닭과 동침한 암탉이 생산한 알로 병아리가 부화된다. 한국에서는 유정란을 부화기(인큐베이터-Incubator)에서 부화도중 사망한 알을 식용으로 쓰고 있는데, 나이든 아저씨들이 막걸리와 즐기는 것을 아시나요. 부화후에는 암수감별사가 암놈은 살려주고 수놈은 모두 죽여 땅에 묻혀지는 사실을 아시나요.
우리의 곤닭걀과 비슷하면서도 발롯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선 달걀이 아니라 청동 오리알 이라는 점이 가장 다른점이다. 오리알은 크기가 달걀보다 훨씬 크고 파르스름한 색깔을 띠지만, 청동오리알은 오리알 보다 크기가 작으면서 파르스름한 색깔을 띤다. 또한 한국 곤달걀은 부화과정에서 사고로 나온 부산물이라 값이 싸지만, 발롯은 애초부터 곤달걀로 만들어 졌기 때문에 값이 비싸다. 한국에서는 오리알을 고혈압이나 풍에 좋다고 먹지만 필리핀에서는 정력에 좋다고 생각하며 먹는다는 점이다. 야생 청동오리 잡아 먹다 걸리면 한국에서는 벌금이나 감방에 가지만, 필리핀에서는 청동오리 곤닭걀 무제한으로 먹어도 문제가 전혀 되질 않는다. 필리핀 사람들은 초저녁에 발롯 몇 개와 싼미겔 너덧 병을 들고 침실에 들면 아들을 낳는다는 농담을 자주한다. 정력에 좋다며 엄지 손가락을 힘껏 하늘로 쳐든다.
사람 먹는 것을 무언들 못먹겠느냐며 필자도 수십차례에 걸쳐 먹어보려고 했지만,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비위 약한 나로서는 너무 혐오스럽고 냄새가 나서였지만 함께 갔던 나의 아내는 너무도 맛있게 먹으며 나를 조소했음은 물론 5-6개를 한번에 먹어 치웠었다. 나처럼 비위 약한 사람을 위해 필리핀 사람들이 머리를 써서 만든 것이 바로 삐노이(Pinoy)다. 같은 알인데 부화를 덜시켜 먹기에 거의 부담이 없다. 고소하고 무지하게 맛있다. 하지만 필리핀 사람들은 거의 삐노이를 먹지 않기 때문에 발롯 노점에서 삐노이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재수가 좋으면 껍질에 빨간색 매직으로 선을 그어논 삐노이를 먹을수 있다. 값은 6-8페소로 필리핀인이 즐겨 먹는 국민음식이다.
12. Lechon & Manok
원래 레쵼은 돼지란 뜻의 필리핀어이지만, 통돼지 숯불구이란 의미로도 많이 쓰인다. 원래의 기원은 중국이며, 돼지새끼를 숯불에 5-6시간 이상 구운것이지만 현재는 돼지고기를 같은 방법으로 구워낸 것도 레쵼이라고 한다. 워낙 오랜 시간 약한 불에 구워냄으로 기름이 많이 빠져 담백하고 쫄깃한 육감이 좋은데 필리핀 사람들은 된장색깔이 나는 망토마스 살사 소스에 찍어 먹는다. 살사 소스가 색깔이외에는 별달리 강한 맛이 없기에 먹기에 부담이 없지만, 역겨우면 소금이나 초고추장에 찍어 먹어도 맛이 좋다. 망토마스는 살사소스의 유명한 브랜드 명이고 살사는 동물의 간을 잘게 분쇄하여 약간의 양념을 넣어 만든 소쓰로 달작지근한 것이 먹을만 하다. 레쵼을 먹을 때 느끼한 맛을 달래기 위해 필리핀 사람들은 몇가지 야채를 식초절임한 (?)을 함께 먹는다. 맛이 새콤하며 어적어적 씹히는데, 레스코랑 등에서 기름진 음식에도 함께 곁들여 진다.
마녹은 닭을 의미하는 필리핀어로 마녹도 레쵼과 같이 요리하기도 하는데, 요리방법과 먹는 방법이 거의 흡사하다.
13. Ice Cream
더운 나라인 만큼 아이스크림 노점상이 왕왕 보이지만 우리나라와 별반 다른점이 없다. 단, 열대과일을 첨가한 특이한 아이스크림이 많다. 한국에는 없는 맛이 많다. 하지만 우리와 다른 것은 수퍼에서 사먹는 막대 꽂힌 아이스크림의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는 점이다. 생산회사가 많질 않아서인지 몰라도 품질이나 크기에 큰 차이가 없는데도 가격은 무지하게 비싼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