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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전문 안내산악회 코스 계획에 따라 '화당리 버스정류장 → 화당교 → 화당 보건진료소 → 삼봉산 → 2봉 → 830봉 → 800봉(왕소나무) → 966봉 → H → 십자봉 → 연리목 → 덕동(원덕동)계곡 → 덕동리 주차장'의 11km 구간을 5시간 동안 달리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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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봉산[三峰山]
높이: 909m
위치: 충북 제천시 백운면
삼봉산은 충북 제천에 있는 산으로 치악산 남대봉에서 서남쪽으로 갈라진 백운산(1,078m)을 모산으로 하는 산이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십자봉을 거점으로 산봉우리들이 차례로 초록빛 띠를 두른 듯 광활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동남쪽 화당리 방면으로 내려다보이는 백운면의 유일한 곡창지대인 평동리 들판이 바둑판처럼 내려다보이고 들판 너머로, 제천으로 넘어가는 박달재가 실날 같이 보인다. - 한국의 산하
십자봉
높이: 982m
위치: 강원도 원주시 귀래면
강원도 원주시 귀래면과 충북 제천시 백운면의 경계를 이루는 십자봉은 원주에서 남쪽으로 15km 지점에 숨어있는 명산이다. 잡목 수림이 울창한 4km 길이의 천은계곡은 곳곳에 소와 담, 암반이 펼쳐져 계곡미가 뛰어나다. - 한국의 산하
5월 23일 목요 오지 산행으로 천고지 백석봉에 오르기로 한 후, 일요일이나 월요일에 갈 만한 산을 안내산악회에서 찾아봤으나, 적당한 산이 없어, 대중교통으로 강원 횡성의 천고지 봉복산에 다녀오는 걸 고려했다. 사실 일요일,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의 강원 화천의 만산과 비럐바위봉 산행을 신청했지만, 성원 미달로 취소될 확률이 높아, 플랜 B로 다른 산행을 찾아본 거다. 그런데, 봉복산은 날이 조금 서늘해졌을 때 다녀오는 게 좋을 거 같아, 비록 목요일 산행 후 금요일 하루만 쉬고 산행하는 게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토요일 즉, 5월 25일 산행을 안내산악회에서 찾아봤다. 그때 눈에 띈 게 제천의 삼봉산, 십자봉 연계 산행이다. 이 산행은 이미 성원을 넘었고, 삼봉산이나 십자봉이나 초면인 산이라, 구미가 당겨 바로 신청했다. 그리고 신청하면서 보니, 목요 오지팀 선수도 서넛 보였다.
기상청 중기예보에 의하면 충북지역은 월요일 오전에 비가 내린다는 예보지만, 최근 단기 예보에 들어설 즈음에는 하루 이틀 빨라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에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산행 하루 전 삼봉산과 가까운 치악산 산악날씨에 의하면, 다행히 종일 흐리기는 하나, 비 소식은 없다. 기온은 영상 19~22℃로 다소 높으나, 바람이 2~3m/s로 불어 더위로 고생하지는 않을 듯하다. 그리고 체력 유지를 위해서는 오랜만에 신사역표 김밥을 사 간다. 하산주는 날머리 주변을 다 찾아봤지만, 가까운 곳에 식당이 없어, 이번 산행에서는 포기할 생각이었으나, 하루 전 동행하는 목요 오지팀 산행 대장이자 주당 대장이 먹거리를 싸 들고 가자고 문자를 보냈다. 나야, 늘 가지고 다니는 비상식이 안주나 다름없고, 빨갱이 사러 가는 게 귀찮아, 마시다 남긴 걸 들고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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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10분 강남 신사역 4번 출구에서 출발하는 산악회 버스라, 5시 20분에 알람을 맞춰 놓고 잤지만, 늘 그랬듯이 4시 반경 잠에서 깼다. 억지로 다시 자려고 하는 건 쓸데없는 노력이라, 자리에서 일어나 볼일을 보며, 밤새 산행에 변동이 있는지 확인했다. 일단 신청 인원은 전날 확인한 것과 같다. 고로 옆자리가 비어 배낭을 옆에 두고 편하게 오갈 수 있다. 그리고 날씨 또한 전날과 같고, 미세먼지는 '보통'과 '좋음'이라, 조망을 방해하지는 않을 듯하다. 다만, 한국의 산하 산 소개를 보면, 삼봉산이나 십자봉이라, 조망에 관련된 언급이 없는 걸 보며, 조망처가 없거나, 있어도 주변에 볼만한 조망이 없을 확률이 높아 보인다. 어쨌든 끓인 누룽지로 아침을 먹은 후 준비해 둔 배낭을 둘러메고, 6시가 조금 지나, 집을 나서 마을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6시 8분 마을버스로, 불광역으로 갔다.
