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짓는
베이비부머
도반 동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베이비부머들이 은퇴를 앞두고 저마다 사업구상을 하고 뛰어드는
것이 작은 음식점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수많은 창업자들이 1년도 안 되어 문을 닫는 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어찌하면
좋을까요? 가슴이 아픕니다. 우리나라 베이비부머들의 한숨을 이웃나라 일본의 노포(老鋪)에서 해답을 찾아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반 동지 여러분!
제가 젊은 시절 한 때 권투 계(拳鬪界)에 종사한 적이
있었습니다. 참으로 그 당시에는 외국 여행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죠. 외국 선수를 초청하여 단 1만 달러를 지불하려해도 한국은행의 승인을 받아야
할 때였습니다. 그 어려운 시절 아무래도 시합 차 일본을 자주 드나들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40년이나 지난 그때나 작년 여름에 간사이(關西)
지방 여행을 갔을 때나 그 숱한 노포들의 우동 맛이 예나 이제나 변함이 없었습니다.
도반 동지 여러분!
노포란 전통과 격식 그리고 신용이 있는 오래된 가게를 말합니다.
3~4대는 기본이고 10대 이상 이어져 짧게는 100년, 길게는 수백 년 이상 장수하는 기업이라고 하네요. 이런 노포가유명한 곳이 일본이죠.
일본에는 수백 년에 걸쳐 가업을 유지하며 기업으로까지 발전시켜온 노포들이 아주 많습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노포가 무려 1만
5000곳이 넘는다고 하니 놀라운 이야기입니다. 그런 노포들은 과연 어떻게 수백 년 이상 기업을 지속해올 수 있었을까요? 그 해답을 ‘1평
가게에서 연 매출 40억 원을 올리는 비결’을 적은 ‘이나가키 아츠코’의 <한 평의 기적>에서 찾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도반 동지 여러분!
창업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대박을 꿈꿉니다. 하지만 대개
대박은커녕 쪽박만 차지 않아도 다행인 것이죠. 근근이 현상유지라도 하면 그래도 낫습니다. 창업을 한 지 6개월 이내에 70% 이상의 가게들이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그만큼 성공은 멀고 어렵다는 얘기이죠. 그런데 일본에 딱 두 가지 품목만을 만들어 팔면서도 60년이 넘게 대박행진을
이어가는 가게가 있다고 합니다. 연 매출액은 자그마치 40억 원! 그 정도 매출을 올린다면 가게라고 불리기에는 어폐가 있겠지만, 면적이 1평
남짓이라니 가게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입니다. 물론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죠. 상품을 파는 가게만 1평 남짓일 뿐, 상품을 만드는 공장은 훨씬
규모가 클 테니까 말입니다.
그렇더라도 자영업자라면 누구라도 미치도록 부러울 것입니다. 그렇게
자그마한 가게에서 그만한 매출을 올린다면 성공하고도 남았다는 얘기가 될 테니까요. 일본 도쿄의 유명한 양갱(羊羹) 전문점 ‘오자사’의
이야기입니다. 아마 이웃나라 일본이니 가능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일본인들은 ‘장사’를 하찮게 여기거나 폄하(貶下)하지 않고 대물림을 잘합니다.
그것도 장인정신을 갖고 철저하게 배우고 익혀서 말입니다. 우동가게를 대물림해서 운영한다는 얘기를 우리는 심심치 않게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오자사에서는 양갱과 모나카, 이렇게 두 종류만 만들어 팝니다.
양갱은 하루에 딱 150개만 만들어 파는데 사려는 사람들이 새벽 일찍부터 가게 앞에 줄을 서서 번호표를 받죠. 사려는 사람들은 많은데 만드는
양이 정해져 있으니 경쟁이 치열해져 번호표까지 나눠주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대체 얼마나 맛있기에 사람들이 양갱을 사려고 아우성일까요?,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혹시 소량만을 생산해서 판다니 그 ‘희귀한 유명세’ 때문에 사람들이 현혹된 것은 아닐까요? 이런 생각마저 들지만 만드는
과정을 알면 그런 생각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최고 품질의 양갱을 만들기 위해 하루에 150개만 만든다는
것입니다. 대량생산을 하면 지금처럼 맛있는 명품 양갱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랍니다. 그러니 40년을 한 결 같이 고객들이 오자사의 양갱을 사려고
새벽부터 줄을 서는 이유가 거기 있는 것이 아닌지요! 모나카는 양갱처럼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고 손이 덜 가 대량생산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편이나 택배로 배송을 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된 것 역시 사려는 사람이 많아 상품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얘기이죠. 대박이
나려면 이렇게 나야합니다. 그래야 사업하는 재미도 나고 장사하는 맛도 날 텐데, 이런 대박을 아무나
내나요?
도반 동지 여러분!
그리고 800년 된 떡 가게의 종업원 실천사항이 우리의 눈길을
끕니다. 일본 제일의 떡 가게 도라야(虎屋)의 얘기입니다. 일본 전국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명성을 가지고 있고, 뉴욕과 파리에도 지점을
둘 정도의 대표적인 떡집이죠. 지금은 본사가 도쿄로 이전했고, 2011년 900명의 종업원에 약 3,500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
되었습니다. 비록 작은 떡 가게로 출발했지만, 떡 가게가 이렇게 큰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 당대 최고의 떡 가게, 토라야의 종업원
실천사항을 한번 보겠습니다.
<실천사항>
1.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가게 앞을 장식하고 청소할
것.
2. 궁중 납품 시 부정함이 없도록 명심할
것.
3. 궁중은 말할 것도 없고 여타의 손님을 뵈러 갔을 때는 오래
머물지 말며 정중히 공경 하 는 자세로 대하고 용무가 끝나면 즉시 돌아올 것.
4. 멀리서 일로 찾아오는 고객은 물론이고, 우리 지역의 고객들에
대해서는 자상히 응답 하 고 접대에 부실함이 없도록 주의 할 것.
5. 가게에 일에 관해서는 각자 특기를 갖도록 노력하고 무엇보다
윗사람이 아래 사람을 잘 가르칠 것.
6. 장을 보러 가는 일은 위로부터 3~4인에게만 시킬
것.
7. 종업원 25명당 1명의 지배인을 두고 도구관리를 시킬
것.
8. 고용인 중에서 문제가 있는 사람은 확실히 파악하여 주인에게
알릴 것.
9. 손님이 와서 주연(술)을 제공할 때는 어떠한 대접이라도 저녁
7시를 넘기지 말 것.
10. 고용인 모두에게 매월 2회씩 주연을 베풀되 소박하게 할
것.
도반 동지 여러분!
어떻습니까? 작은 실천사항이지만,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구체적이고, 반드시 필요한 내용이 담겨져 있지 않은가요? 양갱과 모나카의 오자사도, 8백 년 떡 가게 토라야도 그 전통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은퇴를 앞두고 한숨만 짓고 있는 우리나라 베이비부머들이 한 번쯤은 고려해 봐야할 상황들이 아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