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불허(眞實不虛) - 팔레스타인의 비극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2018.05.22
중동의 화약고 예루살렘에서 사람이 죽었다.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의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자 팔레스타인에서 시위가 일어났다. 여기에 이스라엘 군인들이 최루탄과 실탄을 쏘아 참극이 벌어졌다. 과거에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죽음은 흔했다. 이스라엘은 무장정파를 제거한다며 수시로 폭격을 가해 무고한 사람들을 무던히도 죽였다. 이번에도 60명이 희생됐다. 특히 생후 8개월 된 아이까지 목숨을 잃어 세계는 분노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시련은 제국주의의 산물이다. 팔레스타인의 땅에, 2000년 전 자신들이 살던 땅이라고 주장하는 유대인들이 영국을 등에 업고 들어오면서 악몽은 시작됐다. 땅을 차지한 유대인들은 1948년 이스라엘을 건립했다. 그리고 팔레스타인을 거대한 감옥에 가둬버렸다. 팔레스타인의 거주 지역은 제주도의 20%에 불과하다. 이곳에 160만 명이 살고 있다. 둘레는 높이 8m의 장벽을 쌓아 외부와의 연결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
예루살렘은 이슬람과 유대교 등 3대 종교의 성지다. 그래서 국제사회는 이곳을 누구의 소유가 아닌 국제도시로 규정했다. 그런데 미국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데 이어 대사관마저 이전하면서 참극이 발생했다. 그러나 책임을 통감하기는커녕 실탄사격은 정당한 공무집행이었다며 희생자들을 조롱했다.
우리는 35년간 나라를 강점당한 아픔이 있다. 팔레스타인은 70년째 이스라엘의 폭압 속에 살고 있다. 훗날 땅을 되찾으면 예루살렘에 수도를 건설하겠다는 꿈을 가진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느꼈을 분노가 그래서 더욱 절절하다.
반야심경에 ‘진실불허(眞實不虛)’라는 가르침이 있다. “진실은 결코 헛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인류의 양심이 살아있다면 언젠가 진실은 밝혀지고,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우리가 일제로부터 독립 했던 것처럼, 팔레스타인에도 거짓말같이 그런 날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