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을 기다려 한바탕 소란을 피운 뒤에 친구와 만나 전철을 타고 남부터미널에 가면 그때부터 난 자연인인 동시에 자유인이 되면서 나를 찾는 공간만이 허락될 뿐이다. 어느땐 식구들과 경부선을 타고 가다 대전분기점에서 호남선을 타고 전주로 나가, 남원을 거쳐, 구례로 해서 화계장터를 지나, 쌍계제다에 들려 녹차 마시고, 지리산 쌍계사 말사이며 더 오래전에 진감국사가 세운 "국사암"목적지까지 장장 6시간 내지 8시간이면 도착한다.
차편은 버스가 하동까지 하루에 4번 시간대로 정해져 있어서 그 두번째 버스를 타야 6시 법회시간에 맞추든가 아니면 좀더 일찍 도착하면 친구와 난 으례 공양주 보살이 되어 적국에서 모일 도반들의 얼굴을 떠 올리며 누가 또 새로운 인연이 되어 만날까? 설레면서 기쁜 마음으로 음식을 만든다.
늘 만남은 즐거움인 것을.....,
거기에 모이는 도반들은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것은 아니며 깊이 있는 법문과 스님과 인연이 되어 뜻을 같이하는 전국에서 먼 길 마다하지 않고 모여든 불교를 사랑하며 나 자신을 알기위해 공부해 보겠다고 모이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 온 자신을 뒤 돌아보며 더 좋은 곳으로 나아가 삶을 보람있고 한걸음 더 디뎌 보려는 마음으로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나나 친구도 역시 배낭에 아니면 가방하나에 준비물은 법복과 염주, 그리고 약간의 화장품, 공양미와 과일과 경전이다.
각기 정해진 방에 짐을 풀고 저녁은 나물과 국,산사의 음식으로 공양을 하고
각자 먹은 밥그릇 깨끗이 씻어 놓고 법당에 모인다. 스님과의 친견으로 일 배를 하고 108번을 하면서 108참회문을 읽으며 절을 하고나면 잠시 숨이 차 땀으로 10분 쉬어야 한다.그 다음엔 경전 공부를 하면서 참선에 대한 강의와 실습을 통해 나를 찾으며 완전히 또,나를 버리는 시간이 있을 뿐이다.
참회를 통한 자기정화로 그릇을 비우고
발원에 의한 자기전환으로 그릇을 채우고
기도에 의한 자기확장으로 그릇을 키우고
참선에 의한 자기확인으로 그릇을 부수고
행불에 의한 자기창조로 그릇을 만드는 공부가 시작된다.
그리고 밤이면 맑은 하늘에 반짝이는 수 많은 별과 벗하며 이야기 나누기도 하고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소리에 흔들리는 풍경소리는 신비로 나를 이끈다.
아사삭~~~~~~~~바스락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소리와 밤의 고요와 나의 침묵이 잘 어우러져 얼마나 아름다운지..., 지리산에서 들릴 듯한 삶에 대한 열정과 그리움과 두두 물물 다 부처의 소리임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봄 아지랑이 눈시울을 적시며 파릇파릇 풀포기, 이름모를 들꽃과 십리 쌍갈래 아름드리 벚꽃길을 가노라면 천국도 지옥도 다 느끼는 마음의 작용이리라.
더운 열기로 찌는듯한 무더위도 아랑곳없이 시원한 바람과 도도히 흐르는 맑은 섬진강에 고단한 심신을 띄우면 반찍이는 은모래 빛이 여름날의 태양도 멎적은 듯 숨게 한다.
곱게 단풍들어 색색으로 물든 자연의 풍경들이, 아름다운 여인의 풍만한 가슴을 드러내고 유혹하고 푸르른 하늘아래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 바람소리, 그리움의 소리가 합창을 하며 반겨준다.