오랜만의 불광역이라, 건너편의 먹자골목을 사진에 담은 후, 역으로 내려가, 개찰구를 통과하는데, 열차 도착 음이 들린다. 애초 6시 21분 열차를 탈 예정이었으나, 마을버스가 일찍 도착하는 덕에 지금 뛰어내려가면 그보다 하나 빠른 12분 열차를 탈 수 있다. 하지만, 서두를 이유가 없어, 천천히 내려가, 승차장에 도착하자, 열차가 막 출발한다. 그런데, 그 출발하는 열차가 텅텅 비었다. 해서 다음 열차도 그러려니 했는데, 전혀 아니다. 앞차는 구파발 출발, 다음 열차는 대화에서 출발해, 불광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빈자리는 없고, 칸마다 10여 명이 서 있어, 서둘러 앞차를 타지 않은 걸 후회했다. 그래도 종로3가역에서 환승 승객이 대거 내린 덕분에 신사역까지는 앉아서 갔다. 이후 6시 50분이 조금 지나 신사역에 도착해, 즉석 빵집에서 틈새 상품으로 파는 김밥을 사, 바람막이 주머니에 넣고, 버스가 출발하는 4번 출구로 나갔다.
4번 출구로 나가자, 빌딩 앞 계단에 산행 대장을 비롯해 친숙한 몇 사람이 앉아 있다가. 대장이 신문지를 깔아주며 앉으라고 해 같이 앉아, 대설주의보 덕에 연기된 설악산행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생각보다 빠른 7시 4분에 산악회 버스가 도착했다. 해서 자리에서 일어나, 신문지를 정리한 후, 옆자리가 비어 배낭을 멘 채 버스에 탔다. 이후 친숙한 산꾼들과 인사를 나누며 내 자리로 가, 배낭을 창가 자리에 두고 통로 자리에 앉아, 배낭에서 버스 내에서 사용할 게 들어있는 보조 가방을 꺼낸 후, 김밥을 넣었다. 그리고 책을 보며, 버스가 출발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다들 일찍 도착해, 예정보다 조금 이른 7시 7분경 신사역을 출발해 죽전에서 나머지 승객을 태우고 들머리로 향했다. 그런데,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중간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나, 국도로 들어서고 조금 있자, 인솔 대장이 국도상에 휴게소가 없어, 졸음 쉼터에서 20분간 쉬어 가겠다고 안내한다.
