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상에 오른 바나나 아버지 제삿날이었다.
아버지 제삿날이었다. 일요일이었지만 그날따라
현장일이 바빠 해가 떨어져서야 겨우 퇴근을 할 수 있었다.
마음은 몹시 다급한데 그런 내 마음과 달리 버스는
좀처럼 빨리 달리지 못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던 버스는 평소 한 시간 반이면
도착할 부산까지 무려 다섯 시간이나 걸려
자정이 다 되어서야 간신히 도착했다.
“어머니, 형님. 고속도로가 너무 막혀서요. 죄송해요.”
쑥스러운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안방으로 들어서는데
제사상 위에 전에 보이지 않던 커다란
바나나 송이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져서 “아니 제사상에 웬
바나나야? 하면서 얼른 바나나를 내려놓으려고 했다.
그때 갑자기 뒤에서 어머니의 벼락 같은 음성이 들렸다.
“그냥 둬라.” 어머니의 단호한 음성에 더욱 놀라
어리둥절한 채 서 있자, 어머니는 “와, 느그 아부지는
바나나 좀 묵으면 안 되나”
하시면서 내 손에서 바나나를 빼앗아 제사상에
다시 올려놓으셨다. 그리고는 계속 말을 이으셨다.
“이 녀석아, 니들은 좋은 세상에 사니까
맛난 것 다 먹고 지내지만,
느그 아부지는 한평생 느그들 키우느라 못 먹고 가셨다.
이 귀한 바나나, 얼마 전 나도 먹어 보니 참 맛나더라.
그래서 한번 잡숴보라고 내가 올렸다.”
소매 끝으로 눈물을 훔치며 휑하니 안방을 나서는 어머니
말씀에 나는 어찌할 줄 몰랐다. 그날 나는 아버지께
절을 드리며 수없이 되뇌었다. ‘아버지, 잘못했어요.
맛있는 바나나 많이 드세요’라고. 그날 이후로 우리집
제사상에는 늘 먹음직스런 노오란 바나나 송이가
올려진다.
-옮긴글입니다.-
첫댓글
옛날부터 귀신 같이 찾는다고 하는데 바나나를 잘 잡수시고 가셨겠네요
좋은글방 감사합니다.
좋은일화 감사합니다.
좋은말씀 감사합니다.
좋은음악 감상합니다.
잘 감상합니다.
그래요 동감입니다
어머님 의 먼저가신 부군 사랑 속에 못 잡수신 바나나 많이 흡입 하세 요. 감사합니다
잘 보았습니다.
부모님 감사합니다...
내용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