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동심으로 가는 길에서 만난 무성한 숲의 오솔길”
『낙타 가족』은 시인 이지담의 첫 번째 동시집이자, 도서출판 초록달팽이가 펴내는 세 번째 동시집이다. 이지담 시인은 2010년 『서정시학』 신인상, 2014년 제22회 [대교 눈높이아동문학대전] 동시 부문 최고상, 2019년 미래서정 문학상을 받았다. 또한, 그동안 시집 『고전적인 저녁』, 『자물통 속의 눈』, 『너에게 잠을 부어주다』를 발표하여 좋은 평가를 받았을 만큼 뛰어난 시적 감각과 재능을 지니고 있다.
“시창작 교실에서 어린이들을 만나고 오는 날 내 마음은 한없이 맑아졌습니다.”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동시집에 실린 작품들은 이지담 시인이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창작된 것이다. 즉, 어른의 관점에서 그럴듯하게 아이들의 세계를 꾸며내지 않고, 실제로 시인이 아이들의 삶을 세세하게 관찰하여 쓴 것이다. 그런 만큼 시의 내용이 매우 진솔하고 구체적이다. 여기에 따뜻하고 정감 넘치는 이정인의 그림이 더해져 더욱 큰 재미와 감동을 준다.
출판사 리뷰
어느 날 sns로 받은 글이 내 마음속으로 들어와 환히 불을 밝혔습니다.
“한 아이가 아침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한 줄기 햇살이 구름을 뚫고 나오더니
시리얼 그릇에 담긴 아이의 숟가락에 햇살이 비추었습니다.
아이는 갑자기 그 숟가락을 입에 집어넣고
함박웃음을 웃으며 어머니에게 소리쳤습니다.
엄마!
방금 햇살 한 숟가락을 떠먹었어요!”
이 글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빙그레 웃음이 났습니다. 왠지 책을 좋아하는 아이일 것 같았습니다. 한결이라는 친구가 생각납니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오랜 기간 마스크를 쓰고 생활해야 했습니다. 수업 중에 마스크를 주제로 시 쓰기를 하였는데 감정조작기계로 표현하였습니다. 이 친구는 틈나는 대로 아빠와 같이 도서관에 가서 책을 즐겨 읽는다고 합니다. 책은 다른 사람이 보는 방식에서 벗어나 새롭게 보는 눈으로 변화시킵니다.
진영이라는 아이도 생각납니다.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부모님의 사정으로 인하여 시골 할머니 집에서 학교에 다닙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동생 손잡고 옵니다. 한 번도 빠진 적 없던 진영이가 수업에 빠졌습니다. 몸이 아픈 할머니를 도와 저녁을 짓고 청소와 심부름 때문이었습니다. 다음 수업에 나온 진영이는 할머니의 소중함이 담긴 어린이 시를 지었습니다.
저는 어린이들에게 동시를 가르치고 함께하면서 TV를 멀리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여유로워져 책을 더 많이 읽게 되었습니다. 들에서 자라나는 풀과 들꽃과 풀벌레들을 들여다보고 만져보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초록으로 물들었던 저의 어린 시절이 점점 나에게로 돌아와 주었습니다. 그래서 동시와 동화를 읽고 가까이하면서 그때그때의 느낌이나 생각을 글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시간이 반복되면서 그동안 잃어버렸던 나의 어린 시절을 만나 색을 입혀주고 있습니다. 내 안의 아이는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상상하면서 동시로 태어납니다.
먼저 눈을 감으래요
내 안에 있는
따뜻한 말을 모두 모아
안아주듯이
내 이름을 부르래요
“하늘아, 사랑해!”
한 번, 두 번, 세 번
자꾸 불러주래요.
그러면
울퉁불퉁하던 마음도
도깨비 뿔처럼 심술쟁이 마음도
아이스크림 녹듯이
부드러워지는 내 마음
자꾸 친구 이름도 불러주고 싶고
엄마, 아빠도 자꾸 불러보고 싶어져요
- 「선생님의 주문」 전문
위의 시는 선생님이 어린이들에게 사랑하는 힘을 얻도록 부탁합니다. 따뜻한 마음과 사랑을 담아 자신을 안아주면서 이름을 자꾸 불러주라고 합니다. 이름을 불러주다 보면 내가 소중한 사람이 되어갑니다. 자신이 소중한 사람이란 걸 알게 되면 자존감은 높아지면서 자기의 생각이나 느낌을 자유롭게 표현할 줄 알고, 자기표현을 자신감 있게 말합니다. 자존감은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주어 곁에 있는 친구에 대해 생각하고 친구 입장이 돼보기도 합니다. 여기서 친구는 단순히 사람만이 아니라 자연일 수도 있고 동물이나 식물 그리고 사물이나 미물이 되기도 합니다.
동현이는 내게 무언가 말하고 싶은지 수업이 끝났는데도 가지 않고 머뭇머뭇하고 있었습니다. 동현이가 편하게 말할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습니다. 처음엔 소소한 얘기를 하더니 점차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아빠가 어제 크게 싸워 부모님이 이혼할까 봐 불안하다고 했습니다, 동현이에게 편지쓰기를 권유했습니다. 부모님께 너의 마음을 전하며 엄마 아빠에게 바람도 적으라고 하였습니다. 편지를 써 드리면 읽지 않으실 거라며 소용없는 일이라고 뜻밖의 말을 했습니다. 엄마 아빠도 자식에게 쑥스러운 게 있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읽으실 거라고 편지를 쓰게 하였습니다. 다음 수업에 동현이는 밝은 얼굴로 말했습니다. “엄마가 편지를 읽고 고맙다고 하셨어요.”
얼마 만에 노는 거지?
우리 다 함께
양철지붕 두드리며 놀자!
물장구치고 놀자!
땅도 두드리고 놀자!
강물에 그림 그리며 놀자!
바위치고 놀자!
신나게 노는 우박을 향해
상추가 말한다.
“너하고 안 놀래.
내 치마 다 찢어졌잖아!”
미안해진 우박이
슬그머니 도망간다.
- 「우박」 전문
위의 작품은 맘껏 뛰어내리며 노는 우박을 보며 요즘 어린이들을 생각했습니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학원 차를 타고 뿔뿔이 흩어져 학원으로 향합니다. 다시 몇 과목씩 수업한 후 지쳐서 돌아가는 아이들의 처지가 안타까웠습니다. 우리 어린이들에게도 맘껏 뛰노는 시간을 주고 싶었습니다.
동시를 가까이하면 할수록 재미있는 생각을 하게 되고, 생각의 폭이 넓어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린이들에게 동시라는 빈 의자 하나를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구름으로 만든 푹신한 의자
꽃으로 만든 향기 나는 의자
솜사탕으로 만든 달콤한 의자
바람으로 만들어 어디든 갈 수 있는 의자
엄마가 “사랑해”라고 말해주는 가슴 따뜻한 의자
빵으로 만들어 뜯어먹을 수 있는 의자
가장 빛나는 별로 엮은 의자
상상으로 쌓은 요술 의자
등등
여러분은 무엇으로 만든 의자에 앉고 싶나요.
첫댓글 진솔한 시들이 물컹물컹 가슴 속으로 스며드네요.
억지로 만들려 하지 않고
덧붙여 그리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아이들의 이야기들이
한 덩이 구름처럼
흘러갑니다.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