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미헌집 제1권 / 시(詩) / 장중겸 녹원 에 대한 만시〔輓張仲謙 祿遠〕
문채 나는 곡은 선생이여 / 有斐谷隱子
옥산 고을에서 빼어났네 / 秀出玉山鄕
그의 위의는 옥과 눈 같고 / 其儀如玉雪
그의 성품은 계피와 생강 같네 / 其性如桂薑
그의 재주는 조식(曺植)과 같고 / 其才如繡虎
그의 기상은 새벽 서리와 같네 / 其氣如曙霜
하물며 신재공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 况承新齋敎
어릴 때부터 학문의 방향을 알았네 / 童丱學知方
정재의 문하에서 배워 / 及遊定齋門
명성이 성대하게 드러났네 / 蔚有聲譽彰
경술은 정밀하고도 박식하였고 / 經術精而博
문장은 전아하고도 무성했네 / 文章雅且蒼
선석암에서 함께 시를 수창하였고 / 禪庵同唱酬
귀사에서 함께 학문을 토론하였네 / 龜社與翺翔
마주보고도 오히려 뜻을 다 이야기하지 못해 / 面猶不盡意
왕복한 편지가 먼지 쌓인 상자에 가득하네 / 尺牘滿塵箱
눈으로 보니 티끌 자취가 되어 / 擧目成塵跡
어느덧 상전벽해처럼 세상이 덧없네 / 忽忽海翻桑
다행히 공에게 썩지 않고 남아있는 것은 / 幸公不朽存
훌륭한 시문이 상자에 남아있는 것이네 / 寶唾巾衍藏
[주-D001] 옥산(玉山) : 인동(仁同)의 옛 이름이다.[주-D002] 계피와 생강 : 모두 음식의 조미료로 쓰이는데, 이것들은 오랠수록 더욱 맛이 맵기 때문에, 사람이 늙을수록 더욱 강직(剛直)한 성품에 비유된다.[주-D003] 조식(曺植) : 원문은 ‘수호(繡虎)’인데, 송(宋) 증조(曾慥) 《유설(類說)》 권4 〈옥상잡기(玉箱雜記)〉를 인용하여 “조식이 7걸음 만에 문장을 지었기 때문에 ‘수호’라 한다.〔曹植 七步成章 號綉虎〕”라고 하였는데, 수(繡)는 문장이 화미(華美)함을 말하고 호(虎)는 재기(才氣)가 웅걸(雄傑)함을 말한다.[주-D004] 정재(定齋) : 유치명(柳致明, 1777~1861)의 호이다. 그의 본관은 전주(全州), 자는 성백(誠伯), 호는 정재이다. 여러 차례 대사간을 지냈으며, 장헌 세자 추존 문제로 유배 생활도 하였으나, 만년에는 후진 양성에 전력하였다. 저서로 《독서쇄어(讀書瑣語)》, 《예의총화(禮疑叢話)》, 《가례집해(家禮輯解)》 등이 있다.[주-D005]
귀사(龜社) : 귀봉서원(龜峰書院)인 듯하다. 귀봉서원은 구미시 오태동에 소재하고 있으며, 문목공 청천당(聽天堂) 장응일(張應一)을 추모하기 위하여 철종 때 건립되었다. 그 뒤에 청천당의 생부 장현도(張顯道)를 모시는 문제로 향사도 한 번 치루지 못하고, 1868년(고종5) 대원군의 서원철폐 때 묘우는 훼철되고 정당(正堂)은 귀봉서당(龜峰書堂)이 되었다. 때문에 귀사(龜社)라고 한 것 같다.[주-D006] 훌륭한 시문 : 보타(寶唾)는 타인의 빼어난 시문을 일컫는 말이다. 《장자(莊子)》 〈추수(秋水)〉에 “그대는 저 튀어 나오는 침들을 보지 못했는가? 한번 재채기라도 하면 큰 것은 마치 구슬과 같고 작은 것은 안개처럼 부서져 내리는걸.〔子不見夫唾者乎 噴則大者如珠 小者如霧〕”라고 한 말에서 유래하였다.[주-D007] 상자 : 건연(巾衍)은 서적을 넣어두는 상자로, 건상(巾箱) 또는 건사(巾笥)와 같은 말이다.
ⓒ 경북대학교 영남문화연구원 | 송희준 (역)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