졸음 쉼터라 구경거리가 있는 건 아니나, 그래도 스트레칭과 신선한 공기가 필요해 버스에서 내려, 졸음 쉼터 주변을 돌아다니다, 조금 춥게 느껴져, 버스에 탔다. 그리고 휴식이 끝나고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산행 계획과 지도가 인쇄된 안내지를 나눠 준 후, 이번 산행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들머리에 등산로가 없다는 말로 설명을 시작해, 능선에 올라서면 그나마 등산로가 있으니, 능선에 올라설 때까지는 각자 행동하지 말고, 다 같이 움직이자고 강조했다. 들머리에 등산로가 없다는 말은 처음 듣는 거라 약간 놀랐다. 그리고, 6시간이면 충분한 코스지만, 만약에 대비해 산행에 6시간 30분을 주겠다고 한 후, 들머리 도착 예정이 9시 20분이나, 혼란을 피하고자 마감을 4시 정각으로 해 결과적으로 산행에 주어진 시간은 6시간 40분이 됐다. 등산로가 없다는 약간은 당황스러운 설명이 끝나고, 25분 정도 지난 9시 17분 버스는 들머리인 화당리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2 – 2
옆자리가 비어 버스에 모든 걸 들고 탄 상태라, 들머리에 도착하기 전 산행 준비를 끝낼 수 있어, 차가 정차하자마자 배낭을 둘러메고 내렸다. 그리고 등산 앱의 '기록 시작'을 터치한 후 GPS 동기화가 끝날 때까지 주변을 둘러봤다. 이후 두 앱이 보여주는 현 위치의 고도를 보니, 226m~255m, 29m의 오차로 이미 알고 있는 수준이다. 해발 985m의 십자봉이 이번 산행 최고봉이니, 고도차는 730m~759m로 생각보다 크다. 지난 목요일 올랐던 정선의 백석봉[산행기]보다는 200m가량 낮지만, 그래도 한국 산 기준으로는 차이가 큰 편이다. 들머리부터 능선까지 길도 뚜렷하지 않은 산행에 올려야 할 고도가 700m가 넘어, 오늘 산행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어쨌든 길이 없으면 만들며 올라가면 되는데, 산경표 앱의 지도에는 분명 등산로가 있다. 이 앱을 사용하는 사람이 드물어 길이 표기된 앱도 있다는 걸 모르기 때문이라 생각이 들어, 산경표 앱의 지도를 따라 움직이기로 하고, 이미 출발한 선두의 뒤를 따라 산행을 시작했다.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를 따라 마을로 들어가는데, 일행 중 한 명이 무언가를 찍고 있어 가까이 가보니, '삼봉산 등산로 안내도'다. 그걸 보고 그냥 지나치면 산꾼이 아니라, 역시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그걸 자세히 봐야 했는데, 사진만 찍은 후 바로 선두의 뒤를 따라 갔다. 결과적인 얘기로 당시 그 안내도를 자세히 봤다면, 산행 내내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았을 거고, 생각보다 쉽게 산행 시작부터 길을 찾았을 거다. 안내도를 자세히 보면, 삼봉산까지 등산로가 없는 게 아니다. 조금 도는 해서 코스가 더 긴, 붉은 실선은 잘 정비된 등산로, 거의 직선 주로라 거리가 짧은, 점선은 상태가 나쁜 등산로다. 산악회가 계획한 코스는 점선이나, 산경표의 지도는 안내도의 실선을 가리킨다. 그런데, 나는 산악회 계획이 산경표가 표기한 코스, 즉 안내도의 실선이라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는 건, 산행 후 복기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거라, 당시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어디선가 비슷한 걸 본 듯한 '순례길 님의 길' 안내도를 어디서 봤는지 기억을 더듬으며 갔다.
궁금한 건 못 참는 인간이라, 산행 후 '님의 길'을 어디서 봤는지, 등산방 카페 산행기 카테고리에서 '베론'으로 검색해 봤다. 2023년 6월 8일 목요 오지팀과 같이 한 구학산행[산행기] 때다. 오지 산에 오르기 위해 휴전선 아래 한반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 보니, 겹치는 구간이 많다! 어쨌든 들머리를 향해, 포장 임도로 가자, 오른쪽 드론 교육장에서는 처음 보는 꽤 큰 드론을 날리고 있고, 왼쪽은 꽃밭이다. 한 종류의 꽃을 심은 건 목적이 있을 텐데, 꽃? 잎? 뿌리? 다들 꽃을 찍느라 정신없는 사이, 이런 생각을 하며 가다 보니 나도 모르게 선두다. 그리고 문제의 사거리에 도착했다. 12시 방향은 날머리인 덕동계곡으로, 10시 방향은 산경표의 직선 코스, 9시 방향이 산악회가 계획한 점선 코스다. 갈림길이라 당연히 앱의 지도를 확인했고, 고로 산경표가 지시하는 10시 방향으로 갔다.
