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 동생들과 아는 오빠 부부까지 모두 함께 에버랜드로 향했다.
추운 날씨였고 화요일이어서 에버랜드는 텅 비어 있었다.
신랑이 동물원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우선 사파리부터 들렀다.
외삼촌께서 삼성에서 근무하시는 덕분에 에버랜드를 제집처럼 드나드는
친척 동생이 운전사 아저씨 바로 뒤에 앉으라고 말했다.
아저씨가 먹이를 던져주고 곰이랑 장난도 치기 때문에 가장 잘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분도 참고하시길...)
사파리에 도착하니 그런 걱정은 할 필요도 없었다.
손님은 우리뿐이었다.
우리들: 와! 우리가 버스 전세냈다.
신랑: (덩달아서) Ye~
버스에 올라 운전기사 아저씨 바로 뒤 줄로 나란히 앉았다.
아주 기분이 좋아지려는 찰나, 갑자기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렸다.
앗! 티셔츠를 맞춰 입은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버스를 향해 돌진해
오고 있었다.
뭐, 뭐야.... 촌스러운 보라색 티셔츠의 무리들은....
순식간에 버스는 중국 아줌마 아저씨들로 가득 찼다. -_-
중국은 정말 인구가 많은가 보다.... 미국에서 보는 것도 지겨운데
이제 에버랜드에서까지....
중국말 정말 시끄럽다.
영화나 비디오에서 보면 멋있던데 수십명의 아저씨 아줌마들이
한꺼번에 떠드니까 시장 바닥이 따로 없다.
뭐가 그리도 신나는지 쉬지도 않고 땅땅거리는 소리로 떠든다.
관광 가이드는 한국 아저씨였다.
중국 사람보다 더 시끄러운거 같았다.(-_-)
운전사 아저씨를 붙잡고 계속 떠든다.
근데 별로 들을 만한 얘기도 아니다.
가이드 아저씨: 글쎄, 이 사람들이 이거 보려고 중국에서 왔어요
운전사 아저씨: 아, 네....
가이드 아저씨: 이 사람들 이거 보려고 새벽에 일어났어요
운전사 아저씨: 아, 네....
가이드 아저씨 : 이 사람들이 이거 본다구 아침부터 설치더라니까요
운전사 아저씨: 아, 네....
달리 대답할말이 없는 운전사 아저씨는 곤욕스러운 표정이었다.
가이드 첨 해보는 아저씨인가 보다.
관광객보다 더 흥분한 거 같았다.
가이드 아저씨는 묻지도 않은 말을 열심히 하더니 아예 운전사 아저씨
마이크를 빼앗아서 중국말로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그럼 우리는 어떡하라는 거지?
차에 탄 관광객 중 한국 사람은 운전사 아저씨, 우리 다섯 사람,
그리고 가이드까지 일곱명.
미국 사람은 울 신랑 한 명.
나머지는 모두 중국 사람들이다.
어떨결에 우리 나라에 와서 소수 민족이 돼버렸다.
버스는 출발했고 마이크를 빼앗긴 아저씨는 할 수 없이 고개를 돌려
바로 뒤에 앉은 나에게 간간이 설명을 해 주셨다.
가이드도 설명을 듣고 통역을 해야하니까 아저씨가 고개를 돌릴 때마다
우리 쪽에다 귀를 갖다 댔다.
아저씨 설명을 들으면서 마이크에다 대고 중국말로 땅땅거리는 바람에
그나마 난 잘 들리지도 않았다.
정말 짜증나는 아저씨였다.
기사 아저씨의 설명을 들으면 내가 또 다시 신랑에게 통역을 한 담에
뒷자리에 있는 친척 동생들에게도 들은 이야기를 전달해야 했다.
손님이 아니라 운전사 비서 겸 한국말 가이드가 되고 말았다.
더군다나 내 목소리는 마이크에 울리는 중국말과 중국 사람들의 와우~
감탄사에 섞여 들리지도 않았다.
우씨~ 뭐 이래~
나도 질새라 큰소리로 고래고래 설명을 했다.
하지만 결국 졌다.....
나중에 다시 한번 더 타기로 했다...
물개쇼도 보고 유리장 안의 원숭이랑 고릴라도 보면서 신랑은 아주
재밌어했다.
팬더가 젤 보고 싶다고 했는데 날씨가 너무 추워서 못 나온단다.
신랑은 예의 불쌍한 강아지 눈으로 잠깐 실망을 나타냈지만 10분
있으면 시작할 공작쇼 시간표를 보더니 신이 나서 뛰기 시작했다.
동물쇼를 무척 좋아하나 보다.
그러면서도 한가닥 의문을 나타냈다.
신랑: 공작이 정말 쇼를 해?
니나: 그런가봐....
신랑: 공작 머리 나쁜데....
생각해 보니 새대가리라는 말도 있는데 머리 나쁜 공작이 과연 쇼를
할지 궁금했다.
그래도 쇼라니까 우선 가보았다.
손님이 없는 날이긴 했지만 쇼할 때마다 모이면 그래도 꽤 많던데
공작쇼 보러 온 건 우리 밖에 없다.
이상했지만 그래도 기다려 보았다.
잠시 후 우렁찬 음악이 울려 퍼졌다.
방송: 빰빠라라라라 ~
우리들: 우와, 시작이다.
방송: 아름다운 공작들이 여러분께 날아갑니다.
어디선가 수십 마리 공작들이 날아오기 시작한다.
우와~ 저것 봐, 하고 약 0.05초 정도 감탄을 했다.
