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난 간식거리 옥수수(玉蜀黍), 한시(漢詩)편> 고영화(高永和)
옥수수를 일컫는 ‘강냉이’는 임진왜란 당시에 명나라를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강냉이라는 이름은 중국 장강 이남인 강남에서 들어온 물건이라 하여 ‘강남이’가 ‘강냉이’로 불러진 것이다. 반면에 옥수수는 그 알갱이가 꼭 수수 알갱이 같은데, 그 모양이 옥처럼 반들반들하고 윤기가 난다고 하여 ‘옥 같은 수수’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또 다른 의견에 의하면, 옥수수는 16세기 조선시대 때 중국을 통해 들어왔다. 따라서 그 이름도 중국음의 위수수[玉蜀黍, 옥촉서]에서 유래하여 한자의 우리식 발음인 ‘옥수수’가 되었고, 다시 지방에 따라 옥시기·옥숙구·옥수시·옥쉬이 등으로 불리고 있고, 이 밖에 강냉이·강내이·강내미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조선후기 ‘옥수수’는 한자어로, 옥촉서(玉䕽黍) 옥촉서(玉薥黍) 옥촉서(玉蜀黍) 그리고 음을 차용한 ‘옥수수(玉垂穗)’ 외에도 옥고량(玉高粱) 옥출(玉秫) 직당(稷唐) 당서(唐黍 수수) 등으로 표기했었다. 본디 옥수수는 중앙아메리카에서 북쪽으로는 캐나다, 남쪽으로는 아르헨티나까지 전파되어 종류와 품종이 다양하게 분화되었으며 오늘날에는 전 세계적으로 널리 재배되고 있다.
옥수수는 예전에 쌀이나 보리를 재배하지 못하는 산간 지대에서 식량 대용으로 재배했고, 남부 평야지에서 극히 일부가 간식용으로 재배되어왔다. 그러다가 1970년대에 축산업 및 가공 산업의 발달과 함께 옥수수의 알곡 수요량이 증가하면서 옥수수를 재배하는 면적도 증가했다. 하지만 국내 수확량이 부족하여 국내 소비량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가 먹는 옥수수는 주성분인 전분 구조에 따라 크게 찰옥수수와 메옥수수로 분류된다. 전분이 아밀로펙틴 100%이면 찰옥수수, 70% 정도면 메옥수수이다. 찰옥수수는 대체적으로 어디에서나 재배가 가능하나, 메옥수수는 강원도와 같은 산간지방에서 많이 재배된다.
◯ 다음 한시는 조선 후기 학자 이학규(李學逵 1770~1835)의 <玉薥黍(옥촉서, 옥수수)>이다. 익어가는 옥수수를 보고 쓴 것이다. 뿔 모양의 옥수수자루는 갈대 이삭과 비슷한 형태이고 잎은 수수 떨기와 같다는 점, 껍질 속에는 둥근 낱알이 가득 들어 있고 가을바람이 불면 털이 마르게 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細茸略似蒹葭穗 가는 뿔 모양이 마치 갈대 이삭과 비슷한데
硬葉元同薥黍叢 딱딱한 잎은 본디 수수 떨기와 같네.
空有珠璣貯滿腹 부질없이 속에 구슬이 가득 쌓아놓고 있으니
不堪衰髮向西風 서풍 속에서 쇠약한 털이 견디기 어렵네.
◯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1786~1856)는 <제촌사벽(題村舍壁)> 즉, ‘시골집의 벽에 쓰다.’에서 옥수수를 재배하며 일생을 보낸 일흔 살 노부부의 평화로운 삶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禿柳一株屋數椽 낙엽 진 버들 한 그루와 서까래 두어 개짜리 집에,
翁婆白髮兩蕭然 흰 머리의 두 노부부가 쓸쓸하네.
未過三尺溪邊路 석 자도 안 되는 개울을 벗어나지 않고,
玉䕽西風七十年 옥수수에 부는 가을바람에 70년을 살았다네.
이 한시(漢詩)의 서문에는 “옥수수 밭 가운데 있는 길가의 집에서 두 늙은 영감과 할멈이 즐겁게 지내고 있었다. 그래서 영감 나이가 얼마인지를 묻자 일흔 살이라고 하였다. 서울에 간 적이 있느냐고 하니 한 번도 관아에는 들어가 본 적이 없다고 하고, 무얼 먹고 사느냐고 하니 옥수수를 먹는다고 하였다. 나는 남북으로 떠다니며 비바람에 휘날리던 신세인지라 노인을 보니 나도 모르게 망연자실(茫然自失)하였다.”(路傍村屋 在䕽黍中 兩翁婆煕煕自得 問翁年幾何 七十 上京否 未曾入官 何食 食䕽黍 余於南北萍蓬 風雨飄搖 見翁聞翁語 不覺窅然自失)라는 설명이 있어서 전후 사정을 알 수 있다.
얼마나 순후하고 소박하게 사는 늙은 농부 내외더냐? 저자는 남북으로 정처 없이 떠도는 인생이건만, 세상의 모질고 거센 어려움을 모르고 사는 이 노부부를 보면서, 스스로 망연자실(茫然自失)하였다는 부연 설명을 한다. 이 부부가 살면서, 세파(世波)를 모르고 살 수 있었던 생활 배경에는 든든한 옥수수가 있었다.
○ 옥수수 하면 생각나는 것이 ‘옥수수 하모니카’ 노래가 떠오르고, 강냉이 하면 ‘이빨이 왕창 부러진’ 상상을 하곤 한다. 그리고 ‘웰컴 투 동막골‘ 영화에서, 옥수수 곳간에 수류탄이 터져, 하늘에서 팝콘 뻥튀기가 눈처럼 내리는 모습이 생각난다. 뻥튀긴 강냉이와 팝콘은 이제 우리에서 늘 맛있는 간식거리로 자리매김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