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다닐 때 공부 못하던 애들이 졸업하면 더 열을 올린다는 표현이 제게는 잘 맞는 것 같습니다. 가족이 없다보니 뭐 신학교때 배운 외국어를 다시 공부하거나 다른 사람보다는 취미활동에 시간을 들일 기회가 많더군요.
저의 경우는 공부보다는 낚시, 특히 준치낚시를 좋아하는데 해외파견 명령도 떨어지고 해서 그 동안 접었던 외국어공부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제가 선교회소속 신학도이다보니 그 동안 완벽하게는 못하지만 이것 저것 건드린 외국어만 한 5개 정도 되더군요.
이런 것들을 주섬주섬 다시 하려다보니 결국 방법은 인터넷을 이용해 언어권 신문을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2년간 한 오스트리아유학 당시 즐겨 읽은 독일, 오스트리아 일간지의 사회면이나 사설, 뉴욕타임스와 LA타임스를 보고 아사히신문의 명칼럼인 ‘天聲人語’와 월간지인 ‘분게슌슈(文藝春秋)’를 읽고 나면 아침식사를 하게 됩니다.
요즘 저를 괴롭히는 것은 이태리어와 스페인어입니다. 이게 대화를 하다보면 어느 한쪽도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고 스페인은 약 5년간 체재했지만 로마는 그저 중간중간 여행을 한 정도여서인지 이제 그나마 쓰지 않아 스페인어를 하다가 이태리어단어가 나오기도 해 곤혹스럽습니다.
다만 저 혼자의 한탄일지 모르지만 아마 임교수님도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셨다면 이해하시기 쉬우리라 봅니다. 흔히 스페인어의 형태론을 보면 아무래도 이태리어보다는 라틴어에서 조금은 떨어져 있다는 주장이 나오곤 합니다. 무엇보다 당시 로마의 속주가 되면 군단병들을 중심으로 한 군인들이 마치 홍대 앞을 누비는 주한 미군들처럼 현지 여성들과 결혼해 정착하고 그 들이 쓰던 구어체 라틴어인 ‘불가타’라틴어가 스페인에 보급됐기 때문에 정확한 라틴어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 오늘날 학자들의 주장이라죠?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스페인어가 이태리어에 비해 보다 순수한 라틴적인 요소도 내포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한 예로 중세 토스카나지방부터 발생한 자음, 특히 경순음의 동음처리는 이태리어를 라틴어에서 상당히 떨어지게 만듭니다. 전지전능하신 이란 뜻의 단어 ‘onnipotente'역시 그런데 스페인어는 ’omnipotente'로 m과 n을 철저하게 분리해 사용해 다소 어감이 엄격하다고나 할까요?
암튼 공부도 평소 하던 사람이 하는 것이지 갑자기 하려니 운동할 때처럼 머리에도 경련이 오네요. 제발 ‘buro'와 ’mantequilla'같이 헷깔리는 일만 없으면 좋겠는데요. 이태리어와 스페인어를 하면서 2000년 전 로마인들도 상당히 곤혹스러워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실소를 합니다. 아무 생각없이 두서없이 적어 봅니다.
첫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