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어둠이 깔려도 아해는 버스정류장에서
퇴근하는 큰누나가 언제 버스에서 내리나
쳐다보느라 배고픔도 잊고 있었다.
엄마도 여동생도 모두 하늘의 별로 보낸 슬픔을
아해는 큰누나의 손을 잡는걸로 달래었는지...
그렇게 버스정류장에서 만나 집에 들어오는중에
큰누나가 사주는 과자를 하나 먹으며 조잘되는
시간은 아해에게 제일 행복한 시간이었다.
얼마후 누나와 열두살 차이가 나는 새엄마의
폭언과 폭행이 또 발작하며 따귀를 맞고 머리를
쥐어잡혔던 큰누나는 가방 하나를 들고 비척되는
걸음으로 울면서 동네 골목길을 걸어나가고...
아해도 울며불며 따라간다고 누나~ 누나~를
불러됐지만 누나의 뒷길에 낙엽만 휘날릴뿐이고
동네 전파상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아해의
마음속에 아리게 파고들었다.
낙엽이 떨어지던 어느 날인가
눈보라 밤새이던 어느 날인가
세월의 뒤안길을 서성이면서
한많은 외로움에 울던 그 사람
언젠가 땅을 딛고 일어서겠지...
얼마나 그날의 일이 서러웠는지 저 노래도
오래도록 각인이 되어 읊조리며 살았던가 ?
훗날 중년의 나이가 되어 의문점이 생겼는데
저 노래가사에서...
낙엽(落葉)은 이미 떨어진 잎인데 왜
낙엽이 떨어지던 어느 날로 썼을까 ?
한많은 외로움에 울던~ 표현은 잘썼네...등등
이런저런 생각을하며 자료를 찾아보게 되었다.
노래는 가수 문정선의 "파초의 꿈"이니
가사를 다시 검색해봤다.
그러면 그렇지 내가 잘못 알고 있었네~
"낙엽이 떨어지던 어느 날"이 아니라
"낙엽이 나부끼던 어느 날"이었다.
그리고 "한많은 외로움에 울던~"이 아니고
"하많은 외로움이네~"
"한(恨)많은" 표현도 괜찮을 듯 싶은데, 하여간
"하많다"라는 단어는 없고 "하고많다"는 있고...
하고많다 : 헤아릴 수 없을만큼 아주 많다.
어쨌거나 노래가사를 음미하며 단어공부도 하고
추억도 더듬어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리고 "하 많은 외로움으로 울던" 파초 같은
큰누이도 재작년에 엄마와 여동생이 있는 곳으로
떠나던 날에 병원 마당의 배롱나무 꽃은 비에 젖어
처연(凄然)했지만 참 아름답게 느껴졌다.
낙엽을 나부끼며 떠나던 날에 뒷모습에서 비에
젖은 배롱나무 짙은 보라색 꽃으로 남겨진
누나를 생각하며 또 어떤 노래를 회상해봐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