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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생각나는 명절에 찾으면 더욱 의미 깊은, 교동도
“노을이 보고 싶을 때면 훌쩍 떠나는 곳이 인천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해지는 풍경을 유독 좋아했던 이현주 작가에게 인천은 소중한 여행지다. 더불어 맛집 투어를 좋아해 인천으로 종종 미식 기행도 다닌다.
여행작가 이현주여행 잡지사에 10여 년간 기자로 재직했고 현재는 프리랜서 여행작가로 활동 중이다. MBC, KBS, SBS 등 여러 라디오 프로그램 및 tvN <수요미식회>에 출연한 바 있다. 저서로는 <쌀을닮다>와 아시아나 <파리 가이드북>이 있다.
노을과 맛집을 따라 인천을 자주 방문하는 그가 뽑은 설 연휴 여행지는 교동도다. 인천광역시 강화군에 속한 교동도는 황해도 연백군과 가까워 예전부터 두 지역 간 왕래가 잦았다. 6.25 전쟁 당시에는 연백군에서 교동도로 건너온 피난민이 많았는데 상당수는 분단 후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채 이곳에 터전을 잡고 살게 됐다.
“명절 무렵이면 고향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요. 교동도에서는 고향이 주는 의미, 더불어 갈 수 없는 고향을 향한 그리움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교동도는 언제 찾아도 매력 넘치는 여행지지만 명절에 방문하면 더욱 의미 있는 이유다. 온 가족이 함께 떠나면 다양한 세대가 소통하면서 따뜻한 추억을 담을 수 있다. 예전에는 교동도로 가려면 강화도에서 배를 타야 했지만 2014년 두 섬을 잇는 교동대교 개통과 함께 접근성이 좋아졌다. 교동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는 대룡시장과 제비, 교동순례자의교회다.
대룡시장은 교동도에 남은 실향민들이 고향에 있던 연백시장을 본떠 만들었는데 옛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어 마치 영화, 드라마 세트장 같은 분위기도 느껴진다. 시장 골목골목 제비를 테마로 한 볼거리가 많다. 실향민들은 제비들이 자신을 대신해 바다 건너 고향에 다녀온다고 믿으며 귀한 손님으로 여긴다. 이런 마음을 담아 제비집과 제비 모형, 제비 그림을 만들고 그렸다. 최근에는 실향민과 원주민 상인들의 후손들이 합류하면서 트렌디한 요소가 가미돼 레트로, 뉴트로 여행지로 사랑받고 있다.
대룡시장에서 멀지 않은 교동순례자의교회까지 가보자. 흔히들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라고 부르는 이 교회는 홀로 앉아 묵상하기엔 완벽한 공간이다. 이곳을 지키는 목사님 얘기에 따르면 치유의 공간이 필요한 이들이 주로 찾는다. 비기독교인을 포함해 누구나 편하게 머물다 갈 수 있다. 교회 앞 카페에선 목사님이 방문객들에게 드립 커피를 내려주는데 가격은 정해져 있지 않고 원하는 만큼 헌금을 내면 된다.
미식에 관심 많은 작가답게 먹거리 소개도 잊지 않는다. 황해도 연백 출신 실향민이 문을 열어 2대째 이어지는 대풍식당의 황해도식 냉면과 국밥, 교동도와 강화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향토 음식인 젓국갈비를 강추한다. 대룡시장의 연백식 ‘강아지떡’도 놓쳐선 안 된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군이 군량미 수탈을 위해 인절미를 못 먹게 하자 여기에 팥을 넣고 모양을 변형해 만든 음식이다. 갓 낳은 강아지 모양으로 만들었다 하여 강아지떡이라 불렀다고.
아이들과 섬 한 바퀴 돌며 생생한 역사 체험, 강화도
시인의 감성을 품은 여행작가가 추천하는 여행지는 어디일까?
바로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큰 섬, 강화도다. 인천광역시 강화군의 본섬인 강화도는 강화대교, 강화초지대교로 육지와 연결돼 섬이지만 육로로 편하게 찾아갈 수 있다.
여행작가 최갑수시인이자 여행작가. 신문사와 잡지사에서 여행기자로 일하다 2006년부터 여행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어제보다 나은 사람>, <음식은 맛있고 인생은 깊어갑니다>, <사랑하기에 늦은 시간은 없다> 등을 썼다.
작가는 설 연휴를 맞아 아이들과 강화도로 떠나 보길 권한다. 강화도는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다양한 이야기가 응축된 역사의 섬이다. 선사시대 고인돌 유적(유네스코 세계유산)과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쌓았다는 참성단(사적)이 남아 있다. 고려 때 몽골의 침략에 맞서 수도 역할을 하고 조선시대에는 정묘호란과 병자호란, 병인양요, 신미양요 같은 대사건을 겪으면서 이와 관련한 수많은 유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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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는 오랜 세월 주요 요새로 역할을 해왔기에 돈대와 진, 보 같은 국방 유적이 많다. 강화도 내 5진, 7보, 54돈대가 설치되어 거의 섬 전체가 요새로 둘러싸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유적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훌륭한 역사 공부가 된다. 작가는 그중 꼭 가볼 만한 곳으로 초지진(사적)을 꼽는다. 초지진은 강화도 해안 경계 부대인 12진보 중 하나로 신미양요와 운양호(운요호) 사건 때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역사적 현장이다.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기 좋은 유적이자 아름다운 바다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 포인트다.
대한성공회 강화성당(사적)과 전등사도 여행 코스에 넣자. 1900년 건립된 강화성당은 한옥 건축 양식을 띠고 있어 인상적이다. 전등사는 대웅전, 철종, 약사전 등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가 여럿이고 숲길이 고즈넉해 아이들과 방문하기 좋다.
“아는 만큼 보입니다.”
강화역사박물관과 강화전쟁박물관을 먼저 관람하면 강화도 역사 여행에 큰 도움이 된다. 강화의 개괄적인 역사와 호국 역사를 미리 살펴본 후 현장을 방문하면 관심도와 보는 눈이 달라진다.
“시간이 없다면 포털 사이트에서 10분이라도 유적에 대해 검색하고 가보세요. 기본 지식을 쌓고 가면 감동은 열 배로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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