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가 도착했다.
접이식 자전거인데 은근히 무겁다. 이걸 과연 한국에 들구갈 수 있을까. -.-a
조립을 마치고, 자전거 등록도 하고, 자전거 열쇠도 샀다.
이제 달리기만 하면 된다. 만반의 준비가 끝났다. ㅎㅎ
난 자전거가 무섭다.
7살 때인가, 누군가 태워준 자전거를 탔다가 달리는 바퀴안에 다리가 들어가서 크게 다쳤다.
허연 복숭아뼈가 보일 정도로 살갗이 벗겨지는 바람에 아직도 큰 흉터가 남아있다.
그 이후로 자전거를 무서워했고 자전거 탄 횟수가 다섯 손가락으로 꼽꼬 남을 정도다.
그래서 당연히 자전거를 못탄다.
아니, 타긴 탄다. 단지 커브를 잘 못돌고, 제대로 세우질 못할 뿐이지.
일본에 온 참에 자전거나 배워보자는 생각에 자전거가 더 갖고싶었다.
이제 드디어 나의 자전거 컴플렉스를 깰 때가 온 것이다.
첫번째 목표는 신오오쿠보.
PC방에 갈 겸, 자전거 시승식도 할 겸,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바람도 시원하게 불고, 사람도 많지 않아 자전거 타기에는 딱이다.
여긴 전철을 중심으로는 도로가 없다. 작은 골목들만 있을 뿐.
그래서 전철만 쭉 따라가자던 계획을 수정하고 지도를 보면서 찾아갔다.
신오오쿠보까지는 전철로 네정거장인데 도로를 돌아야해서 자전거로 한시간 걸렸다.
역시 새로운 길과 동네를 지나니 잼있다.
싼 음식점도 있고, 슈퍼도 있고, 100엔샵도 있다.
350엔하는 열쇠가게를 발견했을 때는 좀 승질이 났지만.
(아침에 동네에서 840엔 주고 열쇠를 맞췄다. ㅠㅠ)
어딜 갈때도 다른 버스, 다른 길로 가길 좋아하는 나에게 자전거는 딱이다. (물론, 잘 타기만 한다면.. ㅎㅎ)
늘 가던 길의 건너편에만 가도 느낌이 다른데 다른 길로 돌아가면 얼마나 많은 것들이 새로울까.
반면,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치고 사는 걸까.
돌아오는 길은 사람이 없어서인지, 좀 익숙해져서인지 50분이 걸렸다. ^^v
옆에 사람이 지나가거나 다른 자전거가 지나갈 때, 좀 비틀거리긴 했지만 한번도 안넘어졌다.
그런데 왜 내 폐달에 내 다리를 자꾸 부딪히는걸까.
폐달이 돌아가는 자리마다 멍이 들었다. ㅠㅠ
다음날, 두번째 목표는 미타카.
미타카에 가서 볼란티어 교실에 등록하기로 맘먹고 출발했지만, 오늘은 대략 낭패다.
바람이 무지 부는데 옷을 너무 얇게 입고 나왔다.
(게다가 난 치마를 입고 자전거를 타는 만행을 저질렀다.)
정거장 수는 오오쿠보나 미타카나 똑같이 네정거장인데 왜케 먼걸까.
갈수록 길이 좁아지고 오르막 길도 많다.
지도에 나온 도로는 점점 츄오센에서 멀어지기만 할 뿐이다.
무사시노시를 지나고, 겨우겨우 츄오센을 찾아냈다.
기치조지역. 한정거장만 가면 미타카다.
그런데 여기, 정말 번화가다.
옷가게도, 화장품가게도, 소품가게도 너무나 많다.
결국 무인양품이라는 만물가게(롯데 영플라자에도 있는..)에서 남방 하나를 샀다.
모자도 사려했지만 참았다. 치마도 사려했는데 그건 나한테 너무 크더군. ㅠㅠ
글쎄, 무인양품 지하에 99엔샵 마트가 있는 것이다.
야채, 고기, 우유, 반찬, 과자 등등 모든게 다 99엔이다.
우리 동네에도 이런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결국 장을 봐버렸다. 어찌 이걸 들구갈지는 별생각도 없이.
미타카는 포기한 채.
그런데, 지금부터 큰일이다.
부지런히 출발해도 7시에 있는 일본어 볼란티어에 갈까말까였는데 글쎄, 내 자전거가 바퀴가 빠져버렸다. ㅠㅠ
아, 이런. 고반(파출소)에 물어보니, 어제도 한국인들이 저전거 가게를 찾았다고 하면서 친절히 가르쳐준다.
혹시, 걔네들도 나처럼 멀리서 와서 펑크가 났나?
거금 300엔을 주고 고치고는 출발한 시간이 6시 12분.
바람은 더 불고 날은 벌써 어두워졌다.
장바구니를 끼고 컴컴한 길을 계속 달렸다.
올때 길은 너무 돌아오는 길이여서 지름길을 찾으며 달렸는데도 여전히 헤맨다.
결국, 드디어, 자!빠!졌!다! ㅠㅠ
자전거도 못타는 내가 왜 여지껏 한번도 안넘어지나 했지.
다행이 놀라운 순발력으로 자전거를 버리고 땅을 짚는 바람에 안다쳤다. ㅎㅎ
아사가야에 도착하니 7시 20분.
갈때보단 단축됐으나 볼란티어엔 가지 못했다.
이틀간의 자전거 여행은 이렇게 끝났다.
힘들게 봐온 장으로 든든한 저녁을 먹으며..
잘때 온몸이 쑤신다. 특히 엉덩이와 어깨.
곧 익숙해지겠지?
첫댓글 음.. 그림이 그려져요.. 부럽다.. 근데 일본에서는 자전거도 등록하고 타야 하나요?
300엔 밖에 안 하나요? 난 900엥 주고 했는데...ㅠ.ㅠ
힘내고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