백설로 뒤덮여 온 산사를 하얀 절경으로 만들어 좁고 예쁜 산길로 대나무사이를 스치고 지나가는 찬 겨울바람이 오히려 따스한 감촉을 느끼게 하고 부드러운 손길이 변함없이 감싸줄 듯 설레게 하는 그곳!
하루를 그리 보내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방으로 도반들과 이야기 하기도 하는데 힘든 사람은 꿈나라로 가고 밤을 고박 새우며 경험담이나 삶의 이야기를 풀어 놓기도 하고 어느땐 밤의 고요에 빠지기도 한다.
사바세계에서 어느땐 나도 모르게 신, 구, 의로 업을 만들고 사랑이란 이름으로 자신을 기만하며 남을 업신 여기지 않았는가? 나의 언행을 일치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가? 내 마음을 어느 거울에 비춰볼까? 내일 내 삶은 어떤 모양일까?
어떻게(?), 왜(?), 무슨 이유로(?), 어떤 가치로(?) 살아갈까?
밤바람이 서늘해지면서 조금은 두려움으로 고요 속에서 나온다.
그러다 아늑한 꿈결에서 도량석 도는 스님의 염불소리를 잠결에 듣고 바시시 일어나 찬물에 세수하고 밤의 정적을 깨울 듯이 다른 도반들은 깊은 잠에 있는데 난 거의 도량석 도는 것을 좋아했다.
아침 공양을 마치고 사시기도는 "대자자비하신 석가모니 부처님! 관세음 보살님! 지심귀명례! 지극정성으로 예배 하오니, 여기 모인 모든 인연들에게 새로움으로 충만함 주시고, 고난한 자에겐 극복하는 힘을 주시고, 여기까지 달려 온 진정한 불자이며 부처님의 제자들! 어여삐 보살펴 주십시오. "감사하옵니다. 지심귀명례."
다정히 담소를 나누면서 산행 길에 오른다.근 한 시간 걸리는 불일폭포는 그야말로 작은 등산 길은 아니어서 힘이 들지만 같이 격려하면서 올라가면 일상의 모든 피로가 말끔히 사라지는 상쾌함이 한눈에 담으며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는 것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겸손함을 배우고 어우러지는 친목을 배우고 삶의 고개, 넘는법을 배운다.그렇게 한 나절의 일과가 끝나면 우리는 도로 내가 왔던 길을 가기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며 내 본연의 자리 삶은 그곳임을 확인하고 잠시 떠난 이곳의 자리에서 얻음을 구태여 구하지 않았음에도 에너지를 얻어 내 삶의 탄력을 받아 갖는 곳이다.
올 때는 빈 짐이었다가 갈 때는 얼마만한 무게인지 젤 수없는 많은 짐을 실고서 앞으로 다시 향해 내 일상으로 돌아오면 일박 이일의 여정은 고난과 행복의 갈림길인 삶 속으로 스며들게 된다.큰 열림을 가지고 얻음으로 비움을 채우고 채워진 그릇을 만드는 작업을 위해 짐을 살며서 풀어본다.
벅차고 아름다운 것을 지금부터 내일을 준비하기에 수많은 행로를 바로보고 바로 살기위해 늘 준비된 마음의 짐을 하나하나 제때에 맞는 쓰임을 위해 창조자가 되려 마음을 다져 보는 것이다. 지리산을 찾을때면 꼭 어떤 형태로든 새로움을 발견한 삶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며 개척하려는 힘으로 분별의 벽을 넘어 자신을 사랑하며 남이라는 객체에 사랑을 넣어 주체 삼으려 노력하게 되는 것이 얼마나 큰마음인지를 인식하면서.....,
첫댓글 님의 마음의 안식처거 바로 그곳이군요 지하철에서 버스로 갈아타고 간 곳! 그곳이 아닐련지요 산사에서 마음을 채우고 자연을 벗삼고 달리고 싶은 곳! 바로 그곳이군요 언제 다시 갈 기회가 있으면 저도 좁 불려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