어쩌다 보니, 내가 선두라 다들 날 따라온다. 다만, 옆에 있던 산행 대장도 역시 핸드폰을 주시하다가, 9시 방향이라 했다가, 어차피 만나는 길이라며 같이 간다. 이 또한 결과적인 얘기나, 하산주 외에는 현장에서 임기응변으로 대응하는 나와 달리 산행 대장답게 사전에 코스 연구를 많이 했다! 어쨌든 갈림길에서 10시 방향을 선택해 200여 미터를 가자, 포장 임도 왼쪽 숲으로 들어가는 등산로로 보이는 길이 있어 당연히 그곳으로 갔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서 보니, 이 또한 특별한 때에만 사용하는 구 임도다. 그 임도로 가며, 수시로 산경표의 지도를 확인했는데, 갈수록 등산로와 멀어진다. 다만, 산경표의 등산로가 원을 그리고 있어, 이대로 직진하면 멀지 않아 만나는 거로 나와 무시하고 능선을 향해 계속 갔다. 그렇게 가다가, 임도가 끝나는 지점에서 능선으로 올라서니 등산로다! 벌써?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 길로 300m가량 가니, 잘 정비된, 공동묘지는 아닌 듯하고, 가족묘로 보이는 묘지다! 거기서 등산로도 끝났다. 고로 등산로가 아니라, 묘지를 오가는 길이다.
그렇다고 돌아갈 인간도 아니라, 묘지 뒤 숲에서 인적을 찾아보니, 울창한 잡목 숲에 빈팀이 보여 그곳을 뚫고 능선을 향했다. 물론 그나마 길도 사라져, 산경표의 지도가 가리키는 등산로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그런데, 그러면 능선에서 계속 멀어졌다. 그러자 뒤에서 따라오던 대장이 좌회전해 능선으로 가야 한다며 날 부른다. 당시만 해도, 그 방향에 길이 있다는 건 몰랐지만, 지도의 등고선을 보면, 능선으로 가려면 좌회전하는 게 맞았다. 그리고 그게 정상으로 향하는 최단 코스라 산경표를 무시하고, 좌회전해 능선을 향해 갔다. 소수의 산꾼이 사용하는 앱을 확인하지 않은 건, 그나마 산경표에 나오는 등산로조차 표기되지 않아, 볼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묘지를 떠나, 급경사 관목을 뚫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25분가량 가자, 나뭇가지에 매달린 산악회 리본이 눈에 띈다. 이번 산행에서는 처음 보는 등산로 표지다!
뒤에서 따라오는 예닐곱의 일행에게 그 리본을 보여주고, 등산로가 멀지 않았다는 걸 알려줬다. 물론 이번 산행의 주력은 안내도의 실선, 즉 산경표가 지시하는 등산로로 갔을 거로 생각하고 있던 차라, 우리 일행은 이 선수들이 다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 리본이 매달린 나무에서 10여 미터를 가자, 거의 산책로 수준의 등산로와 합류한다. 해서, 그 등산로가 어디서 오는지 뒤로 돌아 살펴보니, 왼쪽의 마을 방향에서 오는 거다. 당시는 몰랐지만, 화당초등학교 뒤에서 오는 길이다. 그 산책로 수준의 등산로로 정상을 향해 가면서, 도대체 이렇게 좋은 등산로가 지도에 표기되지 않은 이유가 뭔지 고개를 갸우뚱했다. 와중에 앞을 가로막는 바위 군락을 넘기도 하며, 능선 위로 난 등산로로 계속 가다가도, 바위가 눈에 띄면 그 위로 올라가 주변을 둘러봤으나, 워낙 울창한 숲이라 보이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고로, 울창한 숲의 녹음만 감상하며 가다가, 무명의 봉우리를 몇 개 넘은 후 더 이상 길을 찾을 필요가 없어 선두를 산행 대장에게 넘겨주고 중간에서 갔다.
선두를 대장에게 넘겨준 이상 서두를 이유가 없어 유유자적 뒤를 따라가다가, 왜 몇몇 산꾼이 애용하는 앱에는 이 등산로가 나오지 않는지 궁금해하다가. 삼봉산까지의 남은 거리가 궁금해 아무 생각 없이 등고선이 표기될 때까지 지도를 확대했다. 그러자, 갑자기 등산로가 나타난다. 응? 등산로를 표기하지 않은 게 아니라, 확대해야 보인다! 그러면 그동안, 이 앱의 지도 사용법을 몰랐다는 얘기다! 사용법을 모르고 죄 없는 앱만 욕했다! 지도를 축소하면 다시 등산로는 사라진다. 그런데, 지도를 축소해도 등산로가 보여야, 다른 등산로와 비교할 수 있는데, 그게 안 되는 게 아쉽기는 하나, 등산로가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어쨌든 그 지도에 의하면 이번 산행의 주력과 만나는 갈림길이 멀지 않았다. 당연히 주력은 산악회 계획에 따라 빙 돌아서 온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해서 그 갈림길까지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가 10시 58분 도착했다.
