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적자(追跡者)-14
“아직은 모르겠어요. 곧 밝혀 질 거예요. 필요하다면, 아는 대로 곧 전화로 알려 드릴게요.”
그들은 3 명이 아니었다. 에드를 납치해 북쪽 11205 로 가고 있는 다른 놈들이 있었음이
틀림없었다.
“됐어요. 지금 당장 당신이 알고 있는캐나다 케이지비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부탁합니다. 케롤.”
“도도이프가 당신에게 캐나다 케이지비에 대한 이야기도 했나요?”
그녀는 놀란 듯 물었다.
“말했어요. 에드가 아마 그쪽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어서 서둘러 주십시오.”
그녀는 전화기를 든 채 컴퓨터를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1 분이 채 못되어 그녀는 입을 열었다.
“KGBC 가 알려진 것은 오래되었어요. 1970 년도에 쏜힐에 있는 쥬이시 커뮤니티가 KGBC 의 결성모임장에 나타나서 방해하면서 경찰에 알려졌어요. 그리고 2000 년 1 월에 구러시아 커뮤니티의 신년행사에 그 조직이 참여하였어요. 그때 참여 인원은 10 여 명 정도로 파악되었고요. 현재 재 캐나다-러시아 커뮤니티 속에 “레드 플라워”라는 100 여 명 정도의 인원으로 구성된 단체가 그 조직이라고 추정하고 있지만, 특별한 활동이 없어서 주시 상태이어요. 그런데 왜 그 조직이 이 사건에 연관되어 있을까요?”
그녀는 역시 정보담당 경찰이었다. 그러나 내가 해줄 말은 없었고,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그 정보중에는 내가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의 특이점은 있었다.
“케롤. 이왕 도와주는 것 좀 더 벗어주면 안 돼요?”
케롤의 웃음소리가 맑고 신선하게 들렸다.
“어디까지 벗으라는 말이에요. 벌써 한 번 만난 후 많이 벗었는데요?”
“방금 말한 ‘레드 플라워’ 조직의 2000 년 신년모임 참석자 명단에 잉거스터라고 있습니까?”
“제임스! 잉거스터? 러만 잉거스터를 말하는가요?”
케롤 경사가 유럽계 러시언들이 사용하는 발음을 하고 있었다. 나는 다시 북미 발음으로 말해 주었다.
“예. 르만 잉거스터. 전직 RCMP 고위직이었던.”
“있어요. 그러나 그 분은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부모들과 어릴 때 이민 온 사람인데요? 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지요?”
이 점은 말해 주어야 할 것 같았다. 나도새로운 정보를 정보담당에게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더 큰 것을 얻기 위하여.
“오늘 조경순의 시체가 안치된 ‘국립사체분석소’ 에서 아크샤 OPP 수사관과 재 캐나다 러시아
커뮤니티 회장과 함께 있는 그를 보았오. 그들은 조경순의 시체 검시 담당관인 웨인 스튜어트를
만나고 나오는 중이었오.”
그때 도도이프의 휴대폰에서 벨이 울렸다. 그들은 이미 도착하여 도도이프를 찾고 있었다.
“지금 에드를 납치해 간 그들로부터 도도이프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있오. 내가 그의 휴대폰을 가지고 있어요. 내 휴대폰을 그대로 켜 둘 테니... 나를 계속 추적할 수 있지요? 나는 잠시 후 그의 휴대폰으로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보낼 것이요. 아직 에드의 집에 있노라고. 더중요한 정보가 발견되면 즉시 알려주길 바랍니다. 오케이?”
나는 케롤의 대답을 듣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나는 다급해졌다. 그들에게 어떻게든 도도이프의 상황을 알려야만 하였다. 아직 릭 경감은 에드의 집에서 수색을 하며 도도이프와 함께 있을 것이다.
도도이프의 휴대 전화는 다행히도 삼성 신형 애니콜이었다. 나는 즉시 도도이프의 전화로 문자
메시지를 작성하여 날렸다.
‘현재 경찰이 에드의 집을 둘러싸고 있어 전화를 받을 수 없음. 제임스는 제거하였음. 잠시 후
해제되면 출발하겠음.’ 그 다음은 그들이 판단할 일이다.
나는 그들이 도도이프에게 무슨 일이 발생하였음을 곧 알아차릴 것이나 정확한 상황을 몰라 당황할 것이라 짐작하였다.
