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너와 나의 마라톤 ---달리기 입문
아! 이거 정말 미치겠네. 미래만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마라톤 말고 다른 거 아무거나 시키면 다 하겠으니 다른 걸로 주문하시라고 할까.
생각에 생각이 이어졌으나 뾰쪽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날 저녁 반바지에 농구화를 신고 인근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갔다.
학교 운동장에 와 본 게 언제였든가. 기억도 잘 나지 않네. 학교 다닐 때도,
군대생활 할 때도,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달리기였는데.......
내 100미터 기록이 얼마였더라. 아마 20초 가까이 됐을걸.
고등학교 때 우리 반 느림보 세 명 중에 한 명이였으니까.
그때 1km 달리고 인생 종 치는 줄 알았지.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게
달리기라고 생각했었으니까.
그래 한번 달려보자. 천천히 운동장을 달려보았다. 운동장 한 바퀴를 달리니
더 이상 달릴 수가 없었다. 배도 아프고 종아리도 무겁고. 등에서는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았다. 갑자기 미래 아버님 생각이 났다. 하필이면 그 양반이야.
왜 마라톤을 해 가지고........ 아 정말 미치겠네. 다시 천천히 달려보았다.
이번에는 반 바퀴도 달리지 못하고 멈춰버렸다.
운동장 외곽으로 걸어가 벤치에 드러누워 하늘을 한번 쳐다보았다.
하늘의 별들이 내 눈 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그 별들 속에 미래의 모습이
반짝거렸다. 미래가 보고 싶었다. 그래서 전화를 할까 하다가 그만 두기로
했다. 전화를 하게 되면 나의 나약한 생각만 잔뜩 말하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날 미래는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의 눈빛을 보냈었지.
오빠는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거라고 고개를 끄덕거렸지.
정말 할 수 있을까. 진짜로 내가 그 먼 거리 42.195km를 달려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을까. 그것도 5시간 이내에. 자신감이 없었다. 도저히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아버님을 찾아뵙고 다른 주문을
해보기로 했다. 며칠 뒤 다시 아버님을 찾아갔다. 반갑게 맞아 주셨다.
그리고 달리기 이야기부터 꺼내셨다. “그래 연습은 좀 해 봤나.”
“그게 말씀인데요. 저 도저히 마라톤은 자신이 없거든요.
마라톤 말고 다른 걸 하면 안 될까요.”
아버님이 큰 기침을 하시더니 목소리를 가다듬고 점잖게 말씀하셨다.
“달리기라는 게 처음부터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연습을 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나. 그렇게 쉬운 게 마라톤이라면 내가 자네에게 마라톤
완주증을 주문하지도 않았네. 마라톤을 완주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의 훈련이
필요하고 그 긴 시간의 훈련으로 인해 몸이 단련되어 결국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는 걸세.”
“자네는 지금 시작이니까. 운동장 5바퀴를 쉬지 않고 달리는 연습을 하게.
그리고 그게 가능하면 10바퀴. 그다음은 20바퀴. 이렇게 시간을 두고 천천히
연습을 하게 되면 한 달 내에 5km는 달릴 수 있을 걸세. 연습으로 5km만 달릴
수 있다면 10km대회에 참가를 하면 충분히 완주를 할 수 있거든.
그러면 달리기에 대한 자신감도 생기고 마라톤이 그렇게 넘기 어려운 벽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을 걸세. 그때부터 천천히 준비를 하는 거야.”
“일단 5km를 달릴 수 있으면 그 때그때 나를 찾아오게. 그리고 그때 가서 다시
이야기를 하세. ” 미래 아버님을 만나기 전까지 마라톤을 완주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미래의 집을 나오면서
“ 그래 한번 해 볼까” 하는 생각으로 마음이 기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