갈림길에 도착 후 깜짝 놀라, 멍청히 바닥에 깔린 정상을 가리키는 방향 지시를 바라봤다. 들머리로 향하는 버스에서 인솔 대장이 이번 산행에 관해 얘기할 때, 본인이 앞장서 가면서 주요 지점에는 작은 종이에 검정 화살표가 있는 방향 지시를 깔아 두겠다고 했는데, 그거다! 당연히 인솔 대장은 주력의 선두니, 빙 도는 주력이, 직진한 우리보다 빨리 갈림길을 통과했다는 얘기라,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 우회로가 좀 길기는 해도, 길의 상태가 좋고, 경사도 완만해 체력 소모가 덜해 상황에 따라서는 지름길보다 일찍 도착하는 예도 있지만, 이번 산행은 그러기에는 우회로가 너무 길어 보여서 도저히 이해가 안 됐다. 혹시 대장이 주력을 버리고, 내 뒤를 따라왔나? 일단 그건 대장을 만나면 물어보기로 하고, 이번 산행 처음 본, 그러나 방향 지시는 바닥에 떨어져 뒹굴고 있는 이정표가 알려준 정상까지 남은 거리가 300m에 불과해 동영상을 촬영하며 삼봉산의 삼봉(정상)으로 향했다.
11시 4분경 정상에 도착해 보니, 인솔 대장이 서넛의 인증을 찍어주고 있다. 그런데, 대장을 제외한 나머지는 내 뒤를 따라온 산꾼들이고, 다른 산꾼은 안 보여, 대장만 먼저 도착하고, 다른 주류는 아직? 어쨌든 나도 대장에게 부탁해 인증을 남겼다. 그리고 산행 대장이 인솔 대장에게 부탁해 선두 셋의 인증을 찍은 후 산행 대장과 다른 산꾼은 먼저 십자봉으로 출발하고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기록으로 남길 건 남기고, 물 한 모금한 후 출발해, 다시 선두 그룹에 합류했다. 그리고 선두에서 전진해, 11시 10분경 삼봉산 2봉 정상에 도착했다. 2봉에는 정상석이나 표지가 있는 건 아니고, 관리가 되지 않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갈림길 이정표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막 내려온 3봉 이정표에 200m를 직진하면 2봉이라는 방향 지시가, 여기가 2봉 정상이라는 걸 알려준다. 추측건대 2봉 정상 이정표 기둥에 '2봉' 명패가 붙어 있었으나, 비바람에 시달려 사라지지 않았을까?
갈림길인 2봉 정상의 이정표에 의하면 좌회전해 200m를 가면 1봉, 우회전해 4.8km를 가면 십자봉이다. 고로 남아도는 게 시간이라, 1봉을 다녀와도 되나, 버스에서 인솔 대장이 가지 말라고 했고, 1봉에 가봐야 별개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십자봉으로 향했다. 십자봉까지 이어지는 능선 또한 삼봉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능선과 다름없이, 울창한 숲속의 흙산에, 어쩌다 바위가 가로막는 형세로 볼 게 없어 찍을 것도 없어, 그저 앞만 보며 가야 했다. 물론 바위가 앞을 가로막고 있으면, 우회 등산로가 있어도 바위를 넘었다. 그렇게 가다가, 바위를 넘느라 지체하는 사이 나를 추월한 인솔 대장이 무언가를 하는 정상에 도착해 보니, 이정표 아래에 방향 지시를 깔고 있다. 이 봉우리로 올라오며 십자봉 방향은 우회전이라 생각했는데, 정상 이정표에는 좌회전이다. 다른 일행도 비슷한 착각을 할 거라는 생각에 이정표가 있는데도 바닥에 자신이 만든 방향 지시를 까는 거다. 대단한 인솔 대장이다.
