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크게 두 가지의 닭발 ‘양대 산맥’이 있습니다.
하나는 바로 구워 먹는 쫄깃한 식감의 고대닭발로 유명한 직화닭발,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신당동 떡볶이 집의 주연 같은 조연, 바로 국물닭발입니다.
“세상 먹을 게 많은데 남의 발을 왜 먹어?” 하는 분도 분명 있을테고,
직화닭발이든 국물닭발이든 추억을 그리워 하는 분도 많으리라 믿습니다.
더군다나 라스베가스에는 닭발 파는 식당이 없어 그 아쉬움이 더 클 수 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맞습니다. 저는 닭발 예찬론자입니다.
미국에선 특히나 혐오 음식 측에 속하는 닭발이지만 솔직히 없어서 못 먹습니다.
중국 딤섬 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싫고 베트남, 멕시칸 식당의 닭발도 싫습니다.
음식 좀 한다고 방귀 꽤나 뀌는 분도 사실 제대로 된 맛 내기 어려운 게 닭발입니다.
그렇게 추억 속의 음식으로만 짝사랑 중이던 어느 날,
먹을 복 많은 필자가 최근 만난 귀한 분 중 바로 닭발 귀인(?)이 있었다는 사실!!
바로바로 운암정을 운영하는 40대의 젊은 여사장님인데,
본인과 가게 식구들을 위해 직접 만든 닭발이 있는 자리에 귀한 초대를 받았습니다.
바로 이 아이입니다.
상차림이 화려해서 잘 안 보이신다구요? 오른쪽 밑에 구석에 숨었습니다. 크게 갑니다!
보이십니까? 미처 카메라에는 다 담을 수 없는 때깔과 양념의 조화가 말입니다.
위에 선보인 식당들의 닭발 사진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습니다.
화려한 라인업의 안주들은 다 제쳐두고 닭발에 허겁지겁 손이 갑니다.
요리조리 아무리 살펴봐도 얼굴에 음식이 없는데? 예쁜 여자들은 보통 음식을 잘 못하던데??
제 선입견을 보란듯이 깨뜨리는 소녀같은 외모의, 미모의 사장님은
창피함을 무릅쓰고 닭발을 쪽쪽 빨고 있는 제가 안타까웠는지, 우스웠는지, 고마웠는지,
집에 가서 편하게 드시라며 한웅큼의 닭발을 싸주기까지 합니다.
집에 오자마자 부랴부랴 계란찜을 하고 맥주 한 잔을 내 놓습니다.
사실 닭발이나 족발은(감자탕 포함) 허리띠 풀고 속 편하게 이리 뜯고 저리 뜯어야 제 맛입니다.
가운데 세 개와 작은 엄지(?) 발가락의 모든 마디마디, 연골까지 먼저 먹은 후,
꽤 두툼한 살이 붙어 있는 튤립 닭발(발가락 쪽 뼈는 없애고 발목(기둥) 뼈만 남겨, 튤립 꽃봉오리 모양처럼 만들어서 먹기 편하게 된 닭발) 한 입 베어 물면 세상 이보다 더한 행복이 없습니다.
양이 많지 않아 더 소중한 살점에 하루의 피로가 싹 풀립니다.
그렇게 실로 오랫만에, 정말 몇 년만에 맛난 닭발을 먹었습니다.
먹긴 했습니다만…..
닭발 매니아들은 이해할 겁니다. 더 먹고 싶다는 욕망!!! 하지만 사 먹을 곳이 없다는 서러움!!!
내가 하면 그 맛이 안 나는 절망감!!! 차마 더 달라고 떼 쓰지 못하는 소심함!!!
그렇게 우울한 몇 날 며칠을 쓸쓸하게 보내던 중, 한 통의 오아시스 같은 문자를 받습니다.
가게 메뉴에는 없지만 역시 가게 식구들의 열화와 같은 앵콜 요청에 다시 만들었다가
내 생각이 나서 따로 싸놨다는 운암정 천사 사장님의 단비 같은 연락입니다.
앞뒤 안보고 체면도 없이 달려갑니다.
마치 맡겨 놓은 사람처럼 제 닭발은 무사한가요? 합니다. 지금 생각하니 창피합니다.
연신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잽싸게 집으로 달려 옵니다.
심지어 큰 투고 통에 가득 담아주십니다. 보통의 원형 투고 통을 비교 하시라 함께 찍었습니다.
여기에서 더 감동적인 부분은,
솔직히 저는 직화닭발 보다 국물닭발 파입니다. 라고 말한 걸 기억 하셨다가,
이번에는 좋아하는 스타일로 국물닭발이에요~ 하시는데…..
내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신경 쓰시나, 한없이 고맙고 말 그대로 감동입니다.
한 냄비 가득 국물과 함께 정열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는 닭발입니다.
솔직히 말합니다. 한국서 먹던 직화닭발보다, 국물닭발보다 더 맛있습니다.
살면서 먹은 닭발 중 최고입니다.
잘 삶아져서 마디마디 살도 쏙쏙 빠지고, 발골도 쉬우며, 특히나 양념의 맵기, 짜기, 달기, 감칠맛까지 조화가 완벽합니다. 사람마다 입맛이 제각각이겠지만, 저한테는 마치 누가 내 입 속에 들어와 모든 미각 검사를 철저하게 마치고 정교하게 계산해 만든 것 처럼 딱 맞아 떨어집니다. 맵지도 안 맵지도, 짜지도 안 짜지도, 달지도 안 달지도… 뭐 아무튼 앉은 자리에서 술 한 방울 없이, 저 많은 양을 싹! 비워냅니다.
국물을 수저로 연신 퍼먹다가 마지막에 밥을 조금 볶아 김에 쌉니다.
침 나오시죠? ㅎㅎ 아는 맛이라 더 무섭습니다.
이 시점에서 제대로 된 컴플레인을 합니다.
제발 운암정 메뉴에 넣어주실 수 없냐고!
주방에서 직접 음식을 해 얼마나 일이 많은지 뻔히 알지만,
그래도 고생하는 김에 조금 더 하시라고!
닭발이 보기와 달리 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인 걸 또또 뻔히 알면서도 생떼를!! 부려봅니다.
안 그래도 메뉴가 차고 넘치는 운암정인데,
식구들 먹는 것과는 다르게 파는 것은 훨씬 더 신경쓸 게 많다고
극구 예쁜 미소로 사양하는 사장님께 거창한 협상안을 제시합니다.
이 글이 아이러브 라스베가스에 올라오면, 닭발 매니아들이 동참할 것이다!
그 분들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어 주십쇼!!! 라고 말입니다.
너무도 무리한 부탁인걸 알지만,
글을 쓰는 지금 이 시간에도 이기적인 내 식욕은 침만 꼴깍꼴깍 삼키고 있습니다.
티나는 베가스 by 티나 김
VegasTina8282@gmail.com
첫댓글
안그래도 베가스에 닭발 맛있게하는곳 찾고있었는데.. 제발 닭발 메뉴 만들어주시면 좋겠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