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진(風塵)
평화롭던 세상이 ‘코로나19’로 어지럽고 혼란스럽다. 나비효과(미세한 변화 또는 사소한 행위가 발단이 되어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처럼 사소한 하나의 사건이 온 세계를 예측불허로 뒤흔들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바람에 휘날린 티끌 하나가 황사를 일으켜 온 주변을 뒤덮어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혼돈처럼 연상된다.
몇 년 전 중국의 실크로드를 탐방한 기억이 떠오른다. 그 길은 중국 장한(서한)에서 아라비아에 이르는 길로 문물을 교환하려 다니던 길이다. 고비사막을 지날 때 바람에 모래가 날리더니 순식간에 넓은 사막을 송두리째 삼켜버려 몇 미터 앞도 가늠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을 보았다. 그 황사가 봄이면 우리나라에까지 넘어와 맑은 하늘을 두덮어 무채색으로 만들며 미세먼지로 건강을 위협하기도 하여 마스크를 쓰지 않고는 다니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또 우리가 어릴 때 풍진(風疹)(홍진, 홍역)이라는 바이러스로 그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죽은 생명이 많았다. 그 병이 돌면 동네나 집의 출입을 막고 격리시켰으며 어린 생명 스스로 병마와 싸워 이길 수밖에 없었다. 그 병을 치른 뒤에야 출생신고를 했으니 시골에서 자란 우리 세대는 실제 나이보다 호적의 나이가 두세 살 적은 경우가 많다. 지금이야 예방 백신으로 간단하게 물리쳐 그로 말미암아 생명을 앗아가는 일은 없으리라.
코로나바이러스도 나비효과를 일으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것이 온 세계를 누비고 있다. 문제는 환자를 빨리 발견하고 격리하여 확산을 막아야 하고 각자가 조심하여 외출을 삼가고 건강에 유념해야 한다. 바이러스도 변종에 의한 것이므로 ‘마방진’(균형과 조화의 원리)의 원리로 백신도 곧 개발되어 나오리라 싶다.
무슨 사건이든 초기에 적극적인 대처가 관건이다. 쉬쉬하다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름을 알고 있지 않은가. 괜찮다고 하던 우리나라가 며칠 만에 수백 명이 전염되었으며 아직도 그 수가 늘고 있으니 말이다 다들 가슴 조이며 스스로 격리하고 있다. 모든 행사가 취소되고 경제활동이 마비되고 생명의 위협까지 받으니 두려워 바깥나들이도 조심스럽다.
며칠 동안 집에 격리하여 면역력을 키운답시고 잘 먹고 있으니 체중이 몰라보게 불어났다. 십여 년 동안 일정하게 유지되던 체중이었는데 말이다. 이러다간 오히려 건강을 해치려니 싶어 산에 올랐다. 평소와는 달리 산 정상까지 밟고 돌아왔으며 저녁도 간단하게 먹었다. 다음날 저울에 올라가니 약간 줄어 마음이 다소 안정되었다.
지금의 시련과 고통은 다음에 다가올 희망의 징조가 있음이다. 그래서 인내하고 수양하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엇이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논할 것이 아니라 힘을 모아 퇴치하는 데 있다. 바람결에 나부끼던 티끌 하나가 공기를 어지럽히기도 하지만, 또한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그들 풍진(코로나19)을 잠재우게도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