11시 44분 또 다른 무명봉에 올라서자, 이번에는 이정표가 십자봉을 우회하라는 지시다. 정말 이정표가 없으면 길 잃기 딱 좋은 능선이다. 그런데, 분위기상 이 봉우리는 무명봉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어, 두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828봉이다. 그럼, 산악회 코스에 있는 830봉일 확률이 높다. 그걸 확인하고 다시 길을 재촉하며, 가는 동안에도 십자봉까지 남은 거리를 확인하기 위해 등고선이 잘 표현된 산경표 지도를 봤다. 그러다, 가고 있는 등산로 앞에 다른 색으로 표현된 등산로가 보여 그걸 터치했다. 그러자, '천등지맥'이라고 뜬다. 천등? 충주의 천등산, 인등산, 지등산 종주[산행기]의 그 천등? 해서 지도를 최대한 축소했다. 맞다! 그 천등산이다. 지난 목요일 백운산행은 황병지맥, 이번 토요일 삼봉산행은 천등지맥이다. 하긴 섬처럼 고립된 봉우리가 정도 이상의 높이를 유지하는 건 쉽지 않으니, 어딘 가에 속한 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12시가 넘어 배가 고픈데, 앞서가는 대장 일행은 점심 먹을 생각이 없는 것처럼 계속 전진이라, 혼자서 김밥을 먹으며 가자는 내면의 유혹을 뿌리치고 따라갔다. 그런데, 그 유혹을 뿌리치기에는 너무 허기질 때쯤, 산행 중 마른 나뭇가지를 주어 만든 지게 작대기를 짚고 힘겹게 무명봉에 올라서자, 앞서가던 일행이 정상 부근에 흩어져 점심을 먹고 있다. 해서 나도 배낭을 내려놓은 후 신사역표 김밥을 꺼내 먹었다. 거의 탈진해 쓰러질 정도 거나, 아예 푹 쉴 생각이 아니라면 바닥에 앉지 않는 인간이라, 남들이 다 앉아서 점심을 먹어도 서서 김밥을 먹는다. 그렇게 김밥을 다 먹고, 다시 출발한 산행 대장의 뒤를 따라가, 12시 42분 천등지맥 966봉에 올라섰다. 이정표가 있는 정상에는 역시 지맥의 주요 고지에서 볼 수 있는 우리의 '준·희'의 '천등지맥, 966.6m' 명패가 나무 기둥에 매달려 있다. 그리고 비바람에 시달려 알아보기 힘든 이정표에 의하면, 십자봉까지 남은 거리는 0.7km에 불과했다.
이번 산행 최고봉이자, 천등지맥의 주요 봉우리 중 하나인 십자봉의 높이가 983m, 천등지맥으로 합류하는 봉우리인 966봉의 높이야 당연히 966m, 고도차는 19m에, 거리는 700m에 불과해 쉽게 오를 수 있을 거로 기대하고 갔지만, 그게 아니었다. 십자봉까지 자잘한 기복이 몇 개 있고, 심지어 마지막 깔딱이라 생각하고,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간 곳도 십자봉이 아니라, 그 아래 헬기장이다. 그리고 그 헬기장에서 다시 가쁜 숨을 몰아쉬며, 1분가량을 올라가자, 십자봉이다. 정상에는 삼각점을 가운데 두고 나란히 서 있는 정상석 두 개가 반겨준다. 당연히 세운 주체가 다르다. 왼쪽은 원주, 오른쪽은 제천이다. 그런데, 전국의 산을 다니다 보니, 정상석만 봐도 내가 어느 도의 봉우리에 있는지 알 수 있는 게 충청북도다. 말인즉 충북에서 세운 정상석은 봉우리 이름과 높이만 다를 뿐 모든 게 같다. 어쨌든 천등지맥의 주요 봉우리답게 정상에 있는 표지도 정신없을 정도로 많아, 그것들을 다 기록으로 남겼다.
