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설마...설마..설마 이건 아닐거야.'
"인레레크! 인레레크!"
나의 귀는 이 외침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바간에 있을 때 마운틴포파 일일투어에서 만났던 캐나다인이
내게 바간에서 인레까지 10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버스회사에서 7시에 출발해서 10시간 걸린다는 말은 믿지
않았으나 직접 체험한 이 캐나다인의 말은 믿었는데 말이다.
그러나 저녁 7시출발버스가 거의 8시에 출발했는데도
껄로에서 새벽 1시에 떨어졌을 때 나는 이미 절망했다.
그러고나서 1시간 후에 새벽 2시에 인레레크라는
발음에서 나는 설마 여기 인레레이크가 아니라
어디 다른 곳이겠지라고 애써 거부했으나 많은 외국인들이
내리는 것으로 보아 여기가 인레의 낭쉐가 맞아보였다.
다들 예상하지 못했던 것일까? 모두가 어둠속에 이 곳에
내리면서 당혹스러운 표정들이였다.
'아니 우리 도착은 새벽 5시 아니야?'
캄캄한 어둠속에 우리들은 아무말없이 서로의 얼굴표정에서
이 생각들을 읽어낼 수 있었다. 대체 숙박은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한 표정들.
그러나 우리들, 아침새벽이 아니라 한밤중에 도착해버려
어쩔줄 몰라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마중나온 쏭태우가
있었다. 2천짯이라는 큰 금액으로 숙소까지 데려다준다고 한다.
나는 바간에서 이 낭쉐라는 곳이 굉장히 작고 고속버스
정거장에서도 웬만하면 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이 컴컴한 한밤중에 더듬더듬 거리며 찾기에는 무리다.
게다가 아무리 밤이라지만 어찌나 춥던지!
바간에서는 그 뜨거운 땡볕아래 지글지글거리는
계란후라이같은 신세로 다녔는데 이곳 낭쉐에
도착하니 3분 꽁꽁 냉동식품이 되어버렸다.
마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끌려가는 유태인처럼
우리는 어둠속에서 대체 앞으로 어떻게되는건지
알수없는 당혹감에 올라탔다.
걔중에는 쏭태우에 탄 사람들중에서 자기네랑 같은
숙소에 머무는 사람이 있는지 애타게 찾는
이들도 있었다. 커플이면서 왜 숙소일행을 찾으려
애를 쓰는 걸까. 나처럼 혼자인 사람도 있는데 말이다.
타자마자 지역입장권 10USD를 팔았고 나는 대중무리들과
같이 쓸데없이 이것을 사고 말았다! (안사도 되는데 말이다 ㅠㅠ)
우리를 태운 쏭태우는 다리를 건너 숙소하나하나에
내려다주고 돈을 받았다. 다리를 건널때 내 숙소
JOY HOTEL이 바로 다리에 있어 내 숙소가 가까운 것을
알았다. 얘네들이 설마 먼 곳부터 내려주는게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었다. 다음날 낮에 낭쉐마을을 돌면서 내 생각이
맞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낭쉐가 워낙 작아 걸어서도
다닐 거리라 얘네들이 2천짯받기에 좀더 사람들에게
거리감을 줘야해서 머리를 굴려 숙소를 가까운
사람부터가 아닌 먼 곳부터 내려줬다. 결국 그날 밤
가장 가까운곳에 있던 내가 맨마지막에 내렸다.
하지만 그들 덕분에 숙소에 잘들어왔고 다행히 빈 방에
묶게 되었다.
바간의 붉은 파고다 유적에서 시원한 인레호수지역
역시 너무 좋았고 이 서늘한 날씨의 아침은 상쾌했다.
나는 아침식사를 마치고 낭쉐 거리를 어슬렁 어슬렁거렸고
한꼬마의 등교길을 봤다.
이런 곳에서 싸이를 보게 될 줄이야.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미얀마 시골의 아이 책가방에서 볼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오전 한나절 동안 평화로운 낭쉐시내를 둘러보았고 론리에 소개된
Lin Htett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그리고 실망했다. 내가
맛본 미얀마 정식중에 최고는 바간 노상에서 현지인들
에게 파는 1500짯의 미얀마 정식이였다. 반찬들 하나하나가
어찌나 맛있고 가짓수도 많아서 어떻게 하면 다먹을수
있을지 고민하며 먹어야했다. 그때 더위로 물을 많이 마셔
별로 배고프지도 않았을 때였는데 말이다.
하지만 이곳은 3천짯 정식인데도 가짓수나 반찬도 그냥 그랬다.
이정도는 양곤이나 만달레이에서 더 싸게 먹었다.
단지 내게 "마시써요?"라고 웃으며 말하는 여주인이 손님들을
세련되게 접대하는 것이 이 음식점의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나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조금 늦었지만서도
자전거를 빌려 타기로 결심했다. 숙소의 자전거들이 부실해서
인근의 자전거렌탈 업소에서 500짯을 더주고 2000짯을 주고
하루대여를 했다.
바간에서는 뜨거운 햇볕아래에 바람도없이 이바이크를
몰고다녔는데 이 곳은 그야말로 기분좋은 시원한 바람에
기분이 신났다.
너무나 상쾌한 온도에 적당한 구름, 기분좋은 바람이
부는 가운데 자전거타는 일은 미얀마에서 가장 기분좋은
하루를 만끽하게 했다. 자전거 줄을 분실했다는 것을
알기전까지는 말이다!
