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망(仰望)
어둠은 언제나 위에서 내려온다.
아래에서 고개를 들면, 어둠은 비로소 깊이를 갖는다.
검은 밤의 한가운데서 나는 나무들을 본다. 가지를 모두 내려놓은 채, 하늘을 향해 서 있는 앙상한 형상들. 잎도, 꽃도, 열매도 없는 겨울의 나무들은 오히려 가장 많은 말을 하고 있다.
앙망, 우러러 본다는 것은 단지 시선을 위로 두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스스로의 낮음을 인정하는 자세이며, 닿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마음의 방향이다. 나무들은 땅에 뿌리를 깊이 묻고 있으면서도, 늘 하늘을 향해 서 있다. 어둠 속에서도 그 자세는 흐트러지지 않는다.
밤의 공기는 서늘하고, 빛은 드물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 더 또렷해지는 것들이 있다. 가지의 윤곽, 서로 엇갈린 선들, 그리고 그 선들이 만들어내는 침묵의 문장들. 나무들은 말이 없지만, 오래된 기도처럼 서 있다. 누군가에게 닿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는 마음처럼.
나는 문득 생각한다.
사람의 삶에도 이런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무언으로 서서, 설명하지 않고, 증명하지도 않은 채, 다만 견디며 바라보는 시간. 성취도, 박수도 없는 자리에서 스스로를 잃지 않는 시간 말이다.
앙망은 희망과 닮아 있다. 그러나 희망이 결과를 향한다면, 앙망은 태도를 향한다. 이루어지지 않아도 괜찮다는 듯, 다만 올려다보는 마음 그 자체로 충분한 상태. 그래서 앙망은 조용하고, 느리며, 오래 남는다.
밤하늘은 아무 말이 없다. 별조차 드문 이 어둠 속에서 나무들은 더욱 하얗게 드러난다. 빛을 받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미 스스로의 형상을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더 얻지 않아도, 자신이 누구인지 잊지 않는 존재의 단단함.
나 역시 잠시 고개를 든다.
무엇을 바라는지, 무엇을 잃었는지보다
지금 이 순간, 어떤 자세로 서 있는지를 묻는다.
앙망은 기도가 아니다.
간절함도 아니다.
다만 삶을 향해 고개를 드는 일,
무너지지 않겠다는 조용한 다짐이다.
어둠 속 나무들처럼
나도 오늘은, 말없이 서서
하늘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