끝으로 일행의 도움으로 두 정상석 가운데 삼각점 위에 서서 인증을 남긴 후, 1시경 십자봉을 떠나 덕동계곡을 향해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했다. 마감인 4시까지 남은 시간은 3시간, 날머리 도착 목표는 2시! 고로 2시간 정도 여유가 있고, 그 대부분을 하산주를 마실 예정이다. 물론 그 정도 술이 있다면. 그런데, 정상이라는 걸 확인하기 위해 두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하니, 둘 다 십자봉이 삼거리인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천등지맥을 중심으로 삼거리의 방향이 다르다. 산경표는 제천의 덕동리 갈림길이고, 산길샘은 원주 양아치 갈림길이다. 고로 두 지도를 합치면, 정상은 삼거리가 아니라 사거리다! 어쨌든 십자봉이 천고지에 가까울 정도로 높은 봉우리라, 내려야 할 고도가 엄청나 하산길은 위험할 정도의 급경사다! 해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안전시설도 있고, 의자가 있는 쉼터도 있다.
내 의지와 무관하게 중력에 밀려, 뛰다시피 내려가, 1시 19분 임도에 도착했다. 그 임도를 따라 20여 미터를 올라가면 ‘원덕동’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있고, 그것에 따르면 남은 거리는 0.9km다! 그런데, 원덕동은 처음 듣는 지명이라,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이 맞는지 지도로 확인했다. 맞다. 4km 아래 ‘덕동’이 있어, 원조 덕동이라는 의미로 원덕동이라 부르는 듯했다. 그런데, 임도에서 13분가량 내려가자, 좌회전하라는 이정표가 있고, 그것에 의하면 원덕동까지 남은 거리는 1.8km다. 임도에서 원덕동으로 13분을 내려왔는데, 거리가 준 게 아니라, 0.9km 늘었다. 이제는 이정표 간 정보가 딱딱 맞아떨어지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라 무시하고 계속 내려가자, 임도 옆으로 개활지다. 그걸 보고 앞서가던 산행 대장이 이번 산행 처음으로 조망처에 왔으니, 구경이나 하고 가자고 해 그곳으로 가 주변을 둘러봤다. 위치로 봤을 때 능선 사이로 보이는 봉우리는 치악산 아니면 구학산일 확률이 높다.
1시 33분 임도에 도착하니, 울창한 숲사이로 '십자봉 등산로 안내도'가 있어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물론 그 옆의 이정표도! 그리고 여기까지 안전 산행에 도움을 준 지게 작대기를 땅에 꽂아 자연으로 돌려주고, 저만큼 앞서가는 두 사람의 뒤를 따라갔다. 그렇게, 50여 미터를 내려가니, 임도가 포장도로로 바뀐다. 그리고 앞선 두 사람의 걸음이 빨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따라가는 것만 해도 힘든 와중에 임도 주변의 산딸기의 유혹이 강해 그들이야 가든 말든 무시하고 산딸기에 집중했다. 올해 처음 산딸기 맛을 보고, 내려가는 이번에는 계곡이다. 이미 앞서간 두 사람이 안 보여 망설임 없이 계곡으로 들어가 윗도리를 벗어부치고 씻었다. 그리고 윗도리를 깨끗이 빨아 입고 계곡에서 나와 주차장으로 향했다.
