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할말 많은 연극 한편을 봤다
전두환정권 시절에 언론사의 기사통제가 있었다
그 지침들을 모아 폭로 했던
일명 <보도지침>을 토대로 만든 연극
연극은
기자,잡지발행인.변호인,검사를 한데 묶어
같은 시대에서 같은것을 보고
다른 행동을 하는 4명으로 시대와 인간을 이야기한다
재판으로 시작하여
그들은 학창시절을 넘나든다
ㅡ이 부분이 안타까운 이유 몇가지...
30대와 신입생의 간극을 살리고자했는지
패기넘치고 유머있는 신입생을 그리려다 웃음이 터진 배우덕분에 실소만 나왔으며...
재판과 신입생의 그들의 변화를 간결하게 연결하지 못하다보니 산만한 진행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ㅡ그럼에도 이 부분이 좋은 이유 몇가지...
심플하게 보도를 규제하던 사건 하나에 초점을 맞춘것이 아니라
4명의 신입생의 모습을 통해 당시의 시대를 반영한다
그 덕에 80년대에 모르는 사람도 이해할수 있는 스토리라인이 완성된다
신입생들은 연극동아리에서
고래사냥,갈릴레오의 생애,햄릿을 통해
<말>과 <침묵>을 배워나간다
ㅡ여기서 재미난 언어유희 하나가 <말>이라는 단어다ㅡ
"너희는 아직도 말하고 있구나"
"말을 하시오, 거리를 좁히시오
나는 말과 말의 조율을, 거리와 거리의 조율을 하겠소"
"진실을 담은 말은 힘이 있다"
등등등....수 없이 <말>이라는 단어가 쏟아지고
그 <말>은 실제 보도지침을 폭로한 잡지의 이름이기도 하다ㅎ
"독백은 혼잣말이 아냐. 말을 전하고 싶은 대상이 있어야 해"
이 문장하나로
실제 폭로잡지인 <말>과
연극속 폭로잡지인 <독백>을 연결했다
수많은 언어유희와 뼈때리는 질문들이 쏟아지는 연극임은 부정할수가 없음이다
집중안되는 초반을 지나
중반으로 향하자
이상하게 내 눈은 판사에게로 갔다
주인공들의 선배이자 교수이자 편집장이자 사건의 판사...
피고와 원고가 물어본 같은 질문
"유죄입니까? 무죄입니까?" 에 답하지 못하던 판사
가장 먼저 말하고 행했기에
권력과 폭력앞에 무릎꿇어본 인물이자
학생들을 위해 권력과 폭력앞에 무릎꿇을수 있는 인물...
ㅡ잡혀간 학생들을 위해 선처를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하며 절뚝거리는 다리로 자신의 다리를 그렇게 만든 인물에게 무릎을 꿇는 장면은 이 연극의 백미이다ㅡ
타락한것도 아니고
끝까지 신념을 관철한것도 아닌
"균형"을 잡는다던 그....
아마
뜨거웠으나
침묵하며
적당히...사회에 맞춰 살던 그들의 모습이 아닐까
<보도지침>이 할 말 많은 연극이라
확대해서 이야기 몇개 하자면...
내 인생의 롤 모델 <에밀 졸라>님이 생각났다
<행동하지 않는 지성은 지성이 아니다> 80년대 데모하는 이들에게 급훈(?)같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극 중 검사는 신입생때
가장 먼저 의구심을 가졌으며
가장 먼저 행동을 했으며
가장 뜨거웠지만
가장 빨리 식어버린(혹은 사회에 수긍해버린)아이
이 아이에게 <에밀 졸라>님께서 "초지일관하는 지성이 지성이다"라고 말해줬어야 하나? ㅎㅎ
기사라....
기자라...
인터넷 시대에 발 맞춰
소위 '인싸'의 sns의 사진 몇장으로 기사쓰는 기레기들과
오보는 1면에 내도 사과는 안중에도 없는 기레기들에게
지쳐가는 내 입장에서는 반가운 언론법하나...
30여년 전에는 기사하나 내고 잡혀갔는데
이제는 기사하나 내는걸 규제하는데 찬성하고 있는 나를 보게된다
(정확히 기사규제는 아니며 오보에 관한 책임론이라고 생각하는 법안이다)
ㅡ뜬금없이 기사나...기자나...이 부분에서 미드 '뉴스룸'을 강력추천한다
나에게 이 드라마는 최소 20년동안은 난공불락1위의 작품이다ㅡ
수많은 대사와 질문의 향연속에
좋은것도 싫은것도 많았던 연극이지만
모처럼!
생각의 나무를 마구마구 키워낸 아이 <보도지침>
5번째 공연은 조금더 간결한 흐름의 연출이 되길...
그때!
오늘 못 핀 엄지손가락 2개를 거침없이 펴 주리라
첫댓글 라이브러브님~!!
오랜만에 후기글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도지침이란 연극을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