낭쉐시내 거리에서 자전거포를 봐서 그곳을 가서
자전거 잠금줄을 알아보려했지만 찾을 수가 없었고
결국 나는 렌탈주인한테가서 사과를 하고
잠금줄 가격을 물어봤고 그는 손가락
네 개를 보였다.
그 잠금줄은 내가 지금까지 본 자전거 잠금줄 중에서
가장 가느다란 줄로 우리나라 다이소에서 천원정도
팔 가격이였다.
나는 비싸다 사정했으나 능글맞은 표정으로 굽히지
않고 자전거 하루 렌탈이 2천짯인데 잠금줄 배상으로
4천짯이 나갔다. 이건 정말 아니다..내가 웬만한
자전거줄이면 모르겠지만 그건 허접해도 그렇게
허접한데 아무리 얘네가 공산 국가가(공산품만들어내는
국가) 아니더래도 이런 식으로 바가지를 씌우다니
나는 철물점이라도 있지않을까 거리에서 열심히 찾았고
다행히 철물점에서 우리나라 다이소에서 파는것보다
훨씬 더 굵고 튼튼한 자전거 줄을 2천짯에 샀다.
"자, 이거 줄테니까 돈 다시 내놔!"
"어, 이거 열쇠구멍이 잘안맞는데?"
열쇠를 열쇠구멍 틈이 아니라 그 옆면에 열심히
열쇠를 끼워넣는 쇼아닌 쇼를 했다. 내가
꿈쩍도않자 그제서야 열쇠를 구멍으로 넣고
이상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내게 다시 돈을 돌려
주었다.
내가 사천짯이 너무 비싸다고 삼천짯으로
사정해도 의기양양하게 안된다고 했던 자전거
렌탈가게 주인이 의기소침해진 모습으로 내게 돈을
주며 되돌아설때 짜릿한 통쾌감이 온몸에 퍼졌다.
결국 나는 2천짯을 번 거 같은 잘못된 착각에서
나온 들뜬마음에 이런 저런 비싼 식사를 했다.
복권 당첨된 이들이 돈을 함부로 써서 패가망신 당하는
일이 남 일 같지가 않았다고나 할지 ㅠㅠ
그러고보니 오늘 하루는 탐진치의 하루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또 물밀듯이 밀려드는 자괴감이 든다.
108배를 한다하더라도 좋은 글귀에 다짐을
한다하더라도 딱히 실생활에서는 조금도 변한게
없다고 느껴질때마다 실망감과 허탈함이 있다고나
할까.
근래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날파리 한마리가
눈속에 정면으로 들어가버렸다. 순간적으로
짜증이 확 밀려들었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날파리는 처음부터 거기에 있었던 거고
내가 자전거를 타면서 날파리에 돌진해서
벌어진 일이다. 오히려 내가 돌진에서
날파리를 살생한 일이지 날파리가 내게
달려들어 피해를 준 것이 아닌데 오히려
적반하장의 경우였다. 그러면서 짜증감은
사라졌지만 난 날파리의 살생에 대해서는 조금도
죄책감이 들지않는 자비심 없는 내모습에 실망함이
밀려온다고나 할지 . .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일도 있었다.
전에 친구들과 놀러갔을때 그 중 한명이
상당히 어린아이같으면서도 이기적으로 굴어서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그 분노가 사그라든 것은
내가 그 사람에 대한 나의 판단의 오류, 내가 그사람에
대한 헛된 기대 선입견 등에서 나온 것을 깨달았다.
원래 그 사람은 그런사람인데 내 멋데로 기대했을
뿐이고 내 기대가 틀린것에 화가 났을 뿐, 이것을
앞으로 교훈을 삼아야겠다 싶었다.
그러고나서 나는 또 한번의 시험을 겪었는데
같이 여행하기로 친한 친구가 거의 여행직전에
귀찮다는 이유로 취소해버려 나의 여행 일정이
엉망이되고 교통비 숙소비 일부를 그대로 날렸다.
그 친구가 취소했을 때 나는 그 친구의 그럴
가능성을 예감했는데도 거기에 대한 대비를
안한 내 자신에 너무 화가났고 이전부터
그친구가 그런 비슷한 짓을 저질러 온것들을
가지고 싸잡아서 비난해줬다..
나는 여행내내 또 내 어리석음을 가지고
타인을 향하지 않으려 했건만 또 그랬다는 것이
너무 실망스러웠고. . .
여행후 다시 만난 그 친구는 내가 이제 자신을
두번다시 안보나까지 생각했었다하고 해서 나는
내 자신에 너무 화가 나고 실망했을뿐이지 너랑은
상관없는 문제라고 너무 솔직하게 말해버렸다.
웬지 상대를 무시한듯한 발언에 말실수를 느꼈지만
사실은 사실이였으니.
누군가에게 실망을 한다는 것은 그저 자기 자신이
어리석었을 뿐이다. 원래 그 사람은 그런사람이였을 뿐.
원래 어리석은 자신을 탓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고
싶지는 않다. 고삐풀린 소는 늘 제멋데로, 그것을
성내지않고 제 갈 길로. .그것이 안된다고 하면
원래 있어야 할 곳이 거기였었나보지 뭐.
첫댓글 자전거줄 협상 파이튕~~!!^!^
그래도 우리나라에선 한 번 준 현금에 대해 다시 받아내기 쉽지 않을수도 있는데, 다행이네요~~ ^.^'
(근데, 사진 해상도가 쬐금 아쉽다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