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자폐아의 전반적인 발달수준이 지체되었을 때 공격행동과 자해행동의 빈도가 높은 이유는 자신의 욕구를 적절하게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감정조절이 어렵거나 타인과 사회에 대한 이해 정도가 지체되고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거나 욕구를 참지 못하는 것 등 역시 자폐아가 공격행동을 하는 이유로 볼 수 있다.
자폐아는 생활연령이 많아지면서 사회적인 관계에 참여하려 하는 경향이 생겨나지만 연령수준에 적합한 사회성 기술이 부족하여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타인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Scott et al., 2000). 또한 청소년기 자폐아의 절반 가량이 공격행동을 하며 이 가운데 10% 내지 20%정도는 지속적으로 공격행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Gillberg & Coleman, 1992).
1. 대상아동의 특성
아동A는 만 6세 4개월인 여아로 발달연령(PEP검사 결과)은 2세10개월 수준으로 파악된다. A의 아버지는 회사원이고 어머니는 전업주부로 1세 차이가 나는 남동생이 있다. A는 백일 무렵 고관절탈구로 약 1년간 허리까지 기브스를 하여 누워지내야 했고 A의 어머니는 남동생의 임신․출산 등으로 인하여 A에게 적극적으로 교육적인 자극은 제공하지 않았다. 만 4세 무렵, A는 소아정신과에서 자폐로 진단을 받아 특수교육을 시작하였다.
이 시기 A는 물건을 쥐고 있지 못하고 시각․청각적 자극에 거의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으며 “넨넨네…”하는 의미 없는 소리를 가끔 하는 정도였다. A는 과자도 한 가지만 먹을 정도로 편식이 심하였고 대근육 운동의 발달 역시 계단을 오르지 못할 정도로 지체되어 있었다. A의 부모는 다정한 성격으로 자녀 교육에 열성적인 편이나 A의 공격행동과 우는 행동, 언어능력이 개선되지 않음으로 인해 지쳐있는 상태이다.
A는 만 5세 6개월경에 단어를 모방하기 시작했으나 현재까지도 단순하게 모방을 할 뿐 자발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는 “안녕하세요” “엄마 오세요” “과자(귤, 물, 고기… )주세요” 등의 구조화된 상황에서 습득한 언어를 조건 반사적으로 사용하거나 자신의 요구를 나타내는 정도이다. A는 빗, 숟가락, 연필, 지우개, 휴지, 컵, 가위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고 집중적으로 학습한 명사들을 알고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A는 그날 처음으로 사용한 단어를 사물이나 그림카드가 바뀌어도 계속 반복할 뿐 제시되는 사물이나 그림카드에 주의를 집중하지 않는다. 또한 교사의 얼굴 표정이나 입 모양에서 단서를 얻으려고 해 제시되는 사물이나 그림을 쳐다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무엇보다 A의 학습을 방해하는 요소는 심하게 울기와 자해행동, 교사에 대한 공격행동이다. A는 특별한 이유 없이 가정에서나 교육실에서 자주 우는데 매우 큰소리로 때로 발을 구르고 바닥에 머리를 부딪히며 운다. A의 울음은 달래거나 야단을 쳐도 그치지 않아 A의 어머니는 외출이나 가족 행사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버스에서조차 A가 울지 않을까 가슴을 졸인다고 한다. 관찰에 의하면 A는 실컷 울고 난 후에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웃거나 돌아다니는데 졸리거나 과제를 회피하고 싶을 때 이러한 행동을 하는 빈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A는 교사와 어머니의 손을 꼬집거나 할퀴는 행동을 자주 시도하며 때로 옷을 잡거나 얼굴을 공격하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을 제지하면 A는 울기 시작하며 때로 20분 이상 울기도 한다. A는 공격행동 역시 주로 과제를 회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2. 중재 목표와 방법
위와 같은 A의 우는 행동과 공격행동을 중재하기 위해 본 연구자가 사용한 방법은 ‘무시’이다. A의 경우 달래거나 야단을 치는 것이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그러한 방법을 사용할 경우 더 큰소리로 울거나 이를 악물고 교사에게 달려들기 때문이다.
본 연구자가 A에게 요구하는 과제는 다음과 같다.
① 인사하기
② 선긋기 또는 색칠하기
③ 실물 자료를 이용하여 사물 찾기
④ 찾은 사물의 이름 말하기
⑤ 구슬 꿰기 혹은 바느질 또는 2~4조각 퍼즐하기
⑥ 9개의 고리 던지기
⑦ 인사하기
⑧ 개별실 문 열고 나가기
⑨ 대기실 노크하기
⑩ “엄마 오세요” 말하기 등이며 매 회기 같은 순서로 진행하였다.
A는 4세 수준의 미로 찾기가 가능하며 점선이 그려진 숫자나 간단한 문자는 겹쳐 쓸 수 있다. 색칠하기는 그림의 면을 완전히 메우지는 못하지만 그림 안에 칠하기를 시도한다. 또한 A는 색 변별을 정확하게 수행하며 구슬 꿰기나 바느질, 퍼즐 등도 다른 과제들에 비해 비교적 잘 수행하였다. A는 주로 세 번째 과제인 ‘실물 자료를 이용하여 사물 찾기’와 네 번째 과제인 ‘찾은 사물의 이름 말하기’에서 울거나 공격행동을 빈번하게 시도하였고 ‘고리 던지기’ 과제 역시 회피하고자 하였다.