“도도이프가 아직 이 녀석의 집에 있다면, 그를 계속 그곳에 있게 하고 에드. 이놈을 족쳐 그것의 장소를 알아내야 해! 지금 상황이 의외로 확대되고 있단 말이야!”
검정색 중절모를 쓴 회색 양복을 입은 사람이 소파에서 일어나며 아크샤에게 큰소리로 말하였다. 맞은편 소파에는 에드가 술이 아직 덜 깬 몽롱한 상태로 등을 깊숙이 묻고 졸고 있었다. 그들이 그의 집에서 수면제를 주사하였으나 이제는 깰 때가 되었지만, 마신 술 덕에 늦어지고 있었다.
“클리스코프! 우린 이 일을 이렇게 처리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아직 이 사람도 제임스도 특히
경찰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데 우리가 하나 하나 그들에게 알려주고 있어요. 제임스가 어떤 열쇠를 발견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가 찾기를 기다렸어야 했습니다. 경찰은 개입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나는 이 일처리를 하는 당신 조직에 실망하고 있습니다.”
잉거스터였다.
“아니. 아직 그런 말 하기에는 때가 이른 거요. 지금까지의 정보와 자료에 의하면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저놈의 집 어디엔가 있음이 확실하오. 우리는너무 오랫동안 기다려왔소. 아시겠소? 지금 우리가 기다렸던 때가 임박한 것이오. 거슬리던 제임스는 제거했소. 방금 도도이프에게서 문자 메시지를 받았소”
중절모가 잉거스터를 보며 시가에 불을 붙여 입에 문 채 확신이 담긴 무거운 목소리로 말하였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할 계획입니까?”
잉거스터가 중절모를 등진 채 자작나무가 겨울준비로 잎을 다 떨어뜨리고 살벌하게 늘어선
을씨년스러운 뒷동산이 바라다 보이는 유리창 가로 천천히 걸어가며 물었다. 독립가옥 뒤편은
장방형으로 잔디밭이 펼쳐져 있으며 그 가장자리 둘레를 자작나무와 아메리칸 파인트리가 열병하는 군인들처럼 잔디밭을 바라보며 늘어서 숲을 이루고 있었다.
잉거스터는 이들에게 급속하고 확실한 행동을 요구하여 신속히 이 일을 끝내어야 한다고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이 이 일에 더 이상 지지부진하게 끌려다니다 혹 잘못되어 지금까지 경찰에서 쌓아온 명예를 더럽히는 일의 발생을 막는 방법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클리스코프! 당신이 결정하기 어렵다면 당신의 사람들이 스스로 결정하여 에드의 집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도록 묵시의 명령을 내릴 수도 있지 않겠소. 나는더 이상 노출되어서는 안 되고 더 이상 시간을 이렇게 끌 수가 없소. 아시겠소. 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렇다. 중절모의 이름은 클리스코프였다. 그는 잉거스터를 바라보고는 다시 깊게 시가를 빨아
연기를 잉거스터에게 뿜어내며 좌측에 차렷 자세로 지켜보고 서 있는 두 사람에게 눈짓을 하였다. 그 중 한 사람이 문을 열고 나갔다가 잠시 후 물통에 물을 가득 담아 다시 들어와서는소파에 기대어 몽롱한 상태로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에드의 얼굴에 가차없이 쏟아 부었다. 에드는 자고 싶었다. 온몸에서 힘이 모두 빠져나간 것 같았고, 지금 이곳이 어디며 무엇 때문에 이곳에 와 있으며 이들은 누구인가? 판단도 생각하기 조차도 싫었다. 오직 쏟아지는 졸음에 몸을 맡겨 깊이 잠들고 싶은 생각뿐이었으나, 잠들어지지가 않았다. 나른한 상태였다. 그때 머리에 차가운 물을 함빡 뒤집어썼으며 순간적인 차가움이 머리부터 온몸을 엄습하여 소름 끼치는 냉기에 눈이 뜨여졌다.
몸 전체가 무의식 속에 부르르 떨렸다. 에드는 서서히 의식이 회복됨을 느꼈다. 그와 동시 이곳이 예사로운 곳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분위기 자체가 어두웠고 희미한 시야에 들어오는 건장한 백인들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그는 머리를 돌려 방안을 살펴보았다. 좌측 옆문 주위에 두 사람이 서 있었다. 중절모를 쓰고 턱수염을 보기 좋게 기른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긴 얼굴의 사내가 맞은 편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는검정색 가죽점퍼와 청색셔츠를 입고 있었다. 넥타이는 하지 않았지만 약50 세 가령의 중후한 멋이 풍기는 신사였다. 그리고 자기를 내려다 보고있는 회색 순모코드를 입고 넥타이를 맨 60 대 초반의 키가 큰 백인 남자가있었고 자기에게 물을 쏟아 부은듯한 물통을 들고 있는 스킨헤드를 한 젊은 녀석이 히죽 웃고 있었다. 그는 어리둥절하였다. 도대체 짐작이 되지 않았다. 에드가 이제 막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중절모를 바라볼 때 갑자기 주먹이 날아와 옆 얼굴을 강타하였다.
