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여성시문학의 사적 고찰
서론
권대근
문학박사,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
1. 서론
우리의 한국현대시가 앞으로 몇 백 년 뒤에는 어떻게 이해될 것인가를 짐작할 수 있을까. 지금 이 시대에도 여성이 쓴 시라는 이유로 빛을 보지 못한 숱한 시편들이 있음직한데 덮어두고 있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의 한국현대문학사에서 여성시가 무시되고 있음을 확인한 이상, 한국현대여성시의 문학사적 접근은 그 당위성을 갖는다고 하겠다.
한국현대문학사는 여러 학자들에 의하여 연구 정리되어 왔다. 그러나 남성학자들에 의하여 집중적으로 정리된『현대문학사』에서 여류문학사는 그 명맥을 찾아볼 수 없고 스쳐 지나가는 문인들의 끝자리에 겨우 거명되고 있을 뿐이다. 백철. 이병기의『국문학전사』에는 여류문학의 수준이라는 항목에서 그 질의 얕음을 은근히 내비치며 여류라는 특성 때문에 문단에서 취급했다라는 해석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중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이미 다각도로 『중국부녀문학사』가 고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정리, 연구되어 있음을 인지할 때 한국현대문학사에 있어서도 여류문학의 그 특성적 흐름을 한 맥으로 정리해 볼 단계에 이른 것이다.
근대로부터 한국여성문학의 전통적 수용을 잇는 한 방법으로서 시대별 여성시문학을 연구하여 당시의 여성시적 특성을 밝히는 것은 커다란 의의가 있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문학은 개인적인 사상, 감정의 표현임과 동시에 그것이 자라나 시대와 사회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사실 문학의 예술적 가치라는 것도 알고 보면 작품이 지니는 사회적 의의다. 무관한 것이 아니며, 문학의 주제니 사상이니 하는 것도 대체로 작품에 나타난 작가가 작가군의 사회의식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문학 내용의 구체적 양상 역시 시대상이나 사회현상의 직접적인 투영이거나 굴절된 반사로 나타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므로 현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삶과 그 방향을 현실인식과 역사성에 비추어 반영, 제시, 개발하는 방법으로서 여성문학은 한국문학 연구의 한 분야로서 연구 대상이 충분하다고 보겠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 현대여성문학의 태동기인 1920년대부터 시작하여 꽃피기 시작한 현대여성시를 선행 연구된 논저를 참조하여 그 특성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