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2기 363. 황당한 마중
두어 달 전에 우리집을 다녀간 적이 있는 지인이 다른 커플들과 함께 여섯 분이 다시 온다고 한다.
그 때는 네 분이 초행길이라 내가 밴을 구해서 함께 공항으로 마중을 갔었다.
대한항공은 1터미널이고 정말 복잡하다.
차가 다니는 길을 건너 맞은 편에 손님을 만나기가 어려운데 그 안으로 들여보내주질 않아서 참 애를 먹었다.
DUTY FREE 앞이라고 약속은 했지만 연달아 들어오는 비행기의 손님들때문에 눈이 빠지도록 응시하며 오랜 시간을 긴장햇다.
더구나 내 성격 탓에 길이 막힐까봐 쓸데없이 일찍 나서서 두 시간도 넘게 기다렸는데 전광판에 arrival 불이 켜지고도 또 두 시간 가까이 걸려서야 손님들이 나왔다.
허리가 안 좋은 나는 그날 단단히 벌을 서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엔 지난 번에 고용했던 그 기사를 혼자서 내보내기로 했다.
온다는 분이 출발과 도착 시간을 정확히 적어서 카톡으로 보내왔기에 지난 번 만났던 터미널 1의 DUTY FREE앞에서 만나라고 적어보냈다.
드디어 손님이 오는 날이다.
기사에게 지난 번 만났던 장소에서 만나라고 상세히 일러서 내 보냈다.
그런데 잠시후 한국에서 온 카톡을 보니 방금 필리핀 항공을 탑승했다고 한다. 무슨 이런 황당한 일이 있나?
단 한 번도 필리핀 항공이란 말은 못 들었고 지난번 만났던 미팅장소라고 약속까지 했으니 당연히 같은 비행기려니 했던 거다.
부랴부랴 전화를 하니 이미 전원이 꺼져있다. 필리핀 가는 대한항공을 탔다는 소리일까?
공항이 서로 다르니 빨리 기사에게 연락을 해야 하는데 속이 탄다.
인터넷에서 급히 필 항공과 대한한공의 출발 도착시간을 체크해보니 겨우 5분 차이가 난다. 이제 나보고 어쩌라고?
다시 밴의 기사 Harold에게 전화를 해서 빨라 터미널 2로 이동하라고 했는데 잘 한 걸까?
기사의 필리핀 전화번호라도 적어 보냈으니 어쨌든 만나기야 하겠지.
새벽 2시는 넘어야 우리 집에 도착할텐데 그 때까지 나는 속을 끓이며 걱정 속에 오두마니 앉아 있다.
돈을 벌려고 민박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참 이것도 팔짜네.
그래도 누군가 나를 찾아 오는 건데 일단 만나면 반가울테고 내가 뭘 해 줄 수 있는지 최선은 다 해야할 일이다.
첫댓글 좋은 일 하기가 나쁜일 하기보다
훨씬 어려워요.
알아 달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좋은쪽보단 안그런 편의
말을 듣기가 더 쉽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