주차장으로 향해 내려가는데, 2021년 7월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녀온 원주 백운산[산행기] 갈림길 이정표가 있어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십자봉과 백운산 연계 산행을 한다는 얘기를 어디서 들었는데, 그게 가능할 거 같다. 계곡 주변에 생각보다 많은 펜션에 놀라며, 주차장으로 내려가는데, 산행 대장에게서 전화가 받아보니, 어딘지 묻고는, 영업을 안 하는 거로 알고 있었던 슈퍼가 영업 중이니, 혹시 먹거리를 준비 안 했으면 사 오라는 전화였다. 그 목소리에는 영업을 안 한다고 해서, 먹거리를 준비해 들고 온 것에 대한 짜증이 잔뜩 묻어 있었다. 그런데, 주차장에 도착할 때까지 본 슈퍼만 세 개고, 와중에 식당도 있었다! 어쨌든 2시 10분 주차장에 도착해, 주변을 잠깐 둘러본 후 13분에 등산 앱의 '기록 마침'을 터치하는 거로 산행을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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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 10분경 버스정류장에 도착해 보니, 산행 대장은 버스 주변에서 배낭을 정리하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대장과 같이 먼저 내려온 산꾼이 민박집 주변에 서 있어, 그늘진 길바닥에서 상을 펼 거라는 생각에 그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러자, 그가, 대장이 계곡으로 내려가자고 했다는 거다. 그 말을 듣고, 그러면 나도 신발을 갈아 신는 게 좋을 거 같아. 버스로 갔다. 그리고 배낭과 워킹화, 양말을 벗어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두고, 배낭에서 비상식 아니, 안주가 든 디팩과 옆주머니에서 빨갱이가 든 생수병을 꺼냈다. 그리고 맨발로 버스에 타, 슬리퍼를 신고, 계곡으로 내려간 두 사람을 찾아 계곡으로 갔다. 계곡으로 내려가자, 계곡을 건너는 다리 10여 미터 아래에 두 사람이 자리를 잡고 상을 펴고 있었다. 해서, 나도 자리를 잡고 앉은 후 디팩에서 안줏거리와 빨갱이를 꺼냈다.
일행이 다리를 건너는 걸 구경하며, 가져온 먹거리로 하산주를 마시다가, 산행 중 궁금했던, 인솔 대장도 우리와 같은 코스를 달렸는지 물었다. 그랬단다! 그럼 대장이 주류를 버리고 우리와 같이 움직였다는 거다. 하긴 인솔 대장이 가이드가 아닌, 모든 책임은 본인이 알아서 지는 안내산악회 시스템이니 그걸 뭐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왜 나는 인솔 대장을 못 봤지?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인솔 대장은 바닥에 방향 지시를 깔며 오느라, 선두의 후미에서 따라와 내게는 안 보였던 거다. 와중에, 다리를 건너는 인솔 대장이 눈에 띄어 그를 불러, 넷이 술판을 벌였다. 그러다, 마감인 4시 30분 전 인솔 대장이 인원 확인을 위해 자리를 뜬 후 우리도 정리를 하고 버스로 갔다. 사실 더 마실 술이 없다.
화장실에 볼일을 본 후, 햇볕에 땀이 잘 마르게 늘어놓았던 배낭과 워킹화 등을 들고 차에 타, 바로 잠이 들어 깨어보니, 죽전이라, 정신없이 짐을 정리한 후 5시 54분경 양재역에서 내렸다.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며 집으로 갔지만, 너무 얼큰한 게 당겨, 대조시장 순댓국집으로 가 하산주 2차를 했다. 순댓국을 안주로 빨갱이 한 병을 마신 후, 8시 25분경 식당을 나와 다시 집으로 향하는 거로 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처음 계획대로 '화당리 버스정류장 → 화당교 → 화당 보건진료소 → 삼봉산 → 2봉 → 830봉 → 800봉(왕소나무) → 966봉 → H → 십자봉 → 연리목 → 덕동(원덕동)계곡 → 덕동리 주차장'의 14.06km(산길샘) 코스의 오지를 4시간 55분 동안 탐험했다. 이동 4시간 28분, 휴식 27분!
인솔 대장의 설명대로, 능선에 올라서기까지는 뚜렷한 등산로 찾는 게 쉽지 않지만, 드문드문 보이는 인적을 따라, 능선으로만 올라가면 길을 찾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산 또한 아니다. 초반에는 잡목을 뚫고 급경사를 올라가야 해 체력 소모가 많으나, 일단 능선에 올라서면, 생각보다 등산로 상태는 좋은 산이다.
코스 상에 해발 1,000m에 약간 부족한 높이를 가진 봉우리가 많음에도, 숲이 너무나 울창해 녹음 외에는 보이는 게 없는 산행이다. 말인즉 암릉과 바위 등이 없어, 전망대 비슷한 게 아예 없는 흙산이다.
오지 산행을 좋아하는 산꾼이 아니라면, 굳이 찾을 이유가 없는 산이다. 말인즉 다른 산꾼이나 등산객에게 권할 생각은 없다. 날머리인 덕동계곡은 등산객이 아니라, 피서객이 많이 찾는지, 곳곳에 펜션이고 민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