‘실물 자료를 이용하여 사물 찾기’ 과제를 수행할 때 연구자가 특정 사물을 요구해도 A는 사물을 쳐다보지 않은 채 손에 잡히는 것을 집어주는 행동을 계속해서 반복하였다. 연구자는 A의 시선을 사물에 집중시키기 위하여 장난감 쇼핑카트에 사물을 담아 놓고 A에게 특정 사물을 요구하며 고개를 숙이게 하였다. 처음에 A는 고개를 숙이지 않기 위해 연구자의 손을 꼬집으려고 하거나 큰 소리로 발을 굴리며 울었다. 사물 찾기는 1가지에서 시작하여 점차 10가지로 확대하였다.
이 과제에서 연구자가 주의한 부분은 요구한 사물을 A가 성공적으로 집는 것이 아니라 A에게 꼬집을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동이 교사를 공격하는 행동을 성공하게 되면 이후 아동은 지속적으로 이러한 행동을 시도할 것이고 이는 과제 학습을 방해하는 커다란 장애요인이 될 것으로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13회기 무렵부터 A는 쇼핑카트에서 80% 정도 요구하는 사물을 건네줄 수 있게 되었고 이러한 과제 수행 수준은 지속적으로 유지되었다.
‘찾은 사물의 이름 말하기’ 과제를 수행할 때 A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한 단어를 선택하여 계속 그 단어만 반복하였다. 연구자는 A가 정확하게 대답할 때까지 반복하여 사물을 제시하였으며 지속적으로 틀린 답을 할 경우에는 다른 사물들을 제시한 후 마지막으로 다시 틀린 사물을 제시하여 A가 정확한 대답을 하면 과제를 종료하였다.
이 과제에서 연구자가 주의한 부분은 입모양으로 단서를 주지 않고 A는 연구자의 눈만 바라보고 사물은 쳐다보지 않으므로 사물을 연구자의 눈 앞에서 제시한 점이다.
‘고리 던지기’ 과제는 A의 주의력을 높이기 위해 선택한 것으로 이 과제를 처음 시도할 때 A는 던지는 행위를 수행하지 못하였다. 팔을 뻗으면 거의 닿을 거리인 약 50㎝에서 고리 던지기를 시도하여 현재는 단 한번에 성공하지는 못하지만 80~90㎝ 거리에서 5분 이내에 9개의 고리를 던져 성공할 수 있다. A는 빗나간 고리를 줍다가 바닥에 주저앉아 울거나 던지기 자체를 거부하기도 하였는데 A가 이러한 행동을 하면 연구자는 외면한 채 의자에 앉아 책을 보거나 그림을 그리곤 하였다. 그러다 A가 울기를 멈추면 다시 옆으로 다가가 고리 던지기를 지시하였다. 이 과제 역시 9개의 고리를 모두 정확하게 던지기 전에는 종료하지 않았다.
위의 과제들을 수행하다가 A는 큰소리로 울거나 바닥에 주저앉아 발을 구르기도 하였고 머리를 바닥에 찧고 연구자에게 달려들기도 하였다. 연구자는 A의 우는 모습을 냉정한 표정으로 아주 가까이 다가가서 무표정하게 바라보거나 뒤로 돌아앉아 다른 책을 보았다. 때로 A가 오랫동안 울면 차를 타서 마시기도 하면서 울음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A가 연구자에게 달려들면 손을 뿌리치거나 손목을 잡아 교사를 꼬집거나 할퀴지 못하도록 하였다.
A는 연구자가 다른 책을 보거나 차를 마시는 것을 보면 더 큰소리로 악을 쓰며 울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연구자가 울음에 반응을 보이지 않자 20회기 무렵에 A는 울음을 멈추고 다가와 연구자의 가슴을 두드리거나 팔을 당기며 자신을 쳐다봐 줄 것을 요구하기 시작하였다. 연구자는 A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되면 의자에 앉아 과제를 수행할 것을 요구하였고 대부분 A는 지시에 따랐다. 연구자는 A가 다시 울거나 꼬집기를 시도하거나 자해행동을 할 경우에는 의자에서 일어날 것을 요구하였으며 따르지 않을 경우 강제로 의자에서 일어서게 하였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A는 점차 10가지 과제를 수행하는 시간이 60분 정도에서 35분으로 줄어들었으며 연구자의 손을 잡기는 하지만 꼬집거나 할퀴려는 시도는 거의 하지 않는다.
A를 매주 3회기씩 중재를 하며 본 연구자가 정한 규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아무리 심하게 울어도 반응하지 않는다.
둘째, 아동이 울음을 그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과제 수행을 지시한다.
셋째, 아동의 교사에 대한 공격행동은 성공하지 못하게 한다.
넷째, 과제를 완수하지 않으면 학습을 종료하지 않는다.
자폐아의 공격행동이나 우는 행동에 많은 교사들은 당황하며 적절한 대응 방법을 찾지 못해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지 못한다. 임상적 관찰에 의하면 자폐아의 경우 대부분이 달래기나 야단 치기 등은 이러한 행동을 중재하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교사가 인내를 갖고 지속적으로 무시하면서 아동이 과제를 완수해야만 중재를 종결하는 기법은 현장교사들에게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부모 상담을 통해 아동의 공격행동을 제지하고 우는 행동을 ‘무시’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