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원망의 대상이 아니다
아무리 다급하게 발버둥 쳐도 시간은 간다. 아무리 늦장에 게으름을 피워도 세월은 간다. 사실 시간은 우리의 삶에 관심이 없다. 우리가 필요해 시간을 빌려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이다. 일정한 삶에 시간이라는 수치를 놓고 가늠하고 비교하고 통제하는 것이다. 빠르다 늦다 바쁘다 여유 있다고 하면서 서둘러라 천천히 해도 된다. 나름대로 객관성을 확보하는 셈이다. 주먹구구식 아무런 근거도 없으면서 기분 내키는 대로, 마구잡이로 통제하는 것보다는 공평하고 낫다. 그래야 같은 시간에서 잘하고 못함을 구분하기 좋다. 주관에서 벗어나 객관이기에 불평불만을 걷어내고 수긍하며 존중하고 따른다.
시간은 너만의 것이 아니듯 나만의 것도 아니다. 우리 모두의 것으로 언제 어디서든 같이 의식하면서 확인해 준다. 그냥 둔다고 시간이 늘어나지도 않고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동시에 시간을 쓴다고 줄어들거나 부족하지도 않다. 그만큼 시간은 우리에게 관심이 없는데 우리가 일방적으로 시간에 매달리듯 시간이 있다고 하고 없다고 하며 바쁘다고 서둘러라 아직은 천천히 해도 된다고 각자의 주관적인 생각이다. 시간은 헐뜯거나 다독거려 보았자 눈도 찔끔 않는다. 마치 너는 너 나는 나 아는 체도 본 체도 하지 말자고 하는 것처럼 무덤덤하다. 같이 가도 가는 길이 다르면서 간섭 말라고 하지 싶다.
시간은 아낀다고 아껴지는 것이 아니다. 남겼다가 다음에 쓰거나 빌려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시간은 써도 안 써도 지나가면 그것으로 끝이다. 되돌릴 수 없고 잠시 잡아둘 수도 없다. 머뭇거린다고 시간도 같이 머뭇거리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오직 각자의 마음에 있는 것이다. 시간이 쫓기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쫓기고 여유가 없는 것이다. 시간은 항상 끊임없고 변함없이 흘러가는 것을 거기에 맞춰서 비교하고 일정한 단위로 나눠놓은 것이다. 따라서 시간에 연연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 하고, 가고 싶은 곳을 가면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시간은 거기에 알맞고 공평하게 계산되는 셈이다.
우리는 곧잘 네 시간만 시간이고 너만 바쁘냐고 한다. 그러나 냉정히 헤아려보면 네 시간, 내 시간이 따로 없다. 그냥 같이 쓰면서 자기의 시간이라는 몫이 따로 있는 것으로 생각하며 느낄 뿐이다. 막말로 아무가 써도 관계없고 남겨둬도 관계없다.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 남거나 부족한 것 없고 막상 시간은 아무런 변화가 없다. 시간이 우리의 삶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여 잔소리나 간섭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외관상 존재하지도 않고, 볼 수는 없어도 시간이라는 일정한 단위를 아무런 조건 없이 빌려 활용하는 것이나 다르지 않다. 사실 시간에 부담 없고 눈치 볼 것도 없으므로 편안했으면 한다.
그래도 여전히 시간이 있었느니 없었느니 어쩌고 하는 것은 이제 핑계에 지나지 않고, 어떤 잘잘못을 합리화하려는 것이 아닌지 싶다. 다만 시간과 무관하다고 해서 한꺼번에 시간을 쓰고 안 쓰고가 아니라 어떻게 어느 것을 먼저 하고 늦게 하여야 하는지 우선순위를 잘 가리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소위 교통정리를 잘해야 도로가 원활해져 뒷말이 없듯, 일을 그때그때 잘 꾸려나가면 굳이 시간이란 말을 자주 끄집어내지 않고 듣지 않아도 된다. 일을 조리 있고 순리대로 잘 이끌어가면 잘한다며 시간도 적합하게 잘 쓴다고 한다. 시간은 때로는 엉뚱한 곳에서 원망 듣고 구설수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