공작의 나는 모습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게 아니라 누가 높은 곳에서 집어던진 형상이었다.
신랑: 공작이 나는 게 어째.....
니나: 글쎄.... 일부러 그러는 건가?
날아온 공작들은 잔디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쯤해서 조련사가 와야 하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공작들은 계속 돌아다녔다.
신랑: 언제 쇼 시작해?
니나: 벌써 시작했어야 하는데.... 이상하다....
3분쯤 지났다.
공작들은 계속 잔디 위를 돌아다닌다.
시간표를 다시 보았다. 쇼 시작하고도 10분은 지났을 시간이었다.
3분쯤 더 지났다.
공작들은 아직도 잔디위를 돌아다니기만 했다 (-_-)
그 때까지 조용하던 친척 동생이 입을 열었다.
동생: 언니, 이게 끝이야
니나: 뭐? 무슨 쇼가 이래?
동생: 원래 얘네들 한번 집어던지고 끝이야
니나: 그럼 이제 뭐해?
동생: 좀 있으면 트럭이 와서 얘네들 도로 싣고 가.... (-_-)
여러분은 혹시 에버랜드 가더라도 공작쇼에 시간 낭비하지 말기 바란다.
점심을 먹고 나서 귀신집에 들어가기로 했다.
친척 동생도 여기는 안 들어 가봤다고 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먼저 들어갔다가 나오는 사람들의 표정이
가지각색이다.
웃는 사람도 있고 하얗게 질린 사람도 있다.
어떤 남자가 나오면서 "어휴, 무서워‚" 하고 몸서리를 쳤다.
신랑이 신나는 얼굴로 자랑을 했다.
신랑: 저 사람이 "무서워‚" 라구 했어.... 나 알아들었어.....
덕분에 신랑은 귀신집에 큰 기대를 걸고 설레는 마음으로 차례를
기다렸다.
귀신집에 들어갔다
통로를 걸어다닐 거라는 구석기 시대적 발상을 가지고 들어갔는데
뜻밖에도 의자에 앉으란다.
의자에 앉아서 보니 헤드폰이 걸려 있었다.
헤드폰을 쓰고 잠시 기다리자 불이 꺼지더니 말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뭐야, 이거..... 헤드폰 속의 목소리가 무서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소리: 여러분은 지금 전설의 저택에 들어와 있습니다.
사람들: (긴장)
소리: 이 곳에서 일가족이 죽었습니다. (갑자기 칼가는 소리....)
사람들: 끼악!!!!!!
신랑이 옆에서 니나를 톡톡 친다.
신랑: 뭐하는 거야, 지금?
니나: 무서운 이야기야
신랑: ?????????
헤드폰 속의 소리는 실감나는 음향 효과와 함께 계속되고 사람들은
계속 소리를 질렀다.
소리: 지금 누군가가 피를 흘리고 있군요 (피 흐르는 소리)
사람들: 악~! 꺅~!
신랑: 뭐야, 뭐야?
니나: 방금 피를 흘렸데
무서운 이야기를 한 줄씩 듣고 신랑의 귀에 속삭이기 시작했다.
소리: 이제 여러분도 감금되었습니다 (철커덕)
사람들: 악~!!!!!!
니나: 이제 우리가 갇혔데
신랑: ??????
소리: 자, 한 잔 하시죠 (술 따르는 소리)
니나: 방금 술을 따랐어
신랑: ???????
니나: 술 따르는 소리 들렸쟎아.... 그 때 한 잔 하라고 그랬어
신랑:....... o,okay..... (-_-;;)
통역을 하려니 도대체 무섭지가 않다.
그런 통역을 듣고 있는 신랑은 더 안 무서워했다.
말을 듣고 통역을 하니까 한 박자씩 느려져서 음향 효과와
맞지도 않았다.
신랑도 나도 허무해지기 시작했다.
귀신집이 끝나고 불이 켜졌다.
사람들의 3분의 2 쯤은 혼비백산한 표정이고 3분의 1 쯤은
그까짓 거 하는 표정이다.
신랑은 어이없고 헷갈린 표정이다.
니나는 짜증이 난 표정이다.
우리와 같이 온 일행은 신랑을 보며 웃느라 정신 없는 표정이었다.
에버랜드에서 하루종일 놀고 나서 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종로 부근에서 저녁을 먹는데 일행들은 신랑이 한국 음식을 못 먹을
까봐 걱정을 했나보다.
우리를 데려간 곳은 무슨 양식집이었다.
뜻밖에 나도, 신랑도, 그리고 다른 일행들도 별로 많이 먹지 못했다.
별로 맛도 없고 양도 감질나게 적었다.
신랑: (귓속말) 맛없어.....
니나: (귓속말) 예의상 먹어.... 이따가 포장마차에서 호떡 사먹자...
잘 먹는 사람이 아무도 없자 일행중 한사람이 갑자기 닭갈비
집으로 가자고 했다.
모두들 쌍수를 들어 환영을 했다.
닭갈비 집에 갔더니 신랑이 또 한번 실력을 보여줬다.
어찌나 잘 먹는지 함께 간 사람들이 차마 무서워서 같이 못 먹겠단다.
오늘도 한국 음식 잘 먹어줘서 울 신랑 정말 이쁘다~ (*^^*)
카페 게시글
역학동-자료실
[펌]외국인 남편 한국어 레슨[신혼 여행 일지-(8)에버랜드 ]
제이디
추천 0
조회 522
01.11.10 14:43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