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지 않기 위하여
백종운
얼마전 이정선의 8집앨범 수록곡인 '외로운 사람들'을 트롯가수인 임영웅이 '사랑의 콜센타'에서 불러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아마 가사에서 전달되는 애절함과 잔잔한 멜로디가 코로나에 지친 사람들의 심금을 꽤나 울린 모양이다
<어쩌면 우리는 외로운 사람들
만나면 행복하여도
헤어지면 다시 혼자 남은 시간이
못 견디게 가슴 저리네
비라도 내리는 쓸쓸한 밤에는
남몰래 울기도 하고
누구라도 행여 찾아오지 않을까
마음 설레어보네
거리를 거닐고 사람을 만나고
수많은 얘기들을 나누다가
집에 돌아와 혼자 있으면
밀려오는 외로운 파도
우리는 서로가 외로운 사람들
어쩌다 어렵게 만나면
헤어지기 싫어 혼자 있기 싫어서
우린 사랑을 하네>
나는 이 노래를 5년전 '강허달림'이란 가수를 통해 들었는데
그때 느꼈던 감흥이 아직도 식지않고 가슴에 남아 있다
잠시 들어 보기로 하자
youtu.be/kKXH5nlFEno
약간 허스키한 보컬에 미묘한 바이브레이션이 째즈음악 특유의 끈끈함과
자유분방함과 어우러져 노래말처럼 외로움이 함박눈처럼 머리위로 펑펑 내릴것 같았다
도대체 이 외로움이란 무엇이기에
누구라도 행여 찾아오지 않을까 마음 설레게 할까?
'거리를 거닐고 사람을 만나고 수많은 얘기들을 나누다가
집에 돌아와 혼자 있으면
밀려오는 외로운 파도'는 도대체 뭘까?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 <수선화에게 부분>
라고 노래한 정호승시인처럼
외로움은 인간으로서 견뎌야 하는 천형(天刑)이라도 되는 걸까?
인간은 원래부터가 외로운 존재다
세상에 혼자 내던져진,
오로지 자신이 선택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는 주체로서의 존재자
고독이나 외로움은 그것에 대한 영광의 상처쯤 된다고 할까
자유의 옷을 걸치고 고독의 형벌을 받는 영원한 수인{囚人)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스'가 연상된다
외롭지 않기 위하여
밥을 많이 먹습니다
괴롭지 않기 위하여
술을 조금 마십니다
꿈꾸지 않기 위하여
수면제를 삼킵니다
마지막으로 내 두뇌의
스위치를 끕니다
그러면 온밤내 시계 소리만이
빈 방을 걸어다니죠
그러나 잘 들어 보세요
무심한 부재를 슬퍼하며
내 신발들이 쓰러져 웁니다
- 최승자, 외롭지 않기 위하여 -
최승자시인은 외롭지 않기 위해 밥을 먹고, 술과 수면제를 먹고
머리 스위치를 끄면서까지 외로움에 저항을 해보지만 안타깝게도
자신의 부재만 확인할뿐 불발의 혁명으로 끝나고 만다
외로움과 맞짱을 뜨는 일은 오히려 위험해 보이기도 하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 아남을 수 없는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 도종환, 담쟁이-
저 담쟁이들 앞에 둘러쳐진 절망의 벽을 보라
기어이 벽을 넘고마는 잎 수천개를 보라
서둘지 않고 말없이 앞으로 벽을 오르는 실존들
저들에게 자유가 없는가
오히려 저들에게 외로움은 없어 보인다
함께여서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