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만나게 된다는 일이 기적에 가깝다는 어느 시인의 표현이 아니더라도 하필이면 그 사람과 그 시간에 그 장소에서 만나게 되었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라 할 수 없습니다. 기적이라는 말밖에요.
캐나다 해밀톤에서 그것도 4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은 놀라운 기적입니다.
그리고 그 만남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만남이었다는 것은 크나큰 은총이었습니다.
처음 신부님께서 이곳에 오시던 밤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공항에서 신부님을 기다리면서 이곳 이민 생활을 이해해주시고 함께 따뜻한 마음을 나누어 주실 핸섬한 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기다렸답니다. 기대하던 외모는 아니었지만 웃을 때 살짝패는 보조개가 부드러움을 더해주었고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와 넉넉한 배둘레는 위로가 될 만큼 푸근했습니다.
슬리퍼를 신고 들어 오시던 신부님에게서 꾸밈이 없고 넉넉한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작고 소박한 들꽃처럼 저희들과 함께 따뜻하고 향기로운 공동체를 만들고 싶으시다던 첫 인사말에 긴긴 이곳 겨울에 봄날의 따스함이 가득할 것 같은 희망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지난 4년은 참 따뜻하고 포근했습니다. 두드리면 언제나 경상도 특유의 억양으로 ' 예 에- , 라는 응답과 함께 열렸던 사제관의 문.... 무엇보다도 당신의 상처도 부끄러움없이 보여 주셨던 솔직함이 저의 안의 상처를 이기게 하는 힘을 주셨습니다.
매일 미사가 있는 날이면 2시간 전에 성당에 와 신부님 식사 준비하고 또 매일 미사에서 들려 주시는 ,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강론은 하루하루의 삶에 기쁨과 행복을 보태주었습니다.
지난 4년은 어느 4년보다 빨리 지나간 것 같습니다. '이별'이라는 말이 '벌써'라는 말과 함께 입에 붙는 걸 보니 말입니다. 아마도 처음부터 오래전에 알아오던 사이같은 친숙함과 익숙함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4년 신부님과의 추억은 참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의 성지 순례, 멕시코에서 성지순례, 멕시코 과달로프 성당에서의 미사 참례 때의 은총은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작년 여름 독일서 오신 조 신부님과 낚시 하실 때 초짜라하시면서도 수십마리 메기 낚은 낚시실력으로 잡으신 메기로 끓여들인 메기 메운탕을 드시면서 그 행복해 하시던 그 모습, 그리고 늘 자신이 지금 사육당하고 계시다며 식사준비에 너무나 고마워하시는 신부님.....아마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신부님과의 만남이 소중했던 기억들을 전하며 사는 것이 만남만큼 큰 그 기적일거라 믿기 때문입니다.
신부님과의 아름다운 만남을 소중하게 지키며 살아 가겠습니다.
이곳 해밀톤 본당에 뿌리신 소박하고 따뜻한 들꽃이 낯익은 향기로 문득 코끝을 스친다면 신부님께서도 저희들을 기억해주십시요
늘 영육간에 건강하시고 뱃살도 좀 빼시고 하느님의 무안하신 은총이 새 부임지에서 또 다른 기적을 만드시기를 늘 기도드리겠습니다.
사랑합니다. 그동안 행복했었습니다.
.........곰돌이 신부님 안녕히 가십시요.
- 신마리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