“이제 정신이 들었어? 이 자식아!”
그가 엎어져 있던 소파 옆에서 물을 퍼부은 스킨헤드였다. 머리가 다시 멍멍하였다. 뺨이 화끈거리고 입안에 비릿한 액체가 고였다. 피였다. 그는 입안에 가득 고이는 피를 적색 카펫 바닥에 뱉었다. 그는 화가났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상황 판단할 시간도 없었다. 그는 있는 힘을 다해서 외쳤다.
“왜 이러는 거야? 여기가 어디고, 왜 나에게 이러는 거야? 원하는 것이 뭐야?”
에드는 몸이 생각대로 움직여 주질 않았으나, 말을 마치자 일어서려 기를 썼다. 그러나 그 순간, 다시 발길질에 의한 통증이 복부에 느껴졌다. 에드는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을 때 다시 가해지는 구타에 호흡하기 조차 힘듦을 느꼈다. 그제서야 두려움을 느꼈다. 전혀 감이 잡히지 않은 놈들이 가하는 구타에 기가 죽을 수 밖엔 다른 방도가 없었다. 사실, 에드가 내지르는 고함은 서툰 영어에 한국말이 섞여 있었다. 그들이 어찌 한국말을 알아 듣겠는가. 에드는 그 고통 속에서도 어떻게 이런 상황에 빠지게 되었는지를 생각하고있었다.
조경순을 잃은 슬픔과 조여드는 듯한 음모에서 두려움을 느끼며 소파에 앉아 술을 마셨었다. 그는 깨달았다. 그런 상황에서는 절대 술을 마시지 말아야 했었음을. 이런 생각도 잠시였다. 에드는 밀려오는 삶과 죽음에 대한 절망감과 두려움이 엄습하였으며, 그 한쪽 귀퉁이에서는 겨우 본능에 가까운 꿈틀거림이 있었다. 어쨌든 살아야 하고 이 난국을 빠져나가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을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는 숨을 크게 몰아쉬며 다시 소파의 한 귀퉁이를 잡고 일어나 겨우 자리에 앉았다.
“헤이! 에드워드. 더 고통을 당하기 싫으면, 다 불지 그래”
맞은 편에 앉은 클리스코프가 여송연을 입에 물고 불을 붙이며 정확한 발음의 영어로 천천히 말하였다. 그들도 이제 에드워드가 영어에 능숙치 못함을 알아차린 것이다. 캐나다에 오래 살고 있다고 다 영어를 잘하는 것이 아님을 그들도 안 것이다.
“나는 당신들이 무엇 때문에 왜 나에게 이렇게 하는지를 전혀 모르겠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다 말할 테니 이유를 먼저 말해라”
에드는 정말 그랬다. 아직까지 지금까지의 사건들과 상황에 대하여 속 시원히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제임스와 나눈 추정적인 개요 정도였다.
“좋다.”
그는 여송연을 다시 힘껏 빨아들인 후 음침하고 어두운 방 공간에 길게 회색 연기를내 뿜으며
말하였다.
“ 당신은 사르지에 홀스. 홀스 스탁톤을아는가? 그리고 듀발리에 홀스. 발리듀에 스탁톤을 아는가?”
에드는 고개를 아래위 좌우로 돌리며 목의 뻣뻣해진 근육을 풀며 아는 대로 말하리라 생각했다.
“그런 사람은 전혀 아는 바 없고, 홀스 스탁톤은 두 번 만났다. 처음 집을 보러 갔을 때와 계약을 할 때.”
“당신은 집을 사기 위해 리얼토(부동산중개인)로부터 그 집에 대한 내력을 들어보거나
프로파일(profile=집에 대한 초본같은 스토리를 의미함)을 읽지 않았단 말인가?”
맞은 편 소파 좌측에 서서 창가를 바라보던 잉거스터가 관심 있는 눈으로 클리스코프옆에
앉으며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