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술 왜 주목받을까
카페인과 알코올의 조합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홀리고 있다. 술을 혼자 마시는 것도, 낮에 마시는 것도 어색했던 시절이 불과
몇 년 전인데, 이제는 환한 카페에서 들이키는 한 잔의 맥주가 그렇게 자연스러울 수가 없다.
각광받는‘하이브리드’매장
최근 많은 업계에서 전반적으로 콜라보레이션 바람이 불고 있다. 중식과 일식 등 서로 다른 메뉴를 같이 제공하거나 카페에서 한 끼 식사메뉴를 판매한다든지 그 방식도 다양하다. 그 중 이번 특집을 통해 들여다보고자 하는 것은 ‘카페 겸 펍’으로 운영되는 곳들이다. 비알콜음료점업으로 꼽히는 카페에서 주류를 판매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왜 생겨나는 것일까?
지난 7월 11일, 국세청이 발표한 40개 생활밀접업종 현황(4월 말 기준)에 따르면, 매 달 증가하는 커피전문점 창업자 수와는 달리 일반주점 창업자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 올해 4월 5만 4,752명으로 집계된 일반주점 창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3,556명(-6.1%) 낮은 수치다. 반면 사업자가 가장 많은 업종은 일반음식점업으로, 창업자 수가 51만 1,442명으로 집계됐다. 술을 메인으로 앞세우는 것 대신 사이드로 판매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뜻.
카페에 술이 들어온 이유
이런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요인으로 ‘혼술족(혼자 술 먹는 사람)’의 증가 및 낮술이 유행하기 때문이다. 불경기가 지속됨에 따라 가볍게 술을 즐기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 이제 사람들은 주점이 아닌 다른 곳에서 술을 찾고 있으며,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영화관 등은 맥주 판매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카페는 혼자 방문해 조용히 술을 마시기 좋은 장소로 주목받는다. 오죽하면 ‘카맥(카페에서 맥주를 마시는 행위)’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 게다가 반드시 안주를 주문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다는 것도 고객들에겐 큰 장점이다.
아울러 점주의 입장에서 보면, 늦은 시간 커피를 마시면 잠을 잘 못 자는 사람 등 틈새고객을 잡을 수 있다. 또한 카페의 특성상 낮에 비해 저녁에는 매출이 다소 떨어지기 마련인데, 주류를 함께 판매함으로써 매출 상승을 꾀 할 수 있다. 만약 고객이 안주 메뉴까지 추가 주문한다면 금상첨화. 포화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카페 창업시장에서 주류 판매가 새로운 돌파구로 제시되고 있는 이유다.
술을 함께 판매하는 카페들
이런 경향 속에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도 주류 시장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폴바셋>은 2016년 3월 이래 일부 지점에서 삿포로 맥주 및 레몬에이드 나 소다에 라거 맥주를 섞은 라들러Radler를 제공하고 있다. 당시 8곳이었던 주류 판매 지점은 현재 30여 곳으로 늘었다. 이에 대해 폴바셋 측에서는 ‘매출 증대만을 위한 전략은 아니며, 같은 계열사이자 삿포로 맥주 수입업체인 엠즈베버리지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투썸플레이스> 역시 가로수길 매장을 시작으로 신촌 등 2~3개 매장에서 생맥주와 병맥주, 와인을 판매하고 있으며, 주류와 함께 즐기기 좋은 디저트 메뉴 3종도 출시했다.
그렇다면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곳은 어떨까. 여러 지점을 두고 있어 시범적인 운영이 가능한 프랜차이즈 매장과는 달리 개인카페에서는 술을 함께 파는 것 이 어찌 보면 하나의 도전이 될 수 있는데, 그들은 각자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매장을 꾸리고 있었다.
문래동 <올드문래> 최문정 대표는“동네의 느낌과 어울리면서 젊은 고객들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메뉴가 수제맥주와 커피라고 생각했다”고 밝혔으며, 서촌에서 카페 겸 타파스바인 <고미스>를 운영하는 한경민대표는“큰 애정을 가지고 있는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를 추억하며 매장을 오픈했다. 바가 카페의 기능을 하는 스페인의 문화를 옮겨온 것”이라고 말했다. 익선동 <아마츄어 작업실> 김경민 대표는 “미국에서 좋아하던 카페가 커피와 와인을 페어링 하는 것에 반해 카페 겸 펍을 열게 됐다”며 오픈 계기를 설명했다.
한편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과는 다른 운영방식도 눈에 띈다. 올드문래와 고미스는 낮에는 카페, 저녁에는 펍이나 타파스바로 명확히 구분 지었다. 이에 대해 올드문래 최문정 대표는 “커피와 술을 마시는 고객들이 각각 다른 분위기를 추구하다보니 그로 인한 문제들이 발생해 카페와 펍을 시간대별로 운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상수역 부근 의 <제비다방> 역시 밤이 되면 <취한 제비>라는 간판을 새로 달고 라이브 펍으로 변신한다. 반면 <아마츄어 작업실>과 카페 <아이아이>는 커피, 술, 디저트, 안주 그리고 브런치 등 모든 메뉴를 상시 제공하고 있다.
장점만 늘어놓으면 당장이라도 카페에 술을 들여놔야 할 것 같은데, 사실 커피와 주류를 동시 취급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매출이 아닌 지출만 느는 수가 있다. 가게가 위치한 상권의 특성부터 매장의 컨셉트, 인테리어 등 여러 요소들이 잘 맞아떨어져야 하는 것은 물론, 맥주와 와 인 등 주류 라인업도 치밀하게 신경 써야 한 다. 또한 이런 형태의 매장이 점점 늘어가는 추세이니, 경쟁력을 위한 우리 가게만의 계획을 세워야 할 것. 커피와 술을 활용한 창작 알코올 커피메뉴, 혹은 술과 커피를 묶어 판매하는 세트메뉴 구성 등이 방법이 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