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 윤동주
지난밤에
눈이 소오복히 왔네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추워한다고
덮어주는 이불인가봐
그러기에
추운겨울에만
내리지
백설송(白雪頌) / 최의상
흰옷 입고 천상에서 오는 눈
아릿다운 순백의 춤으로
님의 옷고름 풀듯 일렁이던 시간
숨가빠진 춘향골 향수에
광풍이 몰아오듯 쏟아지는 정염
사방은 고요하고
부드러운 함박 눈송이들이
제자리에 누워 눈물 흐른다.
그 누구와의 약속이 무너졌기에
천만리 먼 곳에서 온 그대의 순백의 혼이
눈물로 대지를 적셔야 하는가
오늘 눈물로 생을 마감하더라도
천상에서 대지까지의
아름다웠던 순백의 춤을 잊지는 말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 안도현 시인
우리가 눈발이라면
허공에서 쭈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잠 못든 이의 창문가에서는
편지가 되고
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새 살이 되자
눈 위에 쓰는 시 / 류시화 시인
누구는 종이 위에 시를 쓰고
누구는 사람 가슴에 시를 쓰고
누구는 자취 없는 허공에 대고
시를 쓴다지만
나는 십이월의 눈 위에
시를 쓴다
흔적도 없이 사라질
나의 시
첫댓글 와~~감나무에 눈이 내리네요
실제 영상인줄~~넘 멋져요
눈